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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로 회귀하는 유럽] [여성 징병제]

뚝섬 2025. 11. 17. 11:24

[징병제로 회귀하는 유럽]

[여성 징병제]

 

 

 

징병제로 회귀하는 유럽

 

첨단 무기의 경연장이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투의 기본은 병력 확보라는 게 새삼 확인되고 있다. 무기가 아무리 좋아져도 운용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드론이나 미사일로 적을 초토화시킨 뒤 실제 영토를 점령하는 건 군인들 몫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사자는 늘어가는데 빈자리가 안 채워지면 부대원들 사기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양측 모두 병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 수혈했던 바그너 용병이 바닥나자 북한군을 파병받았고, 우크라이나는 환갑이 지난 남성들까지 입대시키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4년째 전쟁을 지켜보는 유럽 국가들은 초조하다. 전세가 러시아로 기울어 위협은 더 커졌는데 미국은 유럽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 없이 유럽 지키기’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하지만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80년간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며 긴 평화를 누려왔다. 1990년 냉전 종식 후엔 징병제도 대부분 없앴다. 이제야 군비 증강을 시도하지만 국방 예산을 확 올리기도 어려울뿐더러 최신 무기를 도입해 실전 배치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징병제 부활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독일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독일은 우리나라(48만 명)와 비슷한 50만 대군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18만 명 수준이다. 독일 국방부는 “징병제 폐지는 실수였다”면서 앞으로 10년간 징병을 늘리고, 예비군을 키워 46만 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6개월 의무 복무 후 자발적으로 1년에서 최대 17개월까지 추가 복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세르비아도 속속 징병제로 회귀했다.

 

북유럽에선 여군 징집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공격당했던 역사가 있는 나라들인 만큼 위기감이 더욱 크다. 덴마크는 올 7월 여성 징병제를 시작했다. 2027년 도입하려다가 2년 앞당겼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북유럽에서도 여성 징병은 찬반이 뜨거웠다. 하지만 군이 시민사회 구성과 동떨어지면 안 된다는 인식하에 성 중립적 징병제를 도입했고, 젊은 남성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적 한계도 있었다.

▷수십 년간 평화에 젖어 있던 유럽이 징병제를 부활시키고 있지만 지금의 국민은 그때 사람들이 아니다. 무작정 입대를 명령했다간 큰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 유럽 국가들의 고민이다. 독일은 신체검사를 의무화하면서도 통과자를 모두 입대시키진 않고 부족한 인원만큼만 뽑기로 했다. 제비뽑기로 추첨 선발한다. 여성 징병제 역시 형평성 논란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한국은 저출산 시대에 징병제를 어떻게 유지할지 진작부터 고심해왔는데 이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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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

 

2차 세계대전 때 여성 징병제를 처음 실시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하지만 전투에 투입하지는 않았다. 미국과 독일도 여성을 타자수나 전화교환수 등으로만 활용했다. 처음으로 여성을 전투에 투입한 나라는 소련이었다. 여성으로만 이뤄진 비행연대가 ‘밤의 마녀’로 불리며 독일군에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인내심과 관찰력이 뛰어나다며 여성을 저격병으로도 대거 투입했다. 독일군 1만명이 이들 손에 저격됐다.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소련 내에선 ‘그래도 전투와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후일담이 적지 않았다.

 

▶여성 징병제 대표국 이스라엘도 여성 전투병은 소수다. 전체 병력 35%가 여성이지만 전투병은 5% 정도다. 하지만 여성들 요구로 보직에 남녀 구별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1995년에 한 여성이 전투기 조종사 훈련소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승소했다. 여성에게 비전투 업무만 맡기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2004년엔 혼성 전투부대도 생겼다.

 

▶최근 몇 년 사이 북유럽 국가에 여성 징병제가 앞다퉈 도입됐다. 영토 대비 인구수가 적은 상황에서 러시아 등 안보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6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여성 2명에 남성 4명을 의무적으로 한 내무반에 배치한다. 남녀 병사가 등 돌린 채 옷 갈아입는 내무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군인들은 “우리는 전우일 뿐”이라고 했다. 몇 년 뒤 보고서는 우려했던 생활 문란은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남성만을 징집 대상으로 규정한 병역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 소송이 10여 차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 신체는 전투에 부적합하고, 여성을 복무시키면 군 시설 마련 등에 큰 비용이 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 평등 병역이 옳다는 여성계 인사들도 많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대표자다. ‘남자들의 군부심(군대 갔다 온 자부심)이 보기 싫으니 여성 징집제 도입하자’는 여성 댓글도 인터넷에 적지 않다.

 

▶청와대 게시판에 ‘여성도 남성과 같이 징병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비슷한 청원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제기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재밌는 이슈”라며 웃어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대 남자들의 이탈 때문이다. 정치권이 앞장선다. 한 민주당 의원은 남녀 모두 100일간 의무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고 했다. 군 가산점제 부활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의 여성 징병제 논의는 ‘강하고 효율적인 국방’보다는 ‘기계적 평등’ ‘남성 표심 잡기’ 측면이 더 크다. 얄팍한 주장일 뿐이다. 북유럽 국가들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성 평등이 아니라 안보 강화였다.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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