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도 BBC도 놀란 수능]
[전공 교수도 못 푸는 수능 문제]
NYT도 BBC도 놀란 수능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단어 퍼즐이나 스도쿠 같은 퀴즈 코너로도 유명한 신문이다. 퀴즈 푸는 재미로 구독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NYT가 최근 한국에서 ‘불수능’ 논란을 빚은 영어 문항들을 퀴즈로 내보냈다.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이나 게임 관련 뇌과학 이론 등 난해한 지문들과 함께 “당신이라면 시험에 통과할 수 있을까”라면서 독자를 ‘도발’했다. NYT를 즐겨 보는 상대적 고학력 원어민에게도 한국 고3 수험생이 풀어야 할 수능 문제가 만만찮은 도전이라고 본 것이다. NYT는 수능 출제위원장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수능 영어의 고난도는 영국 언론에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영국 BBC방송은 “고대 문자 해독 수준” “미친 시험”이라면서 올 수능 영어 문제를 소개했다. 이런 악명 높은 ‘8시간 연속 시험 마라톤’을 준비하는 데 한국 청소년들은 평생을 바친다고도 했다. 특히 비디오 게임 용어를 소재로 한 39번 문항을 공개했는데, “잘난 척하는 말장난”이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쓰기”라는 독자들의 비판도 기사에 실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수능 영어의 세 문항을 소개한 기사에는 350여 개 댓글이 달리는 등 일반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내가 의대 우등 졸업생인데 한 개밖에 못 맞혔다.”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에 응시한 영국 수재들이나 풀 수 있을 정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가디언은 이번 수능에서 논란이 된 지문 속 ‘컬처테인먼트(culturtainment)’란 합성어에 주목했다. 그 말을 만든 영국인 교수는 통상적 표현이 아니어서 시험에 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영어 종주국도 기겁하는 수능의 난해함은 영어만의 얘기가 아니다. 학업 능력보단 잔기술로 정답을 찾는 경주에 가깝다는 것이다. 학원가에선 지문을 이해하지 않고도 문제 속 키워드를 지문에서 빠르게 찾아 매칭하는 ‘눈알 굴리기’ 기술을 가르친다고 한다. 차분하게 문제를 풀다간 시험 시간을 맞출 수 없어 유형별로 도식화한 뒤 수백 번 문제 풀이 훈련도 반복한다. 시험 기술로 무장한 수험생들을 상대하는 출제자들도 답답할 것이다. 지난 32년간 누적된 기출문제는 물론이고, 시중의 어떤 문제집과도 안 겹치는 문제를 내야 한다.
▷그런 토양에서 생겨난 수능 문제들은 전문가들도 쩔쩔매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어뿐만이 아니다. 올 과학탐구 문제를 풀어본 KAIST 총장은 “풀이 기술 없인 손도 못 대겠다”며 포기했고, 유명 소설가는 “이런 국어 문제를 다 맞힐 정도면 대학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입용 시험인데 정작 교수가 풀기 어렵고, 다 맞히면 대학 갈 필요도 없다니 수능은 도대체 뭘 평가하려는 시험인지 궁금해진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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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교수도 못 푸는 수능 문제

지난해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영국 옥스퍼드대와 런던의 명문고 재학생 각 5명씩 10명에게 우리나라 수능 영어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1등급인 90점대를 맞은 학생은 4명에 불과했다. 4명은 2등급에 해당하는 80점대였고 2명은 3등급인 70점대를 맞았다. 영어 원어민 중에서 공부 좀 한다는 참가자들도 쩔쩔매며 “문제가 의미 없이 어렵기만 하다”고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생전에 대입 논술 시험 문제를 비판한 적이 있다. 평생 글을 쓴 자신도 대입 논술에 자신이 없다며 대학의 각성을 촉구한 것이다. 문제를 받아든 석학의 입에서 ‘아이고’ 소리부터 나왔다. “내가 이거 시험 치면 큰일 날 뻔했네. 이렇게 부분적인 걸 써 놓고 내 생각을 써 봐라 하면….” 이런 식의 논술은 객관식 OX 문제보다 더 큰 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이 전 장관은 경고했다. 그러자 당시 서울대 출제위원장이 “학생들은 풀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작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 킬러 문항은 없앴다고 하지만 일부 수능 문제의 난도는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과목마다 터무니없는 수능 문제에 대한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닐 정도다. 시인이 자신의 시를 지문으로 한 대입 모의고사 문제를 단 하나도 맞히지 못했다니 말 다 했다. 이렇게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렵거나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수록 학원들은 매출이 증가해 신바람이 날 수밖에 없다.
▶이번엔 한 고교 화학 교사가 “단언컨대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딴 사람도 수능 화학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글을 써서 화제다. 수능 화학은 “어린 학생들에게 시간 내에 빨리 문제를 푸는 요령만 익히게 하는 방식”이라 화학 잘하는 것과 상관이 없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화학물리학 박사인 김성근 포스텍 총장도 “교사의 글을 보고 그 문제를 풀어봤는데 시간 내에 답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한국의 수능은 예나 지금이나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기술을 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능 본래 취지인 폭넓은 사고력 평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변별력 평가를 위해 난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챗GPT에 물으면 실시간으로 답을 알려주는 시대에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른 문제는 지적이 쌓이면 조금씩이나마 나아지는데 교육 문제만큼은 요지부동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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