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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레이더.. ] [전파전쟁]

뚝섬 2025. 12. 9. 08:08

[블랙홀]

[레이더, 전파 반사되는 시간으로 물체 위치 파악… ]

[전파전쟁]

 

 

 

블랙홀

 

우주의 거대한 중력 실험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대요

 

현재 ‘전파망원경’ 총 13만여 대를 호주와 남아공에 설치하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 ‘SKA’가 진행되고 있어요. 사상 최대 규모랍니다. 전파망원경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관측하는 장비로, 커다란 접시 모양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방대한 규모의 전파망원경을 만드는 이유는 지구에서는 연구하기 어려운 ‘중력’과 우주 저 멀리 있는 ‘블랙홀’의 비밀을 관측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구의 중력은 연구할 수 없다고?

 

여러분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빠지지 않고 우리 몸에 작용하는 힘이 무엇인지 아나요? 바로 중력입니다. 우리가 둥둥 떠다니지 않는 것은 모두 지구의 중력 덕분이죠. 숨 쉴 공기를 우리 주변에 붙잡아 두는 힘 역시 지구의 중력입니다. 중력은 우리에게 공기만큼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에게 중력은 자연에 존재하는 힘 중 가장 연구하기 까다롭고,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 찬 비밀스러운 힘이랍니다. 왜 그럴까요? 중력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래요. 얼마나 약한지 실험해 볼까요? 플라스틱 책받침을 스웨터에 문지른 뒤 머리카락에 가까이 대보세요. 머리카락이 책받침 쪽으로 쭈뼛 솟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책받침에 생긴 아주 작은 정전기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지구의 중력보다 세기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자석 하나로 클립을 들어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죠.

 

과학자의 상상 속 존재였던 블랙홀

 

중력은 이처럼 다른 힘들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미세한 중력의 성질을 제대로 측정하거나 연구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대요. 과학자들이 지구라는 약한 중력 실험실을 벗어나, 저 멀리 우주에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중력 실험실을 찾아냈어요. 바로 ‘블랙홀’입니다.

 

과거에는 블랙홀이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천체로 여겨졌어요. 18세기 영국 과학자 존 미첼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중력을 가진 ‘다크 스타(어두운 별)’를 처음 떠올렸을 때만 해도, 그것이 실제로 존재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죠. 미첼은 당시 빛이 질량을 가진 작은 알갱이라고 생각했고, 여기에 뉴턴의 중력 이론을 적용하면 중력이 너무 강해서 빛도 탈출할 수 없는 별이 있을 거라고 계산해본 것이에요. 오늘날 우리는 빛은 질량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미첼은 이미 18세기에 현대 블랙홀과 비슷한 개념을 예측한 거랍니다.

 

빛을 가둘 만큼 강한 블랙홀의 중력

 

블랙홀이 중력 연구에서 중요한 이유는 간단해요. 중력이 아주 강하기 때문이죠.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모든 질량이 한 점에 모여 주변의 시공간까지 심하게 휘게 만듭니다. 특히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인 ‘사건 지평선’ 근처에선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중력이 일어난대요.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해 중력을 연구하려는 거예요.

 

최근 중력 연구의 놀라운 성과들도 모두 블랙홀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력파’입니다. 2015년 미국의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LIGO) 연구진은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 발생한 중력파를 인류 최초로 관측했습니다. 중력파는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듯,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 시공간이 출렁이며 우주로 퍼져 나가는 파동입니다. 너무 미약해 그동안은 확인하기 어려웠던 중력파를 10년 전 처음 확인하게 된 것이죠.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생긴 시공간의 변화를 정밀한 장비로 측정했답니다.

 

인류가 최초로 블랙홀을 관측하다

 

2019년 세계 과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을 이용해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전파망원경들이 같은 순간에 블랙홀을 관측하면, 각 망원경이 받아온 신호를 정교하게 합쳐 마치 하나의 초대형 전파망원경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제 망원경의 지름이 커진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겨 먼 우주까지 관측할 수 있어요. EHT는 이런 방식으로 세계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든 셈이죠. 자랑스럽게도 한국천문연구원과 우리나라 연구진도 이 위대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주와 남아공에서 진행되고 있는 SKA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중력파를 우리에게 들려줄 거예요. 세계 연구진은 전파망원경을 지구 밖 우주로 쏘아 올려 지구보다 훨씬 큰 가상의 전파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을 더 정밀하게 관측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력파를 통해 보이지 않는 중력을 확인하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블랙홀의 모습을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블랙홀에서 밝혀질 우주의 비밀을 푸는 주인공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서 나오길 바랍니다. 우주 저 멀리에서 중력파를 보내고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이 호기심 많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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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전파 반사되는 시간으로 물체 위치 파악…

 

하늘·바다·우주까지 활용돼요

 

지난달 2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어요. 또 지난 2일에는 누리호에 실렸던 초소형 위성(큐브 위성) 12개 중 9개가 우주 궤도에 잘 안착했다는 사실이 교신을 통해 확인됐지요. 지구 밖 큐브 위성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있는 건 바로 ‘레이더’ 기술 덕분입니다. 오늘은 약 100년 전 개발된 레이더 기술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아볼까요?

 

레이더는 전파를 쏜 뒤,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분석해 물체의 위치 등을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4년 전인 1935년 영국 기상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물리학자 로버트 왓슨 와트가 개발했어요. 

 

1945년 촬영한 영국 공군의 레이더 시설 체인 홈 모습. /위키피디아

 

당시 영국은 나치 독일이 ‘죽음의 광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적군 전투기에 타격을 줄 정도의 강력한 전파를 쏘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당시 위협을 느낀 영국 공군이 왓슨 와트에게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답니다.

 

왓슨 와트와 동료들은 연구를 통해 죽음의 광선이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대신 연구 과정에서 비행기 같은 물체에 전파를 쏘면 전파가 되돌아와서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레이더의 기본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레이더가 나라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영국 공군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과 가까운 영국 동남부 해안에 체인 홈(Chain Home)이라는 레이더 탑 19개를 설치했죠. 이 시설은 독일 폭격기의 규모와 비행 방향 등을 탐지해 공격에 대응할 수 있게 했어요.

 

전쟁이 끝날 무렵 레이더 탑은 50개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독일군도 전쟁 중 이 시설을 보긴 했지만,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어요.

 

레이더 기술은 히틀러의 ‘바다사자 작전’이라고 불리는 영국 상륙 작전을 막는 데도 큰 역할을 했어요. 당시 영국과 독일은 공군·해군 위주로 전투하고 있었는데, 이 작전이 성공하면 독일에 유리한 육군 위주 전투로 바뀌어 독일이 영국을 점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독일군이 영국의 바다와 하늘을 먼저 장악해야 했죠. 그래서 독일은 영국 동남부에 폭격기를 끊임없이 보내며 전력을 쏟아부은 거예요. 결국 영국의 체인 홈을 뚫어내지 못한 독일은 바다사자 작전도 실행하지 못하게 됐답니다.

 

레이더 기술은 이후에도 무궁무진하게 활용됐어요. 배에 부착돼 암초를 미리 피하고 물고기 떼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졌죠. 기상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빗방울 등에 부딪혀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더욱 정확한 기상 예보가 가능해졌답니다. 군사 분야에서는 더 광범위하게 쓰이게 됐는데요. 적의 미사일 폭격을 레이더로 미리 감지해 공중에서 맞받아치는 ‘아이언돔’ 같은 방공 시스템이 대표적이랍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조선일보(2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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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 전쟁

 

2019년 9월, 미 언론 폴리티코는 “2017년 워싱턴DC 도심에서 IMSI(가입자 식별 인증키) 캐처가 다수 발견됐으며, 포렌식 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IMSI 캐처는 주변 휴대폰들이 ‘가짜 기지국’을 진짜 기지국으로 인식하게 만든 후, 전파를 잡아내 휴대폰 위치, 통화 내용, 문자 메시지 등 민감 정보를 가로채는 장비라고 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부인했고, 미국은 확인해 주지 않았지만 IMSI 캐처가 최첨단 정보전에 활용된다는 사실은 드러났다.

 

1888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의 존재를 증명했을 때, 인류는 공간을 초월하는 소통 시대를 열었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이제 전파는 소리 없는 총성이 되어 현대 전자전(電子戰) 시대를 열었다. 인터넷·자율주행·스마트시티·원격의료 등 모든 것이 전파로 연결된 사회에서 이제 전파는 경제, 사회는 물론 군사력까지 결정하는 무기가 된 것이다.

 

▶미국 등 강대국은 적국에서 나오는 전파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다. 주요 정보 도청을 넘어 적국 레이더의 전파 특성을 축적해 유사시 재밍으로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폭격은 반드시 적 레이더 재밍과 함께 실시한다. 미국은 이 전자파 정보만은 어떤 동맹국에도 제공하지 않는다. 전파로 조종하는 드론은 재밍을 당하면 오작동이 유발돼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로 상대 드론과 미사일을 재밍하는 치열한 전파 전쟁터가 되고 있다.

 

▶초연결 사회의 필수 인프라인 5G와 곧 다가올 6G 통신망은 경제 전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이 통신 장비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 싸우고 통신 기술 표준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은, 단순한 기술 다툼이 아니라 경제 군사 패권과 직접 관련돼 있다. 결국 전파는 정치와 범죄까지 바꾸고 있다. 튀르키예 등에선 ‘가짜 기지국’을 이용해 정치인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동남아에선 이 장비가 범죄 조직의 금융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아직 조사 중이지만 이번 ‘KT 소액 결제 해킹 사건’에도 ‘가짜 기지국’이 등장했다. 가짜 기지국은 진짜 기지국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내 주변 스마트폰을 강제로 연결한 후, 사용자의 고유 식별 정보인 IMSI를 탈취해 해킹하는 수법이다. ‘가짜 기지국’은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이러다 ‘밤새 휴대폰은 안녕하셨나요’라는 인사가 등장할지 모르겠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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