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동물]
[핵전쟁 시 미국 대통령의 비상 대피 시나리오]
[전쟁과 절망 앞에서 농담과 유머가 필요한 이유]
사이보그 동물
기계 장치로 동물 조종… 실종자 찾고 정찰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사일 폭격으로 도시가 망가지고, 많은 사람이 다치고 있지요. 그런데 사람 대신 살아 있는 동물이 전쟁에 이용된다는 소식이 주목받고 있어요. 비둘기, 바퀴벌레 등이 군사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에게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기계를 이식한 것을 ‘사이보그’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사이보그가 된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인간이 조종하는 비둘기 드론
최근 러시아의 스타트업 ’네이리’가 비둘기 드론을 세상에 공개했어요. 살아 있는 비둘기의 머리·가슴·등에 기계 장치를 달아서 사람 마음대로 조종하는 거예요.
연구진은 비둘기 두개골 안쪽에 작은 전극을 삽입했어요. 등에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비행 조절기를 배낭처럼 매도록 했습니다. 비행 조절기는 연구진이 보낸 신호를 받아, 비둘기의 머릿속 전극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뇌에 전기 자극이 전달되면 비둘기의 움직임을 바꿀 수 있죠. 뇌에서 운동 신경과 관련된 부분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오른쪽·왼쪽 등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해요.
목표 지점에 도착한 비둘기 드론의 다음 임무는 정찰이에요. 가슴에 부착한 카메라로 특정 지역을 촬영합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은 곧바로 연구진에게 전송돼요.
비둘기는 최대 480㎞를 쉬지 않고 날 수 있어서 아주 멀리까지 정찰을 보낼 수 있어요. 또 비둘기 드론을 이용하면 원하는 지역을 가까이서 정밀하게 볼 수 있죠. 기존에는 드론을 띄우기 어려울 때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이용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어 위성 카메라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고화질로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반면 비둘기는 비교적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요.
러시아의 네이리는 드론 프로젝트를 비둘기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새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어요. 네이리 관계자는 “더 많은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까마귀를, 바닷가에 있는 시설을 감시할 때는 갈매기, 더 넓은 바다를 정찰하는 임무는 알바트로스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지요.

로봇 바퀴벌레 군단
하늘에 비둘기 드론이 있다면 땅에는 바퀴벌레 로봇이 있어요. 싱가포르 과학자들이 기계 장치를 붙여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새로운 바퀴벌레 로봇을 개발했거든요.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이 활용한 바퀴벌레는 몸길이가 약 6㎝ 정도인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예요. 다른 바퀴벌레 종보다 몸길이가 약 2㎝ 정도 커요. 비둘기 드론과 마찬가지로 기계 장치를 배낭처럼 등에 얹게 했지요. 장치에는 적외선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 있어 장애물을 감지할 수도 있어요.
바퀴벌레의 더듬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냄새를 맡고, 장애물을 파악하고,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등 주변 환경을 빠르게 파악해내죠. 그동안 과학자들은 바퀴벌레를 조종할 때 더듬이를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습니다. 오른쪽 더듬이를 자극하면 바퀴벌레는 왼쪽으로, 왼쪽 더듬이를 자극하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듬이는 매우 얇아 전선을 연결하기 어렵고, 반복적인 자극에 쉽게 손상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난양공대 연구진은 더듬이 대신 바퀴벌레 몸속 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방식을 찾아냈어요. 바퀴벌레의 머리와 가슴 사이에 전극을 삽입하고, 등에 부착한 장치를 통해 전기 신호를 보내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왼쪽 신경을 자극하면 왼쪽 다리가 순간적으로 수축하면서 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죠. 연구진은 이 방법이 기존 더듬이 방식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어요.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바퀴벌레가 집단 활동을 하기 때문에 리더 역할을 하는 바퀴벌레 한 마리의 움직임만 조종하면 나머지 바퀴벌레들이 그대로 뒤따른다는 거예요.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바퀴벌레 한 마리만 조종해 총 스무 마리까지 한꺼번에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사이보그여도 괜찮을까?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이보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좁은 곳도 요리조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몸집이 작은 곤충이 주로 활용되지요.
사이보그를 만드는 기업이나 과학자들은 위험한 시설을 점검하거나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이런 기술을 개발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전쟁과 같은 군사 목적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 역할이나 생화학 무기를 운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본 거예요.
과거에는 동물 몸에 카메라나 마이크 같은 장비를 붙이는 수준에서만 기술이 활용됐습니다. 이후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은 동물의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됐죠. 앞으론 작전을 수행하다가 생명을 잃는 동물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동물의 생명을 도구화하는 행위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동물 사이보그와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해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정해민 기자, 조선일보(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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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시 미국 대통령의 비상 대피 시나리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만약 미국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공격을 당할 경우 대통령이 대피할 비밀 요새(fortress)와 생존 시나리오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냉전시대(Cold War era) 때부터 ‘핵전쟁 등 유사시 대통령과 핵심 인사들(key personnel)의 생존·지휘 유지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요인·군 지휘부가 긴급 대피해(urgently evacuate) 필수 기능을 수행할 극비 요새가 험난한 산악 지대(rugged mountainous area) 세 곳에 구축돼 있으며 상시 가동 중이다(operate around the clock). 이른바 ‘국가 운영 연속성 계획(COOP·Continuity of Operations Plan)’이다.

그중 하나인 버지니아주의 ‘마운트웨더 비상작전센터(MWEOC)’는 민간 지도부용 ‘생존 벙커’(civilian leadership survival bunker)다. 1959년 설치된 이래 지속적으로 현대화돼 왔으며, 대통령·정부기관·국민이 소통할 수 있는 비상 통신망이 갖춰져 있어 기밀 프로그램 지휘센터(classified program command center) 역할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 구축된 ‘레이븐록 산악 복합단지(RRMC)’는 ‘지하의 펜타곤’으로 불리는 전쟁부(국방부)의 군사 지휘 요새다. ‘심판의 날 벙커(Doomsday Bunker)’로도 불리는 이곳엔 국방장관·합참의장 등 최고위 군 지도부가 작전 지휘를 할(conduct operational command) 수 있는 각종 장비와 네트워크가 구비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이 시설의 유지(maintenance)·보수(repair)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해왔다(allocate substantial budgets).
콜로라도주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옛 본부 지하 600m에 건설된 ‘샤이엔 산악 복합단지(CMS)’가 있다. 핵 폭발 충격을 흡수하기(absorb the shock of nuclear explosions) 위해 거대한 강철 스프링 위에 12개 이상의 기지 건물을 지어 놓은 것이 특징(distinctive feature)이다.
이들 산악 요새 세 곳 외에도 백악관 지하에는 9·11 테러 당시 딕 체니 당시 부통령 등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던 비밀 벙커가 있으며, 버지니아주 피터스 마운틴 기지와 네브래스카의 오펏 공군 기지 역시 대통령과 참모들이 긴급 피난할 수 있는 주요 COOP 시설이다.
COOP의 목적은 일반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국가 리더십 붕괴 방지(prevention of the collapse of national leadership)와 국정 기능 유지(maintenance of government functions)’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통령과 부통령 등 최고위층 유고 시(in the event of the incapacitation) 체계적인 권한 승계 라인(line of succession)에 따라 핵심 인력과 통신망을 사수하면서 군 지휘권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기틀을 갖춘 COOP는 9·11 테러 당시 실제로 발동돼(be activated) 75~150명의 핵심 인사들을 비밀 요새로 대피시키는 등 실효성이 검증된(demonstrate its effectiveness) 바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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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전쟁
전쟁과 절망 앞에서 농담과 유머가 필요한 이유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투입된 친구의 생존전략은 농담이었다
인간은 비극을 쉽게 잊는다, 그 망각에 대처하기 위해 유머로 승화

1996년 9월 강릉 해안에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한 대가 침투했다(정확히는 침투했다가 좌초되었다). 택시 기사의 신고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뒤, 대한민국 전체가 마치 벌통을 건드린 듯 위기와 불안에 휩싸였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고, 국군 병사 여러 명이 북의 침투조와 교전 끝에 사망했다. 예비군이 소집되고, 강릉 일대에 야간 통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당시 나는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95년에 제대했지만 대학생이란 이유로 학교 예비군에 편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향인 강원도에 살고 있던 내 친구들은 달랐다. 그 친구들은 밤마다 소집되어 현역병들과, 혹은 예비군들끼리 적의 예상 이동 경로에 배치되었다.
“야, 무서워 죽겠다.”
봉평에 살고 있던 내 친구는, 낮에는 주유소 기름 배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다시 총을 잡는 일을 반복했는데, 그때마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오곤 했다(그때 막 PCS폰이 보급되었다).
“근데 너 전화해도 되냐?”
내가 묻자, 친구는 다시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야, 근데 우리한텐 실탄도 안 준다. 걔네들 오면 맨손으로 맞붙으라는 거야. 야, 이게 무슨 개싸움이냐?”
나는 얘가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더니 정신이 이상해졌나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말하자면 친구는 일부러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근처에 있을지도 모를 침투조를 향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기 위해, 나에게, 또 다른 친구들에게, 밤새 말을 걸었던 것이다. 여기 사람 있다! 이쪽으론 아예 오지 말고 멀리 돌아가라! 그게 그 친구가 생각해낸 생존 전략이었다.
후에 무장 침투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뒤, 고향에 내려가 친구들과 술 한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그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나에게 전화했던 친구는 자신은 약과라며, 자기 동네 사는 또 다른 형들은 아예 모닥불을 피워놓고 거기에 가래떡을 구워 먹었다는 것.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특별재판소와 인민재판소를 앞세워 독재를 정당화하고 정치적 반발을 무력화했다. /뉴시스
“나는 얘 때문에 잠을 못 잤잖아.”
나도 그 농담에 말을 얹었다. 내 친구가 무슨 특전사에 있는 줄 알았다니까, 운운.
술자리가 모두 파할 때쯤, 내게 전화를 걸었던 친구가 나를 따로 불러냈다.
“너 나한테 사과해.”
친구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뭘? 내가 술기운에 휘청거리며 되묻자, 친구가 다시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말했다.
“넌 그 일로 농담하면 안 되지.”
그러곤 정말 화난 목소리로 넌 서울에 있었잖아! 넌 여기 없었잖아! 고함쳤다. 다른 친구들이 쫓아와 말렸지만, 난 그게 단순한 취기 때문이 아님을 알았다.
전쟁에 대해서 농담을 하거나 유머의 소재로 삼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조롱이나 또 다른 폭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것을 유머나 농담의 차원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그 당사자들뿐이다. 전쟁의 피해자들. 하지만 그들 역시 그 일은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많은 부분 침묵하거나 잊어버리기 위해 애쓴다. 그래도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 중 한 명이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남은 미군 포로 출신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하려고 노력했던 그는 종전 후 13년이 지난 뒤에야 ‘제5도살장’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그 일을 마무리했다. 13만 5000명의 민간인이 죽은 그 학살을 두고 그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한다. “So it goes(그렇게 가는 거지).” 인류의 비극 앞에서도 그는 힘겹게 유머를 유지했다.
한데, 여기에서 의문 하나. 그런 비극을, 참상을, 꼭 유머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비극은 비극대로 표현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거기엔 아마도 커트 보니것의 숨은 의지가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인간은 의외로 비극을 쉽게 잊어버린다. 비극 앞에선 고개를 돌린다. 사회는 특정 기억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망각에 대항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그는 유머를 쓴 것이 아닐까?
이란과 이스라엘, 이란과 미국이 한창 전쟁 중에 있다. 우리는 자주 망각하지만, 강릉에 무장공비가 침투하기 바로 보름 전에도 미국은 B-52기를 이용해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투하했다. 적이 대량 학살당했다는 소식에도 만족감이나 쾌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람 역시 커트 보니것이었다. 유머는 바로 그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기호 소설가·2018 동인문학상 수상자, 조선일보(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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