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부동식(同耕不同食), 우리 정치판에서도 벌어지나]
[‘신빨’ 떨어진 정치 무당 김어준]
[다시 김어준 유튜브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다면]
동경부동식(同耕不同食), 우리 정치판에서도 벌어지나

인간 삶에 있어서 모두가 거쳐가야 하는 돈과 색, 명예욕에 대한 이치를 설명하는 데는 명리학(命理學)의 표현들이 다른 어떤 서양 철학책보다도 깊이 공감된다. 동경부동식(同耕不同食). ‘같이 협력해서 논밭을 일구고 고생을 했지만 그 결과물은 같이 나누지 못한다’는 뜻이다. 먹을 때는 혼자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경부동식’ 팔자를 지닌 사람과는 동업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인조반정이 성공하고 나서 몇 달 뒤인 1624년에 이괄(李适·1587~1624)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괄은 어려서부터 책상물림이 아니라 군사적 재능이 있던 무골이었다. 병력을 동원해 인조반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1등 공신이 아니라 2등 공신으로 밀렸다. ‘동경부동식’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돈이 되는 핵심 요직은 책상물림들이 차지하고 칼을 들었던 자신은 변방의 자리인 평안병사로 밀렸다는 소외감이 밀려왔다. 이괄은 약 1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한양 정부를 공격했고, 궁궐을 점령했으나 결국 패배하고 죽었다. 조선 시대에 반란군에 의해 한양이 점령된 경우는 ‘이괄의 난’ 한 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은 제압당하고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서 반란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배로 높다. 요즘 시대에 이괄과 비슷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김어준은 청와대의 칼날에 쓰러질 것인가? 다른 케이스도 있다. 쑨원(孫文)과 위안스카이(袁世凱)의 경우다. 1911년 신해혁명이 성공해 청나라 황실을 무너뜨렸다. 혁명의 구심점은 쑨원이었다. 쑨원은 신해혁명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생을 다했다. 그가 혁명의 철학으로 내세운 삼민주의(三民主義)는 1980년대 한국의 운동권에까지 영향을 미친 이념이다.
그러나 쑨원은 위안스카이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대단한 양보를 했다. 자신은 군대가 없었으나 위안스카이는 강력한 무력인 북양군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세에는 군권이 핵심인 것이다. 위안스카이는 가방끈은 짧았지만 정답이 없는 애매한 상황에서 결단을 내려 상황을 돌파하는 추진력이 있었다. 1884년 갑신정변 때 한양에 주둔하고 있던 위안스카이가 상관이던 리훙장(李鴻章)의 허가 없이 독자적으로 군사를 동원해 일본군과 개화파를 제압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위안스카이가 혁명이념을 배반하고 자신이 황제로 올라서려는 퇴행을 보이자 이번에는 쑨원이 위안스카이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위안스카이의 정치적 정당성을 박살냈다. 유튜브 상왕으로 불리는 김어준이 쑨원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위안스카이가 되는 것인가. 쑨원이 위안스카이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결별했던 것과 비슷하게 김어준이 이 대통령을 상대로 공세를 가하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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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빨’ 떨어진 정치 무당 김어준
온갖 ‘설’로 좌파 액운 막아 온 정치 무당
‘거래설’ 사태는 무당을 언론 대접한 업보
“김어준은 민주주의의 적” 호들갑 대신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렵다” 반성부터
소설가 성해나의 베스트셀러 ‘혼모노’(창비)엔 30년 차 박수무당 얘기가 나온다. 선거철엔 예비 출마자들을 상대로 억대의 굿값을 벌던 그는 ‘신빨’이 예전 같지 않음을 감지하게 되고, 갓 신내림을 받은 무당 ‘신애기’가 앞집에 이사 와 단골들을 채가면서 위기를 맞는다. 요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김어준을 보며 이 박수무당이 떠올랐다.
김어준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둔 언론인이지만 강준만 교수의 책 제목대로 ‘정치 무당’에 가깝다. 김어준 유튜브 채널이 얼마 전 내보낸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을 놓고 “팩트체크도 안 했다” “게이트키핑은 기본”이라고 비판하는 건 전한길뉴스더러 왜 공정보도 안 하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냄새가 난다”며 후각대로 보도하는 기자가 어디 있나. 오보로 판명 나면 책임지는 게 언론이지만 김어준은 그러지 않는다. 점사가 틀린다고 복채 돌려주지 않고, 굿의 효험이 없다고 굿값 돌려주지 않는 법이다.
동양 철학자 임건순은 ‘한국형 무속 정치학’에서 한국 사회의 심층엔 무속이 자리하고 있고 인과적 사고보다 응보적 사고, ‘문제 풀이’보다는 ‘한풀이’식 무속적 세계관이 한국 정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이 좌우 진영에서 추앙받는 배경에도 비극적 최후를 맞은 이에게 상징적 힘을 부여하는 무속적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노무현 노제 때 숨어서 울다 결심한 게 있다. 남은 세상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라 했었는데 노무현이란 신을 모시는 무당을 자처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검찰개혁 하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떠오른다”고 했다. 여권 강경파들에게 검찰개혁은 검찰 수사 도중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해원(解冤)의 의미를 갖는 듯하다.
무속은 믿음의 영역이란 점에서 진위의 영역인 언론과 다르고, 영적 성장이 아닌 세속적 욕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종교와 다르다. 정치 무당 김어준도 좌파 진영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온갖 음모론으로 ‘액막이’ 역할을 하며 상대 진영엔 화를, 자기 진영엔 복을 불렀다. ‘윤미향 의혹’을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를 배후설로 공격했고, ‘박원순 피해자’를 겨냥해 “굳이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어준 신봉자들은 ‘김어준이 문재인도 대통령 만들고, 박근혜도 감옥 보내고… 나랏일을 다 하고 있다’고 한다. 김어준 신당, 아니 방송에만 나가면 “공천받는 건 일도 아니고 후원금 계좌도 두둑”해지니 곽상언 의원처럼 안 나갔다간 오히려 “지가 뭐라고…” 같은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무당이 ‘신빨’이 다해 간다는 걸 깨닫는 계기는 작두 타다 칼날에 베여 피를 봤을 때다. 김어준으로선 올 1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좌절이 그런 순간이었을 것이다. 합당하라는 ‘공수’를 내렸지만 먹히지 않았고 유튜브 구독자들만 빠져나갔다. 이후 ‘이재명 정청래 악수 패싱설’ 등으로 허둥대다 거래설이 터졌다. 여당의 대통령 공소취소 몰이는 방관하면서 검찰개혁 절제를 당부하니 “냄새가 난다” 할 법하지만 대통령 측근과 검찰 간 거래설을 밑도 끝도 없이 내지를 일은 아니었다.
여권에선 “김어준은 민주주의의 적” “괴물이 됐다”고 야단들이다. 민주당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생전에 “김어준이 하는 유튜브는 다 봤다. 김어준이 민주당을 위해 큰일을 한다”고 했고, 송영길 전 대표는 “김어준 없는 아침이 두렵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3 계엄 후 처음 인터뷰한 곳도, 대선 하루 전날 출연한 곳도 김어준 채널이다. 현 정부는 처음으로 김어준 채널 기자에게 청와대 출입기자증을 내주었다. 정권 초기만 해도 총리, 장관, 청와대 대변인이 국정TV 드나들듯 김어준 방송에 나와 정책 배경과 해외 순방 성과를 소개했다. 상대를 겨냥한 음모론자는 ‘참언론인’이고, 우리 쪽을 향하면 무슨 무슨 ‘수괴’가 되는 건가.
김어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그의 음모론을 정치 의제 삼아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위한 정치를 사적인 제액구복(除厄求福)의 도구로 삼아 온 무속적 습속부터 반성하라. 무당 정치의 폐해가 너무나 크다. 선거에 지면 ‘K값’ 때문이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정치 판사” 탓이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기보다 음모론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에 무슨 책임 윤리가 있고 발전이 있겠나.
김어준과 절연해 봤자 유튜브 푸닥거리 장단에 맞춰 정치하는 문화를 청산하지 못하면 헛일이다. 좌우 가리지 않고 제2의 김어준과 신애기들이 정치와 공론장을 망치는 대가로 부와 권력을 누리려 무령(巫鈴)을 요란하게 흔들고 있다.
-이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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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어준 유튜브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다면
[정우상 칼럼]
음모론으로 재미 봤더라도 자기 재판 음모론까지 반길 권력자가 누가 있나
재판재개 막을 유일한 길은 4심제도 공소취소도 아닌 성공한 대통령 되는 것

작년 10월 대장동 관련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을 추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때였던 작년 5월에 처음 추진했지만, 대선 이후 대통령 재판 5건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사안이었다. 민주당은 ‘국정 안정법’이라는 간판까지 달았는데 청와대 반응이 뜻밖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반대했고 당청(黨靑) 갈등으로 번졌다. 대통령 뜻과 무관한 정쟁 법안을 부각시켜 APEC 같은 대통령 성과가 묻힌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유라면 청와대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 증원법, 법 왜곡죄도 반대해야 마땅하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 법들은 대통령 재판이 아니라면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야당이 “대통령 방탄법”으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우군인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재판중지법’을 정쟁 유발이라며 중단시켰던 청와대가 정쟁 폭발 법안들은 수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도와 달리 재판중지법이 청와대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중지법’이 시행돼도 결국 임기 후에는 재판을 받으라는 것인데 이 부분이 불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퇴임 후 재판 재개를 막을 방법은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부 친명 의원들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을 만들었고, 유시민씨가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당 차원의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4개월 전 재판중지법을 중단시킨 청와대는 공소 취소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대통령에게는 이성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사안이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아들 문제가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문제에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 계엄으로 자폭했다. 대통령이 어긋난 판단을 해도 누구도 말을 못 하다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외교나 탈원전 등에서 실용적 입장을 유지하며 5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자신의 재판 문제 앞에선 작동이 멈췄다. 4심제,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이 그렇다. 최근 김어준 유튜브에서 검찰과의 거래설을 제기해 난리가 난 공소 취소도 대통령 재판과 직결된 사안이다.
공소 취소 거래설 문제는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김어준씨는 그동안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음모론을 활용해 유튜브 권력이 됐다. 세월호도 이태원도 천안함도 부정선거도 다 이런 식이었지만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팩트의 허술함은 진영의 끈끈함으로 방어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누적돼 민주당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 그런데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부터 검찰 개편까지 자기 말이 안 먹히기 시작했다. 이랬던 적이 없었다.
김씨 지인은 “김어준은 야당 때가 조회 수도 훨씬 잘 나오고 수익도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 개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 지위 공고화에 나서려 했겠지만 대통령의 가장 민감한 문제까지 ‘음모론’을 꺼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 서툴고 거칠었다. ‘음모론’으로 재미를 봤더라도 자기 문제에 ‘음모론’을 꺼내는 데 반길 권력자가 누가 있겠나. 대통령 재판 문제를 두고 검찰과 거래한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청와대로선 자신들을 농락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씨는 거래설 제기를 사전에 몰랐다고 했고, 민주당은 그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새벽 5시부터 아이템 하나하나 직접 체크하는 김씨가 사전에 몰랐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씨는 이제 김민석 총리를 겨냥하며 “나 쉽게 죽지 않는다”며 진지전에 들어갔다.
재판 문제에서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재판 재개 시간이 24시간 가까워지고, 곧 임기의 5분의 1이 지나간다. 민주당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재판 재개를 막을 묘수는 없다. 김어준은 이런 약한 고리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접근하다 사고를 친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처럼 김씨 유튜브에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면 된다. 민주당에 공소 취소 위원회 해산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검찰이 공소 취소를 하든 대법관을 증원하고 4심제를 도입하든 재판 재개를 막을 왕도는 없다. 권력의 힘을 이용해 공소 취소를 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대통령이 재판 문제를 정리할 유일한 길은 사분오열된 나라를 통합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신뢰와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것뿐이다.
-정우상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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