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나오라"는 공공 노조, 노란봉투법이 그런 법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이틀 만에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조 수가 450개를 넘고 조합원 수로는 10만명에 육박했다. 민노총은 “세상이 바뀌었다”며 “진짜 사장 나와라”고 하고 있다. 당초 우려대로 하청 노조의 원청 상대 협상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나와라” “정의선 나와라”와 같은 요구에 많은 기업들이 ‘우리가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수많은 하청 기업 노조와 직접 교섭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들 기업들은 국내 사업 방식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5개 노조가 복지부, 교육부, 성평등부 등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각 부처 장관이 아니라 ‘진짜 사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 스스로가 진짜 사용자로서 공공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했다. 전국 교섭 대상 원청 사업장 기준으로 3분의 1 정도는 공공 부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노조가 대통령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선언적·상징적 의미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대기업 회장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것도 선언적, 상징적 의미로 볼 건가. 노동부 산하기관의 수많은 하청 노조에서 “장관 나와라”고 할 경우 김영훈 장관은 나가야 하지 않겠나.
노란봉투법대로라면 대통령이 공공 부문 하청 노조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부인할 수 없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는 사용자로 보아 책임을 묻는 법이다. 대통령은 예산권 인사권 등을 갖고 있는데, 노동부 해석지침을 따르더라도 대통령이 공공 부문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구조적 통제’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노동위와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하는 사안이다. 대통령 나오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까지 제한해 놓았다.
노란봉투법은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법이다. 어느 나라도 입법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대통령 나오라”는 것만큼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조선일보(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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