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의지]
[보이저호, 65년간 태양계 탐사... 민주주의 저력 보여준 NASA 프로젝트]
[왜행성(矮行星)]
[42년 날아간 보이저2호 "태양계 끝은 탄환처럼 생겼다"]
[보이저호 다음은 뉴호라이즌스, 2029년 태양계 완전히 벗어날듯]
꺾이지 않는 의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 1호 일러스트./AP 연합뉴스
1977년 9월 5일 인류의 호기심을 가득 품은 탐사선이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보이저 1호입니다. 원래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 1980년 토성을 차례로 지나며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갔습니다. 2012년 태양풍과 자기장이 미치는 거대한 영향권인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별과 별 사이) 우주에 진입했습니다. 그렇게 보이저 1호는 인류가 쏘아 올린 탐사선 중에서 가장 멀리 갔습니다. 지금 지구에서 250억㎞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태양 사이의 약 167배에 이르는 거리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지천명(知天命)’을 앞둔 보이저 1호는 극한의 우주 환경 속, 아득한 어둠을 홀로 가로지르며 귀중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NASA는 지난달 17일 보이저 1호에 실린 장비 중 하나의 전원을 껐습니다. 이 탐사선 주변 우주 공간의 이온, 전자, 방사선 강도 등을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고장 난 것도 아닌데 일부러 작동을 멈췄습니다. 왜일까요. 전력 문제 때문입니다. 이 탐사선은 플루토늄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방사성동위원소 동력 시스템을 쓰고 있는데 매년 전력 생산 능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NASA는 보이저 1호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관측 장비의 전원을 하나둘 꺼왔습니다. 원래 관측 장비 10개를 탑재했는데, 이제 작동하는 것은 2개뿐(플라즈마 파동 관측기와 자기장 탐지기)입니다. 보이저 1호가 2030년대 중반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NASA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이저 1호는 언젠가 수명이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와 교신이 끊기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우주를 돌아다닐 겁니다. 보이저 1호의 여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인류가 만든 기술과 기계에는 물리적 수명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 실어 보낸 인류의 꿈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속된다는 것 말입니다. 보이저 1호가 향하는 곳은 이름 모를 외딴 우주가 아니라, 꺾이지 않는 인류의 도전 의지가 닿는 그 어느 자리일지도 모릅니다.
-김승범 기자, 조선일보(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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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호, 65년간 태양계 탐사... 민주주의 저력 보여준 NASA 프로젝트
1961년 2월,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국장으로 제임스 웹(James Webb)을 임명한다. 재무부 예산국장을 거쳐 국무 차관까지 지낸 그는 전형적 관료였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았던 그가 발탁된 것은 우주개발에 행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며 우주 경쟁이 벌어졌지만, 미국은 여전히 소련에 뒤지고 있었다. 얼마 뒤, 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다. 집권 초 케네디 민주당 정부는 다급해졌다. 앞서 스푸트니크 쇼크 당시 우주개발에 손을 놓고 있다고 공화당을 공격했는데, 민주당 집권 후에 소련이 더 큰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유리 가가린 우주 비행 이틀 후인 4월 14일 미 백악관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 제임스 웹은 소련을 단번에 추월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인간을 달에 보내자는 것. 하지만 필요 예산이 380억달러에 이른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미국 정부의 금 보유량을 모두 합해도 178억달러어치였다. NASA 연구원들조차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가능하다고, 아니 가능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기술이나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보았다. 어렵고 복잡한 과제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교체되기 마련이고, 같은 정권이라도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진다. 과학자들이 회의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제임스 웹은 달랐다. 민주 국가에서 이것이 가능해야만 독재 체제나 통제 국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라 믿었다. 이에 깊이 공감한 케네디는 회의적 여론에도 제임스 웹의 손을 들어주었다.
1961년 5월 25일 케네디는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한다. 인류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부처들을 설득하고,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느슨하고 분산된 NASA 조직의 재정비도 필요했다. 이 모든 과정에 제임스 웹이 있었다. 그는 여론도 꼼꼼히 살폈다. 1962년 2월 20일 존 글렌이 미국인 최초의 우주 비행에 성공하며 스타가 되자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존 글렌을 미디어에 드러내며 소련에 뒤지지 않는 NASA 이미지를 구축한다. 우호적 여론에 예산을 호소하자, 의회는 만장일치로 화답했다.
모두가 달에 갈 생각에만 빠져 있을 때, 그는 엄청난 국민 세금이 투입된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폴로 계획으로 빠듯한 예산에도 다른 행성 탐사를 병행했다. 어렵게 얻은 성과가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금성과 화성 탐사를 위해 마리너(Mariner) 계획을 지원하고, 중단된 파이오니어(Pioneer) 계획을 되살려 목성과 토성을 탐사했다. 파이오니어 계획으로 확보된 목성과 토성 자료는 마리너 계획과 결합하여 보이저(Voyager) 계획으로 발전한다.
모든 일이 순조롭진 않았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아폴로 우주선 발사는 지연되다가 1967년에야 처음 시도되었다. 그런데 이 첫 번째 발사, 즉 아폴로 1호는 출발도 못 한 채 지상에서 불타 세 우주인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여론이 급변했다. 당시 미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국론은 분열되고, 재정은 파탄 나고 있었다. 게다가 인종 간 계층 간 갈등으로 쌓인 불만은 아폴로 사고에 대한 비난으로 쏟아졌다. 달 탐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찬성의 2배에 달했다.
제임스 웹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 온갖 청문회에 불려 다니며 사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가감 없이 증언했다. 이 과정이 언론에 노출되자 수많은 공격이 그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이는 그가 의도한 것이다. 여론의 화살이 제임스 웹으로 쏠리게 만들어 NASA에 대한 신뢰는 훼손되지 않게 했다. 그 결과 곧 달 탐사가 재개된다. 사고가 수습되고 아폴로 계획이 제 궤도에 오르자 1968년 10월 그는 사임한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불과 아홉 달 전이었다.
그가 되살린 파이오니어 계획은 1958년부터 1978년까지 탐사선을 발사했다. 1972년 발사된 파이오니어 10호는 2003년 임무가 종료되었으니 파이오니어 계획은 무려 45년간 계속된 것이다. 1960년 시작된 마리너 계획은 1962년 마리너 1호를 시작으로 마리너 11, 12호가 1977년 보이저 1, 2호로 이름을 바꾸어 발사되어 아직 활동 중이다. 2025년 보이저호의 임무가 종료되면 65년간 이어진 프로젝트가 된다. 아폴로 계획의 후속으로 1972년 시작된 우주왕복선 계획은 2011년 종료되었다. 39년짜리 프로젝트였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그를 기리는 ‘제임스 웹’이라는 이름의 초대형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되었다. 허블 망원경을 대체하는 이 프로젝트는 1989년 예산 5억달러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고 보완되며 32년 동안 97억달러가 투입되었다. 수십 년간 ‘돈 먹는 하마’라는 평가를 받던 이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던 저력은 제임스 웹에게서 비롯되었다. 여러 논란에도 NASA라는 기술적 자산이 여전히 탄탄한 바탕에는 이처럼 뛰어난 행정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제임스 웹의 가장 큰 업적은, 한 국가가 거대한 위협을 마주했을 때, 설령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할지라도, 민주주의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과학으로 보여준 것이다.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조선일보(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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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행성(矮行星)
행성 닮았는데 중력 약해… 태양계에 명왕성 등 5개
1992년부터 작은 천체 대거 발견돼… 2006년 국제천문연맹, '행성' 재정의
행성 되려면 둥근 형태로 태양 돌며 궤도 주변 잔재 흡수할만큼 중력 세야
명왕성은 둥글고 태양 주위 돌지만 중력 약해 행성 지위 잃고 왜행성됐죠
지난달 28일 프랑스 마르세유 천체물리학연구소는 과학 잡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을 통해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 히기에이아(Hygiea)를 왜행성(난쟁이 행성·dwarf planet)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했어요. 현재 소행성인 히기에이아를 왜행성으로 신분을 올려줘야 한다는 제안이죠. 태양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은 여덟 개, 왜행성은 다섯 개, 그리고 소행성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행성, 왜행성, 소행성은 어떻게 다르고, 왜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이 되어야 한다는 걸까요?
◇행성, 왜행성, 소행성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라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새로 정한 태양계 행성의 정의를 따른 결과입니다.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일 것. 둘째, 자체 중력으로 구(球) 형태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을 것. 셋째, 궤도 주변의 잡동사니 잔재들을 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지배력(즉 중력)을 가지고 있을 것.
왜행성은 첫째와 둘째 조건은 만족하지만, 셋째 조건에서 탈락한 천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소행성은 첫째 조건만 만족하는 천체고요. 히기에이아는 첫번째 조건만 만족하는 '소행성'이었는데, 이번 관측 결과 생김새가 구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왜행성'의 조건을 모두 갖추게 됐습니다. 국제천문연맹에서 승인받으면 공식적으로 '왜행성'이 될 전망입니다.
◇'행성 X' 찾다 발견한 '해왕성' '명왕성'
그런데 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에야 '행성의 정의'를 다시 내렸을까요. 오랫동안 행성이었다가 왜행성으로 급이 떨어진 '명왕성'이 일으킨 논란 때문입니다. 1980년에 출간돼 여전히 과학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행성이 아홉 개라고 설명합니다. 명왕성이 행성이었던 시절의 흔적입니다.

1781년 영국의 윌리엄 허셜은 천왕성을 발견합니다. 천왕성은 별인지 행성인지 불분명했는데 망원경을 통해서 천왕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확인한 거죠. 그런데 천왕성의 궤도는 설명이 어려웠어요. 이때까지 발견된 다른 행성과 천체들의 움직임과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때부터 과학자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 X'가 천왕성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마침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가 천체들 사이의 미세한 중력 효과를 다룰 수 있는 수학적 계산법을 개발해줬습니다.
1846년 프랑스의 수학자 위르뱅 르베리에는 해왕성 위치를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독일 천문학자인 요한 갈레는 르베리에가 예상한 위치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해왕성을 발견해내죠. 그렇지만 여전히 천왕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면 제2의 '행성 X'가 필요했습니다. 그 노력의 끝에서 1930년 미국의 클라이드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합니다. 그렇지만 명왕성도 '행성 X'가 되기에는 너무 가볍다는 말이 나왔죠.
그런데 '행성 X' 가설은 1993년 보이저 탐사선을 통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정확한 질량 값을 측정하면서 폐기됩니다. 새 질량 값에 따르면 기존 천체의 궤도가 모순 없이 설명됐거든요. 해왕성과 명왕성을 발견하도록 했지만 '행성 X'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76년 동안만 행성이었던 명왕성
명왕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질량을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처음 발견됐을 때 명왕성은 지구 질량의 17배인 해왕성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1978년에 보다 정밀한 측정을 해보니 명왕성의 질량은 지구 질량의 100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죠.
천체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명왕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문학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명왕성 정도의 크기와 운동을 하는 다른 천체가 많다는 것이 분명해졌거든요.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하려면 태양계의 행성은 9개가 아니라 배 이상 늘어야 할 상황이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서 근무하는 천문학자의 발견을 시작으로 태양계 최외곽에 행성이 되지 못한 잔재들로 이뤄진 천체가 무수히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 이를 예측한 천문학자의 이름을 따 '카이퍼 벨트'라고 묶어 부르죠. 명왕성도 이런 카이퍼 벨트에 있는 많고 많은 천체 중 하나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행성이라면 공전 궤도 상의 다른 천체를 흡수하거나 튕겨낼 중력이 있어야 하는데 명왕성은 궤도에 비슷한 규모의 천체가 여럿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래도록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그냥 '소행성'으로 급을 낮추기는 아쉬웠고, 명왕성이 다른 부스러기 같은 천체와는 명백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을 정의하면서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듭니다. 왜행성은 말씀드린 대로 행성의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동시에 다른 천체의 위성이 아닌 천체로 정의되었죠. 명왕성은 76년 동안 '행성'이었다가, 2006년에 '왜행성'이 된 것이죠.
왜행성은 현재 명왕성, 세레스, 에리스, 마케마케, 하우메아 5개가 있습니다. 히기에이아가 왜행성으로 인정받으면 6개로 늘어나겠죠.
-주일우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조선일보(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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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날아간 보이저2호 "태양계 끝은 탄환처럼 생겼다"
NASA, 작년 11월 태양계 벗어난 보이저2호가 보낸 자료 공개
우주입자 변화로 태양계이탈 확인… 지구서 182억㎞ '성간우주' 비행중
40년 넘게 우주를 비행하던 미국의 심우주(深宇宙·달 너머의 우주) 탐사선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보낸 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 발사돼 태양계 행성들을 거쳐 지난해 11월 5일 태양계 바깥의 성간우주(星間宇宙)인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 진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은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지난해부터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연구논문 5편을 발표했다.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태양계 끝에는 태양에서 오는 입자가 줄어들고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입자가 늘어났다.
태양은 사방으로 전기를 띤 입자를 뿜어내고 있다. 이 모습이 마치 태양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같다고 해서 태양풍으로도 불린다. 이 태양풍이 미치는 곳이 태양권(heliosphere)이며, 그 끝에서 성간우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 태양권 계면(heliopause)이다. NASA 과학자들은 "보이저 2호가 관측한 태양계의 끝은 좁은 타원형으로 뭉툭한 탄환과 같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우주 입자 변화로 태양계 이탈 확인
태양계 끝의 자세한 모습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호는 보이저 2호보다 늦은 1977년 9월 5일 발사됐지만, 성간우주에는 2012년 8월 먼저 진입했다. 먼저 발사된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탐사하느라 1호보다 6년 늦게 성간우주로 들어섰다. 보이저 1호의 경우 측정 장비가 고장 나는 바람에 이번 보이저 2호가 보내온 것과 같은 정확한 모습을 관측하지 못했다.

NASA 과학자들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사실을 보이저 2호 주변의 플라스마 성질의 변화를 통해 알아냈다. 플라스마는 태양 표면처럼 엄청나게 온도가 높을 때 원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간 상태를 말한다. 태양권의 플라스마는 온도가 높고 밀도가 낮지만 성간우주는 온도가 낮고 플라스마 밀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보이저 2호가 태양권을 벗어나면서 예상대로 플라스마의 성질이 달라졌다고 NASA는 밝혔다.

태양권의 모양을 보여주는 그림. 태양권 밖 성간(星間)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한쪽으로 불어 오면서, 태양에서 나온 플라스마도 그림처럼 한쪽으로 흐르는 모양으로 나타난다. 심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는 각각 2012년 8월, 2018년 11월 태양풍이 미치는 태양권을 벗어나 성간 우주에 들어섰다. /NASA
태양권 계면이 11년 주기로 허파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보이저 2호를 통해 입증됐다. 2012년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계면에 닿을 때 거리가 122.6AU(1AU는 태양과 지구 간 거리인 약 1억4900만㎞)였는데 보이저 2호는 119.7AU에서 태양권 계면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날 때는 태양 활동의 극대기였고 보이저 2호는 태양 활동이 최저점에 가까울 때 태양권 계면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보이저 1·2호는 시간 차를 두고 나란히 목성, 토성을 지나간 이후 서로 갈라져 다른 방향으로 진행했다. 1호는 토성을 거쳐 태양계 밖으로 향했고,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탐사한 뒤 태양계 밖을 향했다.
이번에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자료를 통해 두 탐사선의 위치를 확인해 태양권이 대칭적인 모습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캘리포니아공대의 물리학 교수이자 보이저 프로젝트 책임자인 에드워드 스톤 박사는 "보이저 2호는 태양이 우리은하의 성간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면서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새로운 자료가 없었다면 보이저 1호를 통해 본 것이 특정 부분이나 시간대의 현상인지 태양권 전체의 현상인지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우주인에 전하는 한국어 인사말도 담아
보이저 1호도 과학 발전에 공을 세웠다. 1979년 보이저 1호는 당시만 해도 미지의 행성이었던 목성의 대적점(大赤點·거대 폭풍)과 대기를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듬해에는 토성에서 12만㎞ 떨어진 지점에 접근해 토성의 고리가 1000개 이상의 띠로 이뤄졌고 고리 사이에는 큰 틈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보이저 탐사선은 원래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4년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1989년 성간우주 탐사로 목표가 바뀌어 42년째 탐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보이저 탐사선은 당시 최신 기술이던 스윙바이(swing by·중력 도움) 항법을 사용해 동력을 크게 절감했다. 행성 가까이 가서 액체연료로 작동하는 추력기를 끄고 중력이 당기는 대로 가속이 붙어 이동하다가 방향을 틀 때만 추력기를 작동해온 것이다. 마치 태양계의 여러 행성을 징검다리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보이저는 이 기법을 이용해 목성 중력에서 추가 연료 소모 없이 시속 6만㎞의 속도 증가 효과를 얻었다. 보이저에는 우리말도 실려 있다. NASA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우주에서 조우하게 될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와 인류를 알리기 위해 각종 그림과 클래식 음악,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등을 담은 금제 은반을 보이저에 실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220억㎞, 보이저 2호는 182억㎞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다. 보이저 2호가 있는 곳은 빛의 속도라고 해도 16시간 반이 걸리는 먼 곳이다. 비행 속도는 시속 5만5000㎞에 이른다. 두 탐사선은 모두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이 내는 열을 전기로 바꿔 쓰고 있다. 보이저는 5년이 지나면 동력이 떨어져 더 이상 지구로 자료를 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외에 태양계를 벗어난 탐사선이 없어 동력이 허용하는 대로 관측 자료를 전송받을 계획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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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호 다음은 뉴호라이즌스, 2029년 태양계 완전히 벗어날듯
2006년 발사, 2015년 명왕성 관측… 지금도 지구와 교신하며 탐사진행
태양계를 여행하며 인류의 우주 역사 진보에 기여한 무인(無人) 우주 탐사선은 보이저호뿐만이 아니다.
파이오니어 10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72년 3월 3일 쏘아 올린 탐사선이다.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소행성이 많이 있는 영역인 소행성대를 통과해 이듬해 12월 4일 최초로 목성 촬영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 1983년 6월 13일에는 해왕성의 궤도를 횡단했고, 2003년 1월 23일 지구로부터 약 120억㎞ 떨어진 거리에서 교신이 두절되면서 우주 미아가 됐다.
1973년 4월 6일 발사된 파이오니어 11호는 토성과 토성의 고리를 처음으로 탐사했다. 탐사선은 1979년 9월 1일 토성과 2만1000㎞ 떨어진 지점을 근접 통과했다. 파이오니어 11호 역시 1995년 지구와 연락이 끊겼다.

1971년 5월 19일에 발사된 당시 소련의 화성 탐사선 마스 2호는 화성 착륙 도중 모래 폭풍으로 추락했다. 이어 발사된 마스 3호는 인류가 만든 우주선 최초로 화성 착륙에 성공은 했지만, 착륙 직후 교신이 끊어져 실패로 기록됐다. 화성 착륙에 성공한 것은 1976년 미국의 바이킹1·2호였다. 두 착륙선은 모두 화성의 표면 영상을 찍어 보내왔다.
미국의 뉴호라이즌스는 2006년 1월 19일 발사돼, 소행성 134340(옛 명칭 명왕성)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탐사선에는 첨단 장비 외에 명왕성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클라이드 윌리엄 톰보의 뼛가루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호라이즌스는 2015년 7월 명왕성 관측에 성공하며 명왕성의 지름이 2379㎞이며 3300m 높이의 얼음 산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19년 1월에는 태양계 끝에 있는 카이퍼 벨트의 소행성 울티마 툴레를 촬영했다. 뉴호라이즌스는 지금도 지구와 교신 중이며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2029년 태양계를 완전히 떠나게 된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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