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이 우산을 쓰지 않는 이유]
[영국의 더위, 한국의 기회?]
킹스맨이 우산을 쓰지 않는 이유

우산 대신 영국인들의 필수품인 방수 의류를 파는 매장 /팀 알퍼 칼럼니스트
영국은 흐리고 비가 많은 궂은 날씨로 유명하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심한 것 같다. 영국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영국 기온은 10년마다 약 0.25도씩 상승했으며 지난 40년간 강수량은 9%나 증가하며 따듯하고 습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0월에서 2024년 3월까지는 기록상 가장 비가 많이 온 겨울이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또한 곳곳에서 홍수가 나고 50일 연속으로 비가 내린 지역도 있으니 새로운 기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영국의 우산 제조업체들이 엄청난 호황을 누리겠거니 짐작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영국 우산 시장의 규모는 1억달러(한화 약 1425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이다. 영국 우산의 대부분을 중국이 수입한다. 반면 방수 의류 시장은 1억4000만달러 규모이며 연간 약 15%씩 성장해 10년 후에는 5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화 등 방수 신발 시장 규모는 이미 4억달러를 넘어섰다.
영국과는 반대로 강수량이 장마철에 집중되는 한국의 우산 시장은 연간 4%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무엇에서 올까?
두 나라에서 모두 살아보았으니 그 이유가 짐작이 된다. 한국의 경우 강수량은 많지만 대개 빗방울이 수직으로 떨어지니 우산으로 감당이 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비가 올 때 소용돌이치는 바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비가 사방에서 쏟아진다.

영국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신는 장화 /팀 알퍼 칼럼니스트
이런 날씨에는 아무리 튼튼한 우산이라도 몇 초 만에 뒤집히기 일쑤다. 유리섬유로 강화된 우산대와 이중 캐노피 구조를 가진 골프 우산 정도라야 영국 날씨에 맞설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풍속 160㎞/h를 기록할 만큼 폭풍이 잦아지고 있으니 이제 묵직한 우산도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날씨는 예측이 안 된다. 돌풍이 몰아치고 비가 오다가 순식간에 코발트색 푸른 하늘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성이 철저한 영국인이라면 가방 안에 얇은 비옷을 넣고 다닌다. 혹시 영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우산보다는 비옷을 준비하시길.
Why, Despite All the Rain, Brits Still Don’t Use Umbrellas
-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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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더위, 한국의 기회?

1999년 완공된 후 런던의 명물로 자리잡은 초대형 회전 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
영국 날씨가 우울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1년 내내 흐리고 비가 오며 여름이 없다는 영국 날씨에 대한 비난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올봄은 역대 최악 가뭄을 기록했고 여름 또한 예년보다 훨씬 더웠다. 영국인들도 이제 35도 또는 그 이상 고온이 며칠씩 지속되는 간헐적 폭염에 익숙해지고 있다.
찜통과 같은 여름 날씨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35도는 그다지 덥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북쪽에 있는 영국의 여름은 해가 무척 길다. 오전 4시 30분쯤 해가 뜨면 오후 4시쯤까지 사정없이 햇볕이 내리쬐다 오후 10시가 지나서야 해가 진다.
또 다른 문제는 영국 주택은 더위가 아니라 추위를 막으려 설계됐다는 점이다. 영국 집의 벽과 지붕은 단열재로 꽉 채워져 있고 침실에는 일반적으로 카펫이 깔려 있다. 겨울 난방비를 줄일 수 있도록 내부 열기를 가두게끔 만든 것이다. 그래서 폭염 때 카펫과 단열재로 둘러싸인 영국 집은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한국 여름이 숨 막히게 덥긴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더위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에어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외벽이나 베란다에 가지런히 설치한 실외기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최근까지도 에어컨을 설치한 주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첫째, 이제껏 영국은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은 날씨였고, 둘째로는 오래된 영국 주택에 실외기를 깔끔하게 설치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 등에서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용되는 실외기 덮개. /Amazon
올해 처음으로 나는 영국의 우리 동네 몇몇 집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것을 보았다. 멋진 정원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 서둘러 그럴싸한 나무 덮개를 만들어 실외기를 가리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에어컨은 대부분이 한국 제품이었다. 비 많고 추운 날씨로 유명한 영국이 에어컨을 생산하는 한국 가전 회사에게 새로운 시장으로 뜰지도 모르겠다.
Could Britain’s Increasingly Hot Summers Boost the Korean Economy?
-런던=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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