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봉쇄하는 권력자의 해악]
[지혜롭지 않은 모략]
재판 봉쇄하는 권력자의 해악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2014년 여름, 기자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50일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가자지구에서 취재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만 2000명이 넘은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습을 지휘한 인물은 당시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였다.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인 그는 이후로도 안보 위협의 근본적 해결 대신, 주기적인 전쟁으로 긴장을 조장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잔디 깎기 전략’으로 정치적 활로를 뚫어왔다. 당시 가자지구 폭격의 반작용으로 세계가 ‘반(反)이스라엘’ 혐오 범죄로 들끓었는데, 이 비극적 패턴은 12년이 지난 지금 더 끔찍한 규모로 반복되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부의 현실 인식은 국제 사회와 아득히 멀다. 네타냐후는 지난달 미 언론 인터뷰에서 유가 폭등에 고통받는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에 “기름값이 일시적으로 오른다고 ‘안 돼, 하지 말자’고 하고 싶나”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타격을 예고하며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아 세계가 경악할 때,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 인프라를 초토화할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며 반색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은 전했다.
네타냐후가 전쟁을 고집하는 이유는 개인 비리 재판 영향이 크다. 그는 억만장자들에게 고급 시가와 샴페인 등 26만달러(약 3억8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후 무리하게 사법부를 통제하려다 건국 이래 최대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던 그는, 2023년 하마스와의 전쟁부터 최근 이란 전쟁까지 주도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자신의 재판을 유예시켜 왔다. 개인의 권력 연장과 형사 처벌 회피를 위해 국가 안보를 볼모로 삼은 것이다.
네타냐후의 야욕이 남긴 청구서엔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압도적 보복으로 희생된 가자지구 사망자는 7만명이 넘는다. 유럽 정치권에선 네타냐후를 히틀러에 빗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2014년에도 이스라엘 신문들은 날마다 혐오 범죄에 시달리는 세계 각지 유대인의 피해 사례를 1면에 싣고 이를 ‘반유대주의’라고 비판했는데, 네타냐후가 자국 안보를 이유로 중동 곳곳을 잿더미로 만들 때마다 유대인을 향한 테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여론은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과반이 이스라엘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고, 청년층은 유대인을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닌 팔레스타인에 대한 가해자로 인식했다.
이란 전쟁의 총성이 멎으면 네타냐후의 사법 시계는 다시 돌아간다. 결국 그는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재판을 막으려는 집요한 욕망이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자국민을 전 세계적 혐오 범죄의 표적으로 내몰았다. 사법 책임을 피하려는 한 권력자의 무리한 사투가 얼마나 파괴적인 해악을 초래하는지 이스라엘이 증명하고 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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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尼 “말라카 해협도 호르무즈처럼 통행세 가능”. ‘국제 정글’서 지정학 요충지 없는 나라들은 서러워 살겠나.
-팔면봉,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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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지 않은 모략
모략(謀略)이라고 하면 우선은 제갈량(諸葛亮)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일을 계획하고 집행해서 성공으로 이끄는 사고 능력이 곧 모략이다. 같은 맥락의 단어가 제법 많다. 책략(策略), 지략(智略), 방략(方略), 도략(韜略) 등이다.
얼핏 전쟁의 냄새가 나는 단어들이다. 이런 조어의 행렬에 들어가는 공통 글자 략(略)의 본래 새김이 ‘땅 뺏기’다. 누군가의 땅[田]에 들어오는[各] 행위가 글자 초기 꼴로 나타난다. 그로써 직접 이어진 단어가 바로 침략(侵略)이다.

죽느냐 사느냐를 다투는 전쟁의 행위라서 군더더기가 필요 없다. 핵심을 부여잡고 곧장 쳐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사안의 큰 줄거리에 우선 주목한다. 그로써 파생한 단어가 개략(槪略)이자 대략(大略)이며 간략(簡略)이다.
그런 중요한 줄거리를 줄이거나 없애면 생략(省略), 가벼이 다루면 초략(草略)이자 박략(薄略)이다. 복잡한 글자의 획수 등을 줄여서 쓰면 약자(略字), 제대로 차리지 않은 옛 ‘패스트푸드’ 등을 약찬(略饌)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글자의 중점적인 용도는 ‘땅 뺏기’다. 숱한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졌던 중국은 그 경험을 토대로 병법(兵法)의 사고를 키웠다. 그 때문에 중국의 문명적 특성을 아예 ‘모략의 정신세계’로 보려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말로는 전쟁의 큰 틀인 전략(戰略)이다. 중국은 그 분야에 있어서 결코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나라다. 개혁·개방 이래 쌓은 국력을 바탕으로 국방, 안보, 과학기술 영역 등에서 착실하게 힘을 키워 이제는 미국도 위협한다.
중국 대외전략의 대표적 모델은 일대일로(一帶一路)다. ‘땅 뺏기’식 자국 영향력 확대 전략이다. 그러나 제 이익만 탐하다가 여러 나라의 큰 반발에 직면했다. 남미나 중동에선 미국의 견제에 막히고 있다. 중국 모략은 ‘슬기’보다 ‘잔꾀’에 치우치는 점이 큰 특징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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