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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식당에서 들리는 Oppa와 '한류 레거시'의 미래] ....

뚝섬 2026. 4. 14. 08:58

[런던 식당에서 들리는 Oppa와 '한류 레거시'의 미래]

[중국이 10년째 한한령 풀지 못하는 이유]

 

 

 

런던 식당에서 들리는 Oppa와 '한류 레거시'의 미래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묻는다, 그 답은 언어에 있다고 생각해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재된 누나·떡볶이… 영어로 기록·교육해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주제가 ‘골든(Golden)’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BTS와 블랙핑크 등이 이끈 K팝은 이제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문화 상징이 되었다. 음악, 드라마, 영화, 음식, 뷰티, 애니메이션까지 ‘K-’라는 접두사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다.

 

한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사람들이 묻는다. 아무도 정확한 답을 알 수는 없다. 잠깐 반짝이는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류 시대를 바라보면서 내가 자주 떠올리는 질문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한류의 레거시’를 어떻게 만들고 지켜갈 것인가? 그 답은 언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의 한국어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내 연구실에서 10분 거리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집장을 지낸 제임스 머리 박사의 집(78번지 밴버리 로드)이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다. 당시 영어사전을 집필하던 그에게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단어들과 그 단어들이 쓰인 용례들을 우편으로 보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집장을 지낸 제임스 머리 박사의 집 앞에 빨간 우체통이 있다. /조지은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어 단어들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면 설령 해당 단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더라도 쉽게 지우지 않고, 단어의 기록을 사전에 보전한다. 2025년에는 ‘달고나(dalgona)’가 한류 팬들 덕분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입적했다. 이 단어는 영어가 존재하는 한 영어와 함께할 것이다.

 

현재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오빠(oppa)’, ‘언니(unnie)’, ‘누나(noona)’, ‘형(hyung)’, ‘막내(maknae)’ 같은 한국어 호칭 단어가 다수 등재되어 있다. 원래 영어에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호칭어가 거의 없다. 서로 이름을 부르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와 K팝을 통해 세계 시청자들은 한국인들의 호칭 문화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제 오빠(oppa)는 한국어 단어이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들어간 영어 단어이기도 한 이중국적어가 되었다. 런던 식당에선 현지 종업원이 한국인 손님을 보면 “Oppa!”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류의 언어와 문화가 세계화한 또 다른 공신은 소셜미디어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K팝 관련 트윗 소통 건수는 약 78억건에 달했다. 세계 인구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K팝을 이야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글로벌 언어 공간 속으로 더 넓게,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dalgona(달고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흥행 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다양한 한국 음식도 세계인의 입맛과 언어에 자리 잡고 있다. 2025년에는 ‘떡볶이(tteokbokki)’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었다. 처음 영어를 공부할 때 나는 떡을 케이크로 번역하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떡과 케이크는 질감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떡을 케이크로 번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떡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참 감격스러운 변화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해당 단어가 영어에서 쓰이고 있다는 문자적 증거이다. 몇 해 전에 내가 ‘해녀(haenyeo)’를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영어로 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어 ‘아마(ama)’는 이미 그 사전에 있었기에 안타까웠다. 이후 해녀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많아지고,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영어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결국 ‘haenyeo’도 올해 초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입적했다.

 

한류의 중심에 한국어와 영어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류가 다른 문화와 차별되는 점은 바로 한국어이다. 그렇지만, 한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언어는 영어이다. 지속 가능한 한류는 한국어라는 언어의 뿌리 위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세계와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길은 공용어인 영어로 기록하고 연구·교육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해 기본적인 연구서와 문화서가 영어로 꾸준히 출판되어야 한다. 최근 옥스퍼드 대학은 한류 연구와 한국학 확장을 위해 한국학 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는 기업 삼천리의 지원으로 한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류가 콘텐츠 소비를 넘어 연구와 창작, 번역과 출판을 통해 세계 문화 속에 뿌리를 내리며 레거시를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주류 문화로서의 한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oppa(오빠)'. 한 칼럼니스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식당에 앉아 있다가 “오빠!”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한국 드라마를 열성적으로 본다는 베트남 출신 여종업원이 처음 보는 한국 손님을 “오빠”라고 부르더라는 얘기.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 조선일보(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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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10년째 한한령 풀지 못하는 이유

 

K팝 그룹 BTS가 23개국 34개 도시 순회 공연 대장정에 나섰지만(embark on a world tour), 중국은 일정에서 빠져 있다. 한국 대중문화를 차단해 온 ‘한한령(限韓令·Korean Wave Ban)’이 2016년 이후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한한령의 대외적 명분(official pretext)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이었다.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자국 영토를 감시할 수 있다고 반발하며 보복 조치(retaliatory measure)로 한한령을 발동했다. 이후 한류 유입을 철저히 제한하기(strictly restrict the influx of Hallyu) 시작했다. 중국이 외교 갈등 상황에서 경제·문화 제재를 동원한 전례는 종종 있었지만, 한한령은 유례없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stand out for its unprecedented duration).

 

AP통신은 한한령이 표면적으로는 사드 갈등을 계기로 촉발됐지만(be triggered by the THAAD dispute), 제재의 본질(underlying purpose)은 한류 유입에 따른 영향을 저지하기(curb its influence) 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단순한 외교 갈등(diplomatic conflict)이 아니라 ‘문화 주권’ 문제에서 기인한(stem from ‘cultural sovereignty’) 것”이라고 진단한다. 젊은 층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상보다 커지자(grow beyond expectations), 이를 통제하려는 전략적 판단(strategic decision)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한령 조치를 시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콘텐츠 접근이 크게 제한돼 있다. 드라마의 경우, 주요 플랫폼에 고작 50여 편만 올라 있고, 그마저도 대부분 4년 이상 지난 것들이다. 최신 드라마는 불법 경로를 통해 극히 일부만 유통되고 있을(circulate only to a very limited extent) 뿐이다.

 

초기에는 한류를 서구 문화의 대안으로 긍정적으로 수용하다가(embrace it as an alternative to Western culture) 영향력이 급증하자 부랴부랴 급제동에 나섰다. 한류가 청년층의 가치관(values)과 사고방식(way of thinking) 형성에 결정적 요인(decisive factor)이 되는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중국이 한한령을 고수하는 바탕에는 자국 문화산업을 육성해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려는 속셈(ulterior motive)도 깔려있다. ‘라부부(拉布布)’ 인형 열풍과 게임·드라마·숏폼 플랫폼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중국은 자생적인 고유의 콘텐츠를 키워나가려(nurture its indigenous content) 하고 있다. 그런데 한류가 다시 밀려들어 오면(surge back in) 겨우 싹을 틔우고 있는(begin to sprout) 자국 문화 콘텐츠가 짓밟힐(be trampled)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Netflix와 Disney+를 차단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stem from the same context).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 초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한령 완화 여부와 관련해 두 속담으로 대답을 대신했었다.

 

“冰凍三尺 非一日之寒(빙동삼척 비일일지한·세 치 두께 얼음은 하루 추위로 언 것이 아니다)" “果熟蒂落(과숙체락·과일이 익으면 꼭지가 저절로 떨어진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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