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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때밀이'] [hallyu]

뚝섬 2025. 12. 29. 08:47

['K 때밀이']

[hallyu]

 

 

 

'K 때밀이'

 

“처음엔 고문 같지만, 끝나면 아기 피부가 됩니다.” 요즘 외국인들은 한국의 세신(洗身)을 ‘돌고래 피부’를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서비스라고 부른다. 미국 토크쇼의 전설로 불리는 코넌 오브라이언이 LA 찜질방에서 때미는 모습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300만회를 넘었다. 국수처럼 나오는 자신의 때를 보며 그는 경악과 환희로 떨며 외친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

 

▶처음부터 ‘K 때밀이’가 갈채를 받은 건 아니다. 과거 외신들은 ‘피부 학대인가, 청결인가’를 제목으로 뽑았고, 세신사가 손님 몸을 뒤집으면 ‘인간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묘사했다. 10년 전 한국 찜질방을 체험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주말 특집판에서 “죄수들처럼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 코를 고는 모습은 한국식 ‘과로 사회’의 상징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지금은 반대다. 서울 한 5성급 호텔은 국내 고객을 겨냥해 세신 서비스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내놨는데, 고객 84%가 외국인이었다고 한다. 부산의 한 대형 목욕탕도 올해 전체 입장객의 50%가 외국인이었다. 1인 세신 숍도 외국인 예약으로 빈자리가 없다. 초록색 이태리 타월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다이소나 올리브영에서 구입할 필수 기념품 1순위로 꼽힌다.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한국 때밀이 수건엔 리뷰만 3만개 넘게 달렸다. “마법의 박리” “각질 제거의 신세계”라는 칭찬이 붙어 있다.

 

▶때를 미는 풍습은 기원전에도 있었고, 동서양도 가리지 않았다. BC 4세기의 고대 그리스 청동상 ‘아포쿠시오메노스’는 제목 자체가 ‘때 벗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000년 전 송나라의 소동파는 ‘목욕에 대하여’(如浴)라는 짧은 시에서 ‘盡日勞君揮/輕手, 輕手!’(하루 종일 팔 휘두르느라 수고가 많소 /(그런데) 살살, 좀 살살!)라고 노래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요즘도 전문 인력들이 목욕탕 하맘에서 때를 밀어준다.

 

다른 건 우리나라가 ‘매력 국가’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이 때를 잘 밀어서가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나 중국의 때밀이 문화도 역사가 깊지만, 다른 나라 대중은 관심이 없다. 그들은 BTS가 한국식 찜질방을 소개하고 ‘K팝 데몬헌터스’ 주인공들이 초록색 수건으로 때를 박박 미는 장면에 반했다. ‘한국인처럼 해야 나도 멋있어질 것 같아.’ K세신은 피부 학대가 아니라 ‘과학적인 피부 관리’로 정의된다. 문화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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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u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난 오빠 없으면 안 돼”란 대사가 나온다. 이때 나오는 영어 자막이 “I need you, old man”이다. 나이 많은 ‘남사친’(남자사람 친구)을 old man으로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oppa(오빠)가 쓰일 것 같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최근 ‘오빠’ ‘한류(hallyu)’ 등 한국에서 비롯된 단어 26개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 사전은 공식 블로그에 ‘대박(Daebak)! OED가 K-업데이트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을 뜻하는 K를 앞에 붙인 것들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업데이트됐다는 설명이다.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현상을 바탕으로 ‘한류’란 말도 올렸다.

▷새로 실린 단어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공이 크다. ‘K드라마(K-drama)’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 드라마 인기에 기인했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chimaek)’은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다. 배우 전지현은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란 대사 한마디로 글로벌 치맥 열풍을 가져왔다. ‘먹방(mukbang)’은 2015년 국제 학술계에 소개됐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회인 IAMCR에 ‘mukbang’을 주제로 학술논문을 내면서다.

 

▷흔히 영어와 다른 언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어휘의 풍부함이라고 하지만 모든 언어에는 다른 언어보다 표현이 더 풍부한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빌 브라이슨의 ‘언어의 탄생’). 이번에 추가된 ‘언니(unni)’ ‘오빠(oppa)’ ‘누나(noona)’가 그렇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K팝 스타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한 이 어휘들은 한류의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동시에 정(情)이라는 한국만의 풍부한 정서를 담는다. ‘스킨십(skinship)’ ‘파이팅(fighting)’은 청춘들을 위로하는 BTS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K팝(K-pop)이란 말은 1999년 한글날 빌보드 한국 특파원의 소개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후 2016년 이 사전에 올랐다. 요즘엔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가 쏜살같이 번역, 유통되는 시대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추억의 간식 ‘달고나(dalgona)’도, BTS의 지민·뷔·정국을 부르는 ‘막내(maknae)’도 조만간 글로벌 어휘로 뜰 가능성이 있다. 지금 세계인이 한류를 선망하고 있다. 한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다.

-김선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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