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쾌속 밀착]
[술자리 마지막 언어]
한·베트남 쾌속 밀착

1957년 이승만 정부 시절 우리나라도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했다. 그 1호는 나중에 장관까지 오른 쯔엉 공 끄우 등 베트남 청년 5명이었다. 그 작은 씨앗이 70년 만에 한국 대학가의 풍경을 바꿀 정도가 됐다. 지난해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은 7만5144명으로 25년간 1위였던 중국(7만6541명)을 1500여 명 차로 바짝 추격했다. 1년 만에 2만명 가까이 급증한 추세로 볼 때 올해 유학생 1위 국가가 베트남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니하오’에서 ‘씬짜오’로 이동이다.
▶하노이의 롯데몰이 개장 2년여 만에 방문객 3000만명을 돌파하며 ‘K-라이프스타일’의 성지가 된 것은 베트남에서 한국이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 한국에 유학한 베트남 국민이 30만명에 육박하고, 인하대 박사 출신인 응우옌 반 푹 교육부 차관처럼 곳곳 요직에 한국 유학생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베트남 정부가 2021년 한국어를 영어와 나란히 ‘제1외국어’로 승인한 배경에도 이들이 있다. 요즘 한국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일하는 베트남 알바생 대부분은 유학생이다.
▶‘3·2·1’은 양국의 급속한 밀착을 보여주는 숫자다. ‘3’은 베트남이 지난해 한국의 3대 교역국이 됐다는 뜻이다. 교역 규모는 945억달러로 한일 무역보다 많았다.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 수만 1만여 개를 넘어섰다. 베트남 수출의 약 25%가 한국 기업 생산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이곳에서 생산하며 10만명을 직접 고용한다. 베트남 경제의 4분의 1이 우리 기업에 달려 있다.
▶‘2’는 베트남이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 2위라는 뜻이다. ‘1’은 결혼이다. 베트남은 수년째 한국인의 국제결혼 상대국 1위다. 특히 인구 소멸 위기인 농어촌에서는 혼인 다섯 쌍 중 한 쌍(20% 이상)이 베트남인과 결혼이다. ‘사돈의 나라’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개 이 정도의 밀착은 국경을 맞댄 인접국끼리나 가능하다. 두 나라는 3000㎞라는 거리를 극복한 세계적으로 희소한 밀착 관계다.
▶유교적 동질성과 글로벌 분업화가 한 배경이라고 한다. ‘한강의 기적’을 모델 삼아 ‘홍강(紅江)의 기적’을 일구려는 베트남의 성취 욕구가 한국 글로벌 기업들과 만났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빠져나온 한국 경제의 활로가 되어주었고, 한국은 베트남에 도약의 사다리를 놓아 주었다. 한국인으로 이어지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양국 정서적 교류 효과까지 낳고 있다. 두 나라의 협력과 우정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인열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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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마지막 언어
밥자리, 술자리가 다 싸움판인 곳이 중국이다. 그래서 밥과 술에 ‘게임’을 뜻하는 글자가 붙어 반국(飯局)이나 주국(酒局)이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흔히 쓰인다. 술을 곁들인 밥자리에서는 서로 의중을 떠보는 수작(酬酌)이 오간다.
처음에는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로 시작한다. 중국인들은 흔히 첨언밀어(甛言蜜語)라고 한다. 때로는 화언교어(花言巧語)라고도 적는다. 꿀이나 꽃처럼 달콤하며 화려한 말이다.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화법이다.

그러나 술기운이 차오르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진다. 입에 올리는 말도 그에 따라 강해진다. 우리는 흔히 호언장담(豪言壯談)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달리 호언장어(豪言壯語)라고 적는다. “우리는 남이 아니다”라며 말술을 들이켤 때의 어법이다.
그러나 술 앞에 장사는 없다. 취기가 잔뜩 오르면서 우선 혀가 꼬부라진다. 마구 내뱉는 말에서 책임과 신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언어를 중국인들은 호언란어(胡言亂語)라고 적는다. 조용히 시작해 난장판으로 끝날 기세다.
여기까지가 중국인들이 정리하는 술자리 3종 언어다. 승승장구하던 유방(劉邦)을 죽이려 항우(項羽) 진영이 만든 홍문연(鴻門宴) 등 중국의 역사적 밥자리와 술자리는 즐비하다. 그만큼 밥과 술에 목숨을 걸고 덤비는 곳이 중국이다.
다음 단계 술자리 언어도 있다. 아무런 말이 없는 불언불어(不言不語)의 최종 경지다. 술에 대취해 쓰러져 자는 모습이다. 그로써 중국인들의 술자리는 끝나지만, 함부로 뱉은 말은 언젠가 냉정한 계산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술자리를 거쳐 중국과 동맹을 맺었을 나라들이 요즘 당황스럽다. 미국에 대통령을 빼앗긴 베네수엘라, 미군의 전면 침공을 받은 이란이다. 중국의 ‘첨언밀어’, ‘호언장담’을 믿고 관계를 맺었건만 지원은커녕 중국은 ‘불언불어’의 깊은 수면 모드에 빠졌으니 말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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