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황성]
[왜행성(矮行星)]
명황성
행성 자격 잃은 비운의 천체? 태양계 너머 비밀 풀 열쇠!
20년 전인 2006년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배워왔던 과학 교과서 내용을 고쳐야 하는 일이 생긴 해입니다. 태양계 행성의 순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에서 마지막 글자 ‘명’을 가리키는 명왕성이 사라지게 된 거죠. “행성은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많은 사람이 이처럼 의아해했어요.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이유는 누군가의 실수나 단순한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랍니다. 이 사건은 오히려 과학이 어떻게 질문하고, 기준을 다시 세우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예요.


미국 천문학자가 발견한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했습니다. 당시까지 과학자들은 태양계 마지막 행성이던 해왕성의 움직임이 계산과 조금 어긋난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 바깥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 가상의 천체는 ‘행성 X’라고 불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톰보는 밤하늘을 관측하며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속에서 아주 조금씩 위치가 변하는 희미한 빛을 찾아냈고, 마침내 새로운 천체를 발견했어요. 이게 바로 명왕성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망원경 성능이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기 때문에 명왕성의 정확한 크기와 질량을 측정하기 어려웠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해왕성 바깥에서 발견된 새로운 천체는 행성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명왕성은 자연스럽게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정체가 밝혀지자 행성 자격을 잃은 명왕성
시간이 흐르면서 관측 기술은 크게 발전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대형 망원경과 컴퓨터 분석 기술 등장으로 명왕성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됐어요. 그 결과 명왕성은 다른 행성들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달보다도 작고 가벼웠어요. 또한 명왕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는 다른 행성들과 달리 크게 기울어져 길쭉한 타원 모양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도 발견됐습니다. 명왕성 근처에서 비슷한 크기의 천체들이 계속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심지어 이 중에는 명왕성보다 큰 천체도 있었죠. 이 천체들이 위치한 지역은 현재 카이퍼 벨트라고 불립니다. 수많은 얼음 천체가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명왕성 주변 천체들은 뭐라고 해야 하나?” “이 천체들까지 모두 행성이라고 부른다면 태양계는 어떻게 되나?”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결국 핵심은 어떤 게 ‘행성’인지를 정하는 기준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행성이 뭔지에 대해 세계가 합의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대요. 그런데 이제 태양계 안에 명왕성과 비슷한 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기존 방식만으로는 태양계를 설명하기 어려워진 거죠. 결국 2006년 국제천문연맹은 공식 회의를 열어 처음으로 기준을 정해요. 다음과 같은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행성이라는 겁니다. 첫째로 태양 주위를 돌아야 하고, 둘째로 중력이 있어 둥근 모양을 유지해야 해요. 셋째로 궤도 주변에 다른 큰 천체가 없어야 합니다. 명왕성은 앞의 두 기준은 충족했지만, 맨 마지막은 해당되지 않았죠. 그 결과,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 것으로 다시 분류됩니다.
해왕성 너머 명왕성 대신 ‘9번째 행성’?
명왕성이 제외되면서 태양계에는 공식적으로 여덟 행성만 남게 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명왕성이 과학적 가치를 잃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명왕성은 태양계 가장 바깥쪽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랍니다.
201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정밀 관측한 결과, 명왕성 표면에 넓은 얼음 평원과 높은 산맥뿐 아니라 얇지만 복잡한 대기가 형성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는 명왕성이 단순히 얼어붙은 돌덩이가 아니라, 명왕성 내부와 표면에서 계속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겁니다.
명왕성을 계기로 과학자들은 다시 태양계의 바깥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질문합니다. “혹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또 다른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왕성 너머에는 태양을 도는 데 수천 년 이상 걸리는 작은 천체들이 있답니다. 이들의 궤도를 분석하던 과학자들은 일부 천체들의 궤도 방향이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2016년 일부 천문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거대한 행성 하나가 이 천체들의 움직임에 중력으로 영향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죠. 이것이 바로 9번째 행성 가설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가설이 완전히 증명된 것도, 완전히 부정된 것도 아니에요. 과학자들은 계속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미지의 우주, 정답보다 중요한 질문
해왕성 너머의 어두운 공간에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어요. 관측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동안 설명하지 못했던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단서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미래 세대인 학생 여러분에게 넘어옵니다. 만약 여러분이 천문학자라면, 우주 속 어느 지점을 가장 먼저 살펴보고 싶나요? 교과서에 아직 실리지 않은 새로운 천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태양을 돌고 있을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작은 어긋남을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과학은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이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러분 세대의 탐구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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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행성(矮行星)
행성 닮았는데 중력 약해… 태양계에 명왕성 등 5개
1992년부터 작은 천체 대거 발견돼… 2006년 국제천문연맹, '행성' 재정의
행성 되려면 둥근 형태로 태양 돌며 궤도 주변 잔재 흡수할만큼 중력 세야
명왕성은 둥글고 태양 주위 돌지만 중력 약해 행성 지위 잃고 왜행성됐죠
지난달 28일 프랑스 마르세유 천체물리학연구소는 과학 잡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을 통해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 히기에이아(Hygiea)를 왜행성(난쟁이 행성·dwarf planet)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했어요. 현재 소행성인 히기에이아를 왜행성으로 신분을 올려줘야 한다는 제안이죠. 태양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은 여덟 개, 왜행성은 다섯 개, 그리고 소행성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행성, 왜행성, 소행성은 어떻게 다르고, 왜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이 되어야 한다는 걸까요?
◇행성, 왜행성, 소행성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라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새로 정한 태양계 행성의 정의를 따른 결과입니다.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일 것. 둘째, 자체 중력으로 구(球) 형태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을 것. 셋째, 궤도 주변의 잡동사니 잔재들을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지배력(즉 중력)을 가지고 있을 것.
왜행성은 첫째와 둘째 조건은 만족하지만, 셋째 조건에서 탈락한 천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소행성은 첫째 조건만 만족하는 천체고요. 히기에이아는 첫번째 조건만 만족하는 '소행성'이었는데, 이번 관측 결과 생김새가 구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왜행성'의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됐습니다. 국제천문연맹에서 승인받으면 공식적으로 '왜행성'이 될 전망입니다.
◇'행성 X' 찾다 발견한 '해왕성' '명왕성'
그런데 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에야 '행성의 정의'를 다시 내렸을까요. 오랫동안 행성이었다가 왜행성으로 급이 떨어진 '명왕성'이 일으킨 논란 때문입니다. 1980년에 출간돼 여전히 과학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행성이 아홉 개라고 설명합니다. 명왕성이 행성이었던 시절의 흔적입니다.

1781년 영국의 윌리엄 허셜은 천왕성을 발견합니다. 천왕성은 별인지 행성인지 불분명했는데 망원경을 통해서 천왕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확인한 거죠. 그런데 천왕성의 궤도는 설명이 어려웠어요. 이때까지 발견된 다른 행성과 천체들의 움직임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 X'가 천왕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마침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천체들 사이의 미세한 중력 효과를 다룰 수 있는 수학적 계산법을 개발해줬습니다.
1846년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해왕성 위치를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독일 천문학자인 요한 갈레는 르베리에가 예상한 위치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해왕성을 발견해내죠. 그렇지만 여전히 천왕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면 제2의 '행성 X'가 필요했습니다. 그 노력의 끝에서 1930년 미국의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합니다. 그렇지만 명왕성도 '행성 X'가 되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말이 나왔죠.
그런데 '행성 X' 가설은 1993년 보이저 탐사선을 통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정확한 질량 값을 측정하면서 폐기됩니다. 새 질량 값에 따르면 기존 천체의 궤도가 모순 없이 설명됐거든요. 해왕성과 명왕성을 발견하도록 했지만 '행성 X'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76년 동안만 행성이었던 명왕성
명왕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질량을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 발견됐을 때 명왕성은 지구 질량의 17배인 해왕성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1978년에 보다 정밀한 측정을 해보니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죠.
천체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명왕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문학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명왕성 정도의 크기와 운동을 하는 다른 천체가 많다는 것이 분명해졌거든요.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하려면 태양계의 행성은 9개가 아니라 배 이상 늘어야 할 상황이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의 발견을 시작으로 태양계 최외곽에 행성이 되지 못한 잔재들로 이뤄진 천체가 무수히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 이를 예측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카이퍼 벨트'라고 묶어 부르죠. 명왕성도 이런 카이퍼 벨트에 있는 많고 많은 천체 중 하나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행성이라면 공전 궤도 상의 다른 천체를 흡수하거나 튕겨낼 중력이 있어야 하는데 명왕성은 궤도에 비슷한 규모의 천체가 여럿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래도록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그냥 '소행성'으로 급을 낮추기는 아쉬웠고, 명왕성이 다른 부스러기 같은 천체와는 명백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을 정의하면서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듭니다. 왜행성은 말씀드린 대로 행성의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천체의 위성이 아닌 천체로 정의되었죠. 명왕성은 76년 동안 '행성'이었다가, 2006년에 '왜행성'이 된 것이죠.
왜행성은 현재 명왕성, 세레스,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5개가 있습니다.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으로 인정받으면 6개로 늘어나겠죠.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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