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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형태를 건축으로] [르코르뷔지에, 현대 건축 개념.. ] ....

뚝섬 2025. 12. 9. 10:14

[기억의 형태를 건축으로]

[르코르뷔지에, 현대 건축 개념 제안한 스타 건축가

['파격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

 

 

 

기억의 형태를 건축으로 

프랭크 게리, 루 루보 뇌건강 연구소, 2007~2010년, 스테인리스 스틸 및 유리·스투코 혼합 구조,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지난주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1929~2025)가 별세했다. 20세기 말의 건축을 단 한 명으로 요약해야 한다면 그건 게리의 몫이 될 것이다. 건물의 기본이 기둥, 보, 벽으로 이루어진 네모였다면, 게리가 만든 비정형의 평면, 뒤틀린 구조, 일렁이는 곡면,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금속성 표면은 건축의 기본 개념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리는 자신이 건축이 아닌 조각을 한다고 했다. 건축이 기능을 담는 구조의 문제라면, 조각은 의미를 담는 형태의 문제가 된다.

 

루 루보 뇌건강 연구소는 라스베이거스의 사업가 래리 루보가 알츠하이머를 앓다 세상을 떠난 부친 루 루보를 기리며, 퇴행성 뇌질환의 연구 및 치료를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당시 게리 또한 뇌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헌팅턴병의 퇴치를 위한 연구 재단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루보에게 새 연구소에서 헌팅턴병도 다룬다면 설계를 맡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연구소는 요동치는 형태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를 내세운 이벤트 센터와 직사각형 상자를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모양의 의료 및 연구동으로 이루어졌고, 두 동은 정원으로 연결된다. 평론가들은 상반된 두 구역이 ‘논리적 좌뇌’와 ‘창의적 우뇌’ 같은 이분법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혹자는 여러 겹의 왜곡된 평면이 무너질 듯 혼란스레 중첩된 형상에서 환자들의 불안과 혼돈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루 루보 연구소는 ‘기억을 살리는 재단(Keep Memory Alive)’에서 운영한다. 어쩌면 기억이란 원래부터 이처럼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연상의 조각들이 혼란스레 뒤엉킨 무질서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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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 현대 건축 개념 제안한 스타 건축가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주장

 

20세기를 대표할 만한 건축 거장을 묻는다면 아마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코르뷔지에(1887~1965)를 꼽을 사람이 많을 겁니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 연희정음에서는 르코르뷔지에와 한국 건축가 김중업의 건축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요. 연희정음은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였던 김중업이 지은 주택을 개조한 공간입니다. 르코르뷔지에의 삶을 따라가 보면 현대 건축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죠. 

 

르코르뷔지에가 현대 건축 5원칙을 적용해 만든 대표작인 빌라 사보아 모습. /위키피디아

 

스위스의 시계 산업 중심지 라쇼드퐁에서 태어난 르코르뷔지에의 본명은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입니다. 가업을 이어받아 시계 장인이 되려고 미술학교에서 시계 장식과 공예 등을 배우게 됐는데,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권유로 건축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르코르뷔지에는 현대 건축을 송두리째 바꿨습니다. 1914년에 제안한 ‘돔이노’ 구조를 통해서죠. 돔이노는 당시까지만 해도 외벽이 감당하던 건물의 무게를 철근 콘크리트 기둥이 지탱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돔이노 구조로 건물을 지으면 창문과 지붕, 바닥을 건축가가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죠. 1923년에 출간한 책 ‘건축을 향하여’에서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말하며, 건축도 기계처럼 불필요한 장식을 줄이고 쓰임새에 맞게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어요.

 

1927년에는 ‘현대 건축의 5원칙’을 발표합니다. 철근 콘크리트 기둥으로 건물 1층을 들어 올리고(필로티 구조), 더 이상 무게를 받지 않게 된 건물 외벽은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기다란 통창을 둬 실내로 햇빛이 더 많이 들어오도록 하고, 내벽은 원하는 위치에 자유롭게 배치해 방을 마음대로 만들고, 옥상에는 정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인데요. 지금도 건물을 지을 때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방식이죠.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주택 ‘빌라 사보아’는 르코르뷔지에가 이 원칙을 적용해 만든 대표작이에요.

 

그는 인간 신체 크기를 기준으로 ‘모듈러’라는 치수 체계를 만들어 건축물에 적용했어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지붕 높이, 창문 위치 등을 만들려고 한 거죠. 모듈러가 적용된 건물의 대표적 예시는 바로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입니다. 현대 주상 복합 아파트의 원조인 이곳은 상점, 호텔, 체육관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모듈러는 그의 후기 대표작인 프랑스 롱샹 성당에서도 나타납니다.

 

르코르뷔지에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일하는 지역을 분리하고, 일하는 지역에 높은 건물을 모아 짓자고 제안했어요. 이렇게 하면 나머지 공간을 녹지로 채우기 쉽다고 본 것이죠. 당시에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나라가 도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이디어가 모범으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나라 도시 개발에도 반영돼 있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조선일보(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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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1978년 LA 샌타모니카에 자신이 들어가 살 집을 지어 공개했을 때 건축계는 충격에 빠졌다. ‘프랭크 게리 하우스’로 명명된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짓고 있는 건지 부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주택 외벽에 값싼 함석판과 합판을 덧대면서 이미 사용한 적 있는 못을 써서 마감했다. 그마저도 못을 다 박지 않은 채로 방치해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인상을 일부러 줬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지었느냐?”며 의아해 하자 게리는 나는 건물이 완성됐다는 느낌이 싫다”면서 “집은 완전하게 지을 필요가 없고 계획과 도면에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게리는 완성된 것보다 즉흥적인 것,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변화에 끌렸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에 매료된 것도 그런 성향에 기인한다. 유대인인 게리의 가족은 안식일에 잉어를 요리해 먹었는데 10대 시절 게리는 요리하기 전에 잉어를 풀어놓은 욕조에 들어가 놀곤 했다. 작품에도 이런 성향이 투영됐다. 물밖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순간의 모습을 포착한 21m 크기 물고기 조형물로 유명한 일본 고베시 ‘피시 댄스 레스토랑’,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경기장 앞에 있는 물고기 조각 등이다.

 

▶티타늄을 휴지처럼 구겨서 건물 외벽을 꾸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빛의 반사에 따라 일렁이는 파도처럼 보이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야외음악당, 빌딩의 중간 부분을 종이 상자처럼 손으로 움켜쥐어 쭈그러뜨린 형태의 체코 프라하 나쇼날레 네덜란드 빌딩 등에도 물고기의 역동성을 건축에 담고자 했던 게리의 의중이 녹아 있다. 한국에도 게리의 건축 미학을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이 있다. 2019년 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에 등장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의 유리 지붕이다. 도포자락 흔드는 한국 무용의 우아하고도 역동적인 춤사위를 표현했다.

 

▶평생 ‘규칙의 파괴자’라는 말을 들었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5일 영면에 들었다. “건물이 건물처럼 보이는 것이면 그리스 신전조차 싫다”며 세상에 없던 건물을 탄생시켜온 그는 생전 자신의 작품을 ‘미지(未知)로의 도약’이라고 설명했다.

 

▶게리의 말대로 건축가는 도시에 이전에 없던 표정을 선사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씨마크 호텔을 설계한 ‘백색의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는 서울과 강릉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한강 노들섬에 공중정원을 짓는다는 소식도 우리를 설레게 한다. 그게 건축의 힘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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