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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의 금기어] [이재명 대통령은 격노하지 않았다]

뚝섬 2026. 2. 12. 07:02

[민주당만의 금기어]

[이재명 대통령은 격노하지 않았다]

 

 

 

민주당만의 금기어

 

중국 마오쩌둥은 붉은 태양(紅太陽)으로 불렸다. 중국 공산당은 태양에 붉게 물드는 동쪽 하늘을 동방홍(東方紅)이라 하여 우상화했다. 그러다 보니 ‘태양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다’ 같은 말은 마오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돼 금지어가 됐다. 일본에서도 천황을 태양에 비유하는데 ‘해가 진다’는 천황의 퇴진을 뜻해 금기 취급을 당했다. 김일성 생일은 ‘태양절’이다. 한때 북에선 선글라스를 끼면 해를 가린다고 반동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권력자 외모를 비하하는 말도 금기다. 스탈린 공식 키는 169㎝지만 실제는 163㎝다. 그래서 소련에선 ‘작다’는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닮은 ‘곰돌이 푸’는 오래전에 검열 대상이 됐다. 인공지능 딥시크에 곰돌이 푸와 정치를 물어보면 답변 자체를 회피한다. 1980년대 한국에선 전두환 대통령 때문에 방송에서 대머리 분장은 물론 “훤하다” “머리가 빛난다” 같은 말을 쓸 수 없었다. 대통령과 닮은 한 배우는 방송 출연을 금지당했다.

 

▶인터넷에서 원래 뜻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말 중 하나가 ‘찢다’이다. 보통 ‘종이를 찢다’처럼 쓰이는 말이지만 지금은 ‘무대를 압도했다, 훌륭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10여 년 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에서 래퍼들이 “무대를 찢었다”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제는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야구 선수 오타니는 ‘만찢남’으로 불린다.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뜻인데, 그만큼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뜻이다.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 부원장으로 지명된 인사가 사퇴했다. 그는 한 여성 최고위원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오늘 연설, 찢었다”라고 썼는데 이것이 문제됐다고 한다. 개딸들은 그가 과거 이낙연 계파였다며 최근 SNS에 올린 이 글을 문제 삼았다. 당에선 공식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있지만 한 친명계 인사는 유튜브에 나와 “대통령 비하 표현이 ‘찢’이다. 이건 민주당에서 금기어다. 우리도 예의상 안 쓴다”라며 분노했다.

 

▶‘찢다’ 수난은 민주당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년 언론사가 ‘코스피, 천장 찢었다’라는 기사를 올렸는데 돌연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그 기사 인터넷 제목은 “천장 뚫었다”에서 “천장 뚫렸다”로 계속 바뀌었다. AI는 “일상에선 문제 없지만 정치적으론 혐오 표현이 될 수 있으니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싱크탱크 부원장이 생각이 모자란 점이 있었겠지만 민주당도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닌가 한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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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격노하지 않았다

 

[김순덕 칼럼]

다만 노했고, 강한 불쾌감 표현했지만
‘재판’이 역린이라는 사실, 만방에 알린 셈
사적 이해관계 따라 국정 운영해도 되나
대통령 감정 맞춰 춤추다 시스템 망칠 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2.10.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에서 ‘격노’는 금기어에 가깝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의 2차 특검 후보 추천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격노한 적은 없다”고 굳이 밝혔다. 대통령의 격노가 국가적 비극을 불러올 수 있음을 12·3 친위 쿠데타로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온몸으로 알렸기 때문일 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마구 밀어붙이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일단 멈췄다. 전격 합당 제안 19일 만인 10일 그가 사실상 백기를 들기 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 심기 관련 두 개의 설명이 나온 건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정 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합당을 전격 추진)하는 것처럼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노(怒)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한 것이다. ‘노했다’는 말은 ‘No했다’ 말고는 요즘 거의 안 쓴다. 격노라는 단어를 애써 피한 충정이 역력하다.

 

또 하나는 특검 후보 전준철 변호사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내용이다. 그는 대북 불법송금 재판에서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증언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변호한 적 있다. 이에 친명은 “반역” “역린”이라며 펄펄 뛰었고 정청래는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납작 엎드렸다.

강훈식 말대로 이 대통령이 격노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질타는 종종 한다). 역대 대통령 기사를 검색해 봐도 윤석열을 빼곤 격노 잘하는 대통령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격노했는지를 보면 그 대통령에게 무엇이 중한지 알 수 있다.

문재인은 퇴임 대담에서 “저는 격노 잘 안 하고요”라고 밝혔던 대통령이었다. 그가 취임 20일 만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의 국내 비공개 반입 사실을 보고받고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격노를 최대한 절제해 브리핑한 거다. 문재인에게는 대북·대중 관계가 우리 안보보다 중했던 모양이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노태우가 지지부진한 5공 청산에, 노무현이 북한의 전격 핵 보유 선언에 격노한 것은 능히 이해된다. 김영삼이 측근과 아들 비리 때문에, 김대중이 외환위기 와중에 미적대는 대기업 ‘빅딜’ 때문에 격노한 것도 당연했다. 이승만은 소련의 휴전 제안에, 박정희는 북한의 판문점 도끼 만행에 격노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였고 시국 현안이어서 대통령은 격노만 할 게 아니라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이에 비하면 이 대통령이 노했고 또 불쾌했다는 이번 사안은 삿되어 보인다. 이 대통령이 합당을 원치 않았다면, 목적은 달성됐다. 그러나 대통령의 감정과 시간은 일종의 공공재다.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시국 현안이랄 수도 없다. 당무 개입 의도가 없다면 괜히 왜 대통령의 사적 감정을 밝혔는지 의문이다. 특히 특검 후보에 대한 강한 불쾌감 표현은 이제라도 취소했으면 한다. 이 대통령에게 가장 중한 것은 자신의 재판 문제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이혜훈 때는 인사 검증도 못 한 청와대였다. 전준철 문제는 청와대에서 득달같이 잡아냈다니 대통령 재판만 신경 쓰는 것 같다. 특검이 매우 정치적이라는 이 정부의 진실이 드러난 점도 심각하다. 특검의 최고 덕목은 정치 중립인데도 집권당이 대통령 마음에 안 드는 후보를 추천했다고 잘못을 비는 모습도 구차했다. 당신들을 뽑아준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건가.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이 문서 아닌 감정 표현으로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법과 제도,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사적 이해관계에 따른 감정을 드러내고, 충직한 친명 금배지들이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면서 벌써 2차 특검의 엄정함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직자 인사 기준 역시 ‘이 대통령 재판’이 될 판이다. 공직사회에서도 대통령의 감정과 질타 수위에 맞춰 무리한 일들이 뒤따른다면 나라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천년의 이치를 담은 제왕학으로 꼽히는 ‘자치통감’은 당나라 덕종 때 재상 양염의 고사를 들어 공권력 행사와 사사로운 복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의 은원(恩怨) 관계를 공무에 옮겨 와선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불행한 대통령사(史)도 말해주는 바다.

이 대통령은 재판에 신경을 곤두세울지 몰라도 다수 국민은 그렇지 않다. 70명 넘는 친명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이나 하는 건 혈세 낭비다. 이 대통령이 개딸 아닌 국민도 바라보며 국정을 운영한다면, 불행한 전직 대통령은 또 나올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부터 친명-반명 구분을 없애야 한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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