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한미간 쿠팡 불협화음 하나 해결 못하나]
북한을 떠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朝鮮칼럼]
최고인민회의 사진은 北 외교와 대남정책의 향방을 보여주는 단서
대미관계 여전히 중시.. 남북관계 봉인된 것 아냐, 원칙 지키되 접점 찾길

2026년 3월 24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최고인민회의 직후 기념사진. 김정은(앞줄 가운데)이 외무성 주요 간부들, 해외 주재 대사들과 함께 서 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제15기 최고인민회의 이후 공개된 사진 한 장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김정은이 외무성 주요 간부들, 해외 주재 대사들과 함께 찍은 이른바 ‘기념사진’이다. 사진 속 인물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낯익은 외무성 부상, 해외 대사 얼굴들 사이에서, 내가 만약 북한 체제를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느 자리에 서 있을지 떠올렸다.
그러나 개인적 감회를 넘어, 이 사진은 북한 외교와 대남정책의 향방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김정은 바로 옆에 유엔 등 다자 외교를 총괄하는 김선경 외무성 부상이 서 있다. 북한이 중·러의 전략적 후원을 배경으로 국제 무대에서 다자 외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과거에 중·러 주재 대사들에게만 부여되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우리의 국회의원) 배지를 김성 유엔 대사에게도 달아준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미국·러시아·중국 담당 부상들을 차례로 배치한 것을 보면, 북한 외교가 ‘대국 외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미국 담당 부상이 중앙 가까이에 자리한 점은,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한은 5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그 결과 여부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남 정책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북한 외무성 1부상에 임명된 장금철은 거친 표현의 대남 발언을 쏟아냈다. 불과 며칠 전 김여정의 비교적 온건한 대남 메시지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향후 대남 관계를 주도할 사령탑이 자신이라는 ‘등장 선언’으로 보인다. 시작이 너무 호전적이어서 남북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겠다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장금철이 정작 김정은과 외무성 장·차관급 간부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고착시키려 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노동당 중심의 특수한 틀 속에서 대남 정책이 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중 관계에서도 전략적 움직임이 감지된다. 북한과 중국 간 열차 운행 재개에 이어, 얼마 전에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방북해 김정은과 최선희 등을 만났다. 북한 측은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해 공동 이익 수호, 상호 협력, 다자 국제 질서 수립을 주장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해주면서 양자 관계 회복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 측은 국제 정세 변화에 무관한 ‘북·중 친선 고수·공고·발전’을 강조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곧 열리게 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지렛대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중은 왕이 외교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양측의 대미 전략과 관련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란 전쟁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그동안 베네수엘라·이란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며 자제하던 군사적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이것이 독자적 판단인지, 중국의 청탁에 따른 전략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등에 업으며 자신감을 얻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의 대응은 현실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당장 전면적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단계적 신뢰 구축을 위한 공간부터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미·중 정상회담과 북·미 관계는 중요한 변수지만, 여기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강력한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안보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부활하고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지금,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한·중 관계, 한·러 관계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관리해야 할 변수임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의 ‘두 국가론’을 공식적으로 부정하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 원칙을 지키되 접점은 찾아내자. 남북 관계는 지금 ‘닫힌 문’처럼 보이지만, 북한의 최근 행보는 그 문이 완전히 봉인된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일규 前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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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정보 공유 제한‘, 언론 유출자 놓고 자주·동맹파 반목. 그 동네는 盧 정부 때부터 바람 잘 날 없어.
-팔면봉,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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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간 쿠팡 불협화음 하나 해결 못하나

김범석 쿠팡Inc 의장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 대사에게 “애플, 구글, 쿠팡 같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 정부의) 조직적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특히 쿠팡에 대해 “범정부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작년 11월 쿠팡의 우리 소비자 개인 정보 유출 사고도 “민감도 낮은 정보의 유출”이라며 쿠팡 공격을 위한 “구실”이라고 했다.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쿠팡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정부도 쿠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우라늄 권한 확대 등을 위한 고위급 안보 협의가 어렵다는 뜻을 우리 측에 전했다고 한다. 작년 한미는 관세 협상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쿠팡도 미국 기업인 만큼 불이익을 받는다면 안보 협력도 어려울 것이란 압박이었다. 개별 기업 문제로 동맹의 안보 현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쿠팡은 고객 3370만명의 정보 유출 혐의로 우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가 빠져나갔는데도 쿠팡은 5개월간 보안이 뚫린 줄도 몰랐다. 심각한 사건이다. 오너 김범석 의장도 미국 국적이지만 쿠팡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 소비자에게서 나온다. 우리 국내법상 김 의장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김범석 의장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로비에 나섰다. 쿠팡은 트럼프 대통령의 30년 친구가 운영하는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과 가까운 회사와도 손을 잡았다. 트럼프 정부 1기 국가안보보좌관은 쿠팡 조사와 관련해 “트럼프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거의 전방위적인 로비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쿠팡이라는 일개 회사의 로비력보다 못하다는 건가. 이 문제를 한미 동맹 문제에까지 어려움을 초래할 상황으로 만들어야 했나. 미 정가는 올 초부터 쿠팡을 두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우리 외교 당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문제가 터지면 차분하게 조사해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전방위로 달려들어 윽박지르는 우리 정치 풍토도 악영향을 미쳤다. 경찰 수사도 4개월 넘게 질질 끌고 있다. 그사이 쿠팡은 워싱턴에 로비할 시간을 벌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조선일보(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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