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교섭' 日, 위기 때 절실한 한국식 국익 외교]
['테헤란로'와 워싱턴 사이]
["호르무즈 안전 위해 美와 협력 불가피, 군함 파견은 신중해야"]
'이란과 교섭' 日, 위기 때 절실한 한국식 국익 외교

11일 호르무즈 해협 근처 걸프만을 지나고 있는 화물선. / 로이터
이란이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과 관련해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장관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이 요청할 경우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 협상을 한 나라는 중국·인도 정도다. 트럼프는 한국·일본을 포함한 우방국들에 군함 파견을 공개 요청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란과 실질적 협의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도 교섭 채널을 열고 있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란이 미국 우방국의 균열을 위한 이간계를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속내와는 별개로 우리로선 일본·이란이 교섭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미국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일부 국가가 공개적으로 파견을 거절했을 때도 일본은 자위대 파견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영국·프랑스 등과 함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 성명에도 선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렇게 미국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이란과 교섭하고 있었다. 일본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로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큰 타격을 받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원유 수입의 60% 이상이 호르무즈를 거친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 부족도 문제 되고 있다. 국내 업계는 나프타의 50% 이상을 수입하는데, 이 중 중동산 비중이 60%다. 이달 말부터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포장재가 부족해 라면·과자 공장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은 동맹국이며 우리 안보와 외교,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요청대로 군함을 보내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도 보내는 게 이익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은 지형상의 불리함으로 미 해군조차 제한적 작전을 하는 위험한 수역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이란과 신중한 교섭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란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조선일보(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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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와 워싱턴 사이
[특파원 리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게티이미지코리아
서울 강남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테헤란로(路)’는 반세기 전인 1977년 서울과 이란 테헤란의 자매결연에서 시작됐다. 테헤란에도 ‘서울로(Seoul Street)’가 남아 있듯, 이는 단순한 도로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한국 노동자들이 열사의 땅에서 오일머니를 벌어들이던 시절, 우리 경제가 중동이라는 낯선 세계와 맺었던 뜨거운 관계의 흔적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 속에서도 한국은 이란을 비롯한 산유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당시 한국은 이질적인 두 세계를 동시에 품을 수 있었다. 안보는 굳건한 한미 동맹에 맡기고, 경제는 중동 원유와 해외 시장에 의지하며 성장했다. 워싱턴의 안보 우산과 테헤란의 경제적 이익은 충돌하지 않는 별개 영역이었다. 미군의 보호 아래 아시아의 안보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다른 진영을 넘나들며 세계 곳곳의 문을 자유롭게 두드릴 수 있었다. 극단적 양자택일을 강요받지 않고 피할 수 있던 일종의 유예 기간이자 행운의 시대였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댄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관성도 이 토대에서 탄생했다. 이는 우리가 짜낸 외교적 묘수라기보다, 냉전 종식 후 열린 세계화라는 환경이 허락한 혜택에 가까웠다. 지정학적 고민 없이 싼 에너지를 들여와 큰 시장에 내다 파는 것만으로도 국가 경제가 굴러갔다. 동맹국들은 자유무역 질서 안에서 각자의 경제적 자율성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안보와 경제를 쪼개 관리하던 낡은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동맹을 ‘거래와 비용’의 청구서로 들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등장은 이 질서 변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안보 우산을 계속 쓰려거든, 반도체 공장과 전기차 공급망은 어느 진영에 둘 것인지 트럼프 행정부는 끊임없이 묻는다. 안보 파트너 몰래 실리를 챙기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 사태 역시 이 압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 수송로의 안정을 지키는 일은, 이제 동맹의 군사적 기여 요구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하는 안보적 결단과 한 몸이 돼 돌아간다. 한쪽만 떼어내 유리하게 대응할 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입장을 밝히면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침묵하며 관망해도 동맹의 의심을 부른다.
우리 앞에 놓인 딜레마는 단순한 정책 결정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테헤란로의 마천루는 여전히 화려하지만, 안보와 경제라는 양손의 떡을 쥐고 적당히 줄타기하던 시대는 수명이 끝나가고 있다. 두 세계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누렸던 과거 혜택에 대한 청구서가 날아든다. 어떤 비용을 감내할 것인지,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 것인지 그 청구서가 묻고 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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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작전 축소 검토”, 美 특수부대는 잇따라 중동行. 이번에도 지상전 전격개시 위한 ‘연막 전술’?
-팔면봉, 조선일보(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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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안전 위해 美와 협력 불가피, 군함 파견은 신중해야"
윤강현 前 주이란대사

18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윤강현 전 이란대사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현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을 보내면 위험에 빠질 뿐만 아니라 이란과 북한의 군사 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 다른 차원의 비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교부 경제외교 조정관(차관보)을 거쳐 2021년부터 3년간 이란 주재 대사로 활동한 윤강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윤 전 대사는 한미 동맹에 따른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군사적 개입은 한·이란 관계를 훼손하고 북한과의 연대를 자극하는 ‘전략적 오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0년대 초반 한국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경험을 상기시키며 “전쟁 중에도 전쟁 이후를 바라보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대사는 18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인터뷰를 가진 후 매일같이 휴대폰과 카톡으로 교신,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이란 군부가 북한에 기울 명분 주지 말아야
-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일본이 협력 의사를 밝혔다고 하나 그 내용은 미국이 희망하는 (군사적인)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일본은 미얀마나 이란 등 미국의 집중제재 국가들을 다룰 때 미국과 공감대를 확보하면서 나름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영리한 대처를 해 왔다. 이란과의 관계가 두터운 일본은 테헤란과의 채널도 잘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캐나다 등 7개국이 “이란군에 의한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는데, 한국은 뒤늦게 참여했다.
“신속하게 참여 결정을 내렸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공동성명은 G7 국가가 주축이 됐는데, 위기 상황에서 이런 국가들과 협력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안전 항행은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하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 후, 반응이 부정적이자 “필요 없다”며 격노했는데.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독특한 전략이라고 본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나 군사적 지원, 특히 군함 파견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사적,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북한이 여전히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한국의 영해를 지키는 이지스함이 4척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군함을 해외에 보내나.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할 경우 한·이란 관계가 크게 훼손되고, 이란·북한 간 군사 협력 명분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 이란과 북한의 관계가 어떻게 강화된다는 것인가.
”이란은 상징과 메시지에 민감한 나라다. 한국이 테헤란에 대사관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해역에 군함을 보낸다면, 이란은 이를 단순 호송이 아니라 적대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란과 북한은 이미 미사일, 드론, 핵 관련 영역에서 연결 고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인상을 주면, 이란 군부가 북한 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대사관 지하실엔 늘 비상식량 비치
- 그렇다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가.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트럼프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 대비 3.5%로 증액하기로 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 이행과 동결 자금 이전 등에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왔다. 다른 어떤 동맹보다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한국의 현 전력 구조상 군함 등의 파견은 한반도 방위와 충돌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비군사적인 분야에서의 기여 의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는데, 지금 이란의 한국 대사관과 교민 사회는 어떤 상태인가.
“전쟁 이전의 이란은 중동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분류됐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처럼 외부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요새형 공관’ 운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 이후엔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미군은 테헤란의 한국 대사관 등 동맹국 관련 시설의 위치를 알고 있기에 여기엔 폭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폭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 외교관이 임시로 머물던 숙소 주변에도 폭탄이 떨어져 창문이 깨진 사례가 있다.”
- 이란의 우리 교민들은 모두 대피했나.
“우리 국민들은 대부분 소개됐지만, 국제결혼 등으로 현지와의 결속이 깊어 본인 선택으로 남은 경우는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 계절과 지형에 따라 철수 루트가 달라지는데, 이번엔 아르메니아·튀르키예 쪽보다 투르크메니스탄 쪽이 더 현실적인 경로였던 것으로 보인다.”
- 테헤란 주재 한국 대사관에는 몇 명이 근무중인가.
“한국에서 파견된 핵심 인력이 10명 정도이고, 현지 직원까지 합치면 약 30명이다. 대사관과 관저는 교통 상황이 좋으면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대사관 지하에 식당이 있는데, 이곳에는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식량이 배치돼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지하실로 대피하곤 한다.”
-전쟁 상황이 심각해지면 우리 대사관도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친정인 외교부에는 전쟁이 격화돼 혹시 전체 인원을 다 남겨둘 수는 없더라도 필수 인원은 반드시 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표 대사나 핵심 인력은 테헤란을 지켜야 한다. 한국이 전쟁 중에도 테헤란에서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 측에는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이런 상징적 메시지에 대단히 민감한 나라다. 다른 나라가 다 떠나도 끝까지 남아 있던 사람, 기업, 국가를 오래 기억한다. 한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본다면, 완전 철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트럼프,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만들어
-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대규모 유혈 진압으로 3만~4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되는데, 미국의 공격 이후 오히려 이란 체제가 더 공고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란 정부는 체제 수호를 위해서는 매우 단호하다. 민생 악화와 생활고 때문에 시위가 폭발할 경우 강경 진압도 서슴지 않는다. 이란 체제는 내부적으로 단일한 철권 구조가 아니다. 생활고 누적으로 체제 변화 압박이 커져가던 와중에 이번 전쟁이 터졌고,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순교 서사’까지 겹치면서 내부 반체제 동력은 오히려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 하메네이의 죽음이 오히려 이란 사회를 결속시키고 있다는 것인가.
“시아파 정치·종교 문화에서 순교는 대단히 강력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란 사회에 깊은 영향을 미친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시아파의 상징적 인물 후세인이 압도적 세력에 맞서다 순교했다. 이란에는 억압에 맞선 저항의 서사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외부의 압도적 힘에 맞서 최고지도자가 희생됐다는 서사는 체제 내부 결속을 오히려 강화한다. 이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대한 오판을 했다고 본다.”
- 이스라엘과 이란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서 전 세계 경제에 악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가장 아파하는 지점을 정확히 안다. 바로 유가와 에너지 공급망이다. 그래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UAE,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 등 주변국 인프라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걸프 국가는 담수 시설 의존도가 매우 높다. 에너지 인프라와 담수 시설이 함께 흔들리면 이 지역 전체 안정이 깨진다.”
-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는데 다시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나.
“결국은 다시 협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극단과 극단은 서로 통한다. 미국도, 이란도 협상 없이 버티기 어려운 지점까지 와 있다. 긍정적인 점은 현재 이란 측 협상 라인이 과거 2015년 핵 합의를 이끌었던 세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개혁 성향 대통령과 서방을 잘 아는 외교 라인이 그대로 살아 있다. 지금 협상이 안 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전쟁이 협상을 짓눌러 놓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외교(협상)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경제 외교 조정관으로도 활동했는데, 전쟁 장기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은 어느 정도인가.
“이란 전쟁을 단순한 유가 문제로 보면 안 된다. 정부가 말하는 비축유 ‘7개월 치’는 국민이 최소한으로 소비할 경우를 가정한 숫자이고, 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2~3개월로 훨씬 짧아진다. 더욱이 문제는 원유만이 아니다. LNG에서 추출되는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이며, 에탄가스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로 활용된다. 비료 수입 문제는 농업과 연결된다. 중동발 공급망 교란은 한국의 반도체, 조선, 화학, 농업까지 다 흔들 수 있다.”
미국과 이란 중재한 경험 살려야
- 한국이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그럴 힘이 있나.
“202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이 약 70억달러였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해 오랫동안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한국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거쳐 자금 이전이 제재 예외에 해당하도록 구조를 설계했고, 카타르 등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전이 이뤄졌다. 자금 사용처를 인도적 목적 등으로 제한하는 조건도 붙었다. 이 과정은 금융·외교·제재 체제가 동시에 얽힌 고난도 작업이었는데, 한국은 미국과 이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내며 실무적 중재 역할을 수행했다.”
- 유엔 분담금 문제에서도 한국이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이란이 유엔 분담금을 납부하지 못해 2021년 유엔 총회에서 투표권 제한 위기에 놓여 있었다. 한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 한국 내 동결 자금을 활용해 분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다. 이는 단순 송금이 아니라 제재 체제와 유엔 규정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복합적인 문제였다. 한국이 이를 성사시킨 것은 미국과의 협의 능력과 이란과의 신뢰를 동시에 활용한 결과로, 향후에도 양측 간 실무적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 전 대사는 “양국 간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르고 제재 완화가 시작되면, 한국에 이란 재건 사업 관련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이란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강현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1987년 제21회 외무고시에 합격 후, 주로 통상 분야에서 활동했다. 유엔·제네바 대표부 등을 거쳤으며 2017년 경제외교조정관(차관보)으로 외교부에서 대외 경제 현안을 총괄했다. 2021년부터 3년간 주이란 대사를 맡아 미국의 제재 속에서 양국 관계를 관리했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문제와 이란의 유엔 분담금 납부 등에서 미국과 이란 간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조선일보(2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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