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두려움 “반도체, 중국에 잡히면 다신 회복 못해”]
['용의 뿔(龍角)'을 자를 것인가]
[양대노총, 삼성전자 파업도 노동 권익 문제라고 보나]
[SK하이닉스 성과급의 나비효과]
이건희의 두려움 “반도체, 중국에 잡히면 다신 회복 못해”
[천광암 칼럼]
반도체 위해 ‘솥단지도 내다판다’는 中
낸드플래시는 한국 턱밑까지 추격
삼성 파업은 中에 날개 달아주는 격
노조 ‘1등 오만’ 버리고 ‘위기’ 직시해야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방한하면 꼭 삼성의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합니다. 그러면 그분들은 저에게 반도체의 핵심기술인 디자인, 즉 회로선폭에 대해 묻습니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은 매출 등 일반적인 내용을 묻지만 중국 지도자들은 달라요. 반도체 기술의 핵심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인터뷰는 이렇게 이어진다. “중국이 반도체에 관심을 가질수록 저는 더욱 초조해집니다.… 수십조 원을 투자해 여기까지 온 반도체산업이 중국에 발목을 잡히면 다시는 회복할 수가 없어요.”
잡과매철(砸鍋賣鐵). 1995년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인용한 사자성어다. 가난한 집이 밥 짓는 솥을 내다팔아 장사 밑천을 장만할 정도로, 비장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로 반도체를 키우라는 뜻이다.
실제로 장 주석 발언 직후부터 중국은 최초의 국가적 대규모 반도체 프로젝트인 ‘909 공정’을 시작하는 등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굴기(崛起)’에 나섰고, 그 흐름은 후진타오 시대를 거쳐 시진핑 시대에도 이어졌으며,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다.
‘잡과매철’의 결의(決意)로부터 30여 년, 중국 반도체 산업은 눈이 부실 만큼 발전을 거듭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메모리 산업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다. D램 중 하나인 HBM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 간에는 3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그 격차가 1년 이내로 좁혀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반적으로 낸드플래시는 얼마나 단을 높이 쌓느냐가 핵심경쟁력이다. 그런데 중국의 YMTC는 한국 기업(300단 안팎)에 거의 육박하는 270단까지 이미 쫓아왔고, 400단 이상으로 단수를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까지 개발해 놓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한중 간의 기술 수준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도 지난해 4분기 기준 6%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2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행여라도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 완전한 오산(誤算)이다. 1806년 나폴레옹이 영국을 겨냥해 내린 ‘대륙봉쇄령’ 이래로 수많은 경제 제재가 있었지만, 그것이 성공한 역사는 거의 없다. 대륙봉쇄령만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영국 경제에 타격을 줬지만 길게 보면 기술혁신을 통해 난관을 돌파하는 쪽으로 경제 주체들을 이끌어, 진행 중이던 영국의 산업혁명과 신시장 개척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망가진 쪽은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도 결국은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규제가 시행되기 전만 해도 중국 빅테크들은 시장에 나와 있는 질 좋고 저렴한 외산 제품을 사다 쓰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절박함이 덜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길이 막혔기 때문에 기술 자립과 제품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고, 중국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SMIC, CXMT, 캠브리콘 등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국을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 반도체산업으로서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성과급 갈등과 파업으로 ‘자충수’를 둔다면, 중국 반도체 업체들로서는 한 번 더 날개를 다는 셈이다. 지금까지 삼성이 수많은 고난과 도전을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해 온 비결은 끊임없는 ‘위기의식’이다. 하지만 개인 성과급을 위해 회사에 최대 100조 원에 이르는 피해를 안길 수 있는 파업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삼성전자 노조를 보면 위기의식의 상실을 넘고, ‘안주(安住)’를 넘어 ‘오만’의 경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오랜 기업 흥망사에서 변함 없는 철칙은 오만 앞에 무너지지 않는 1등은 없다는 것이다. GM이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으며, 인텔이 그랬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제라도 “중국에 발목을 잡히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는 이건희 회장의 두려움과 경고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턱밑에서 칼을 갈고 있는 중국 ‘추격자’들의 존재를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6-05-18)-
______________
'용의 뿔(龍角)'을 자를 것인가
세월이 갈수록 식물 쪽으로 관심이 간다. 30년 월급쟁이 생활 그만두고 나서 접사 렌즈 카메라 둘러메고 이 산 저 산 야생화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겠다. 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제주도 서귀포에 취미로 미니 식물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양반이 좋아하는 식물은 소철(蘇鐵)이었다. 제주도는 소철이 자라기에 좋은 토양과 기후라는 것이다. 소철은 야자나무 비슷하지만 아니다. 공룡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과(科)이다. “왜 이름에 쇠 철(鐵)자가 들어갑니까?” “잎이 시들해지면 밑동에다 쇠못을 박거나 철분을 뿌려주면 다시 소생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요. 쇳가루를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소철 주인은 미국에서 14년 동안 ‘확률적 인과론’ 분야를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국내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얻지 못했다. 박사학위는 교수 자리를 얻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물고기가 대학이라는 연못 밖으로 내던져진 셈이다. 그 좌절감을 서귀포에 와서 소철 키우며 달랬다. “쇳가루는 식물한테도 필요하군요!” “사람한테도 필요하죠. 그 쇳가루가 쩐(錢)이고 주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주식이 한국을 이끌고 있어요. ‘삼전닉스’가 한국의 국운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봅니다. 조 선생님도 이 주식 사세요. 나는 풀베팅했어요.”
필자는 그동안 이 칼럼에서 10번도 더 넘게 한국이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세에 있다고 쓴 것 같다. 잉어가 용으로 변하는 국운이다. 그런데 서귀포에서 소철 키우며 ‘쇳가루 주식’ 하는 사람한테서 국운이 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건 내 전공인데! 전국구 조폭이 방심하다가 시골 논두렁 깡패에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하늘의 뜻은 민심에 있다는 이치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 민심이 지금 반도체에 온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룡(成龍)의 용(龍)이 반도체였다는 사실을 소철 주인이 알려준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나의 재벌 기업이 아니다. 용이다.
19세기부터 이 땅의 여러 예언자가 후천개벽(後天開闢)을 예언하였다. 그 개벽이 반도체였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파업하면 용이 못 되고 이무기에서 멈춘다. 이무기는 뿔이 없다. 파업은 올라오는 용각(龍角)을 자르는 행위이다. 이번 정권의 최대 위기이자 승부처가 이 지점이라고 본다. 이걸 조정하지 못하면 정권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조용헌 동양학자, 조선일보(26-05-18)-
______________
양대노총, 삼성전자 파업도 노동 권익 문제라고 보나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 사후조정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에 대한 사측 입장 변화가 없으면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총리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식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도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양대 노총은 삼성전자 파업을 감싸고 있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성과급 논쟁은 단순히 과도한 요구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며 “기업이 창출한 이윤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최근 성명에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정당한 교섭 요구를 방치한 채 파업 가능성만을 문제 삼지 말라”고 노조를 옹호했다.
이번 사태가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따지는 단순한 임금 인상문제가 아닌 것을 양대 노총도 잘 알 것이다. 반도체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선 다음 기술 개발과 생산을 위해 이익 대부분을 재투자해야 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요구는 이런 기업의 장기 투자를 막는 일이다. 노동계에도 부정적인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카카오, 현대차 등 산업계 전반에서 같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8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1인당 수억 원씩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인 노동권익 확보로 해석되기 어렵다. 다른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일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이번 파업을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노조가 회사 이익의 특정 비율을 정해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영업이익 처분은 미래 투자 등 고도의 경영 상의 판단 영역이라 노동법상 쟁의행위 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해외 경제 석학들은 “근로자들이 호황기 파격적 보상을 원한다면, 불황기 낮은 임금과 정리해고 같은 고용 유연성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대 노총이 삼성전자 파업을 지지한다면 보상과 리스크를 주고받을 용의가 있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6-05-18)-
______________
SK하이닉스 성과급의 나비효과
상한 없앤 파격적 성과급 지급
교육에서 의대 쏠림 완화했지만
삼성전자 파업 등 후폭풍 거세
극렬한 갈등은 모두에게 비극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파업 이슈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기본급 대비 1000%이던 상한(캡)을 없앴다. 그 결과 올해 초 하이닉스 직원들은 기본급의 2964%에 달하는, 1인당 평균 1억5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내년에는 1인당 6억~7억원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이닉스의 파격적 보상안은 “우리도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 강력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취업 베스트’ 매대에 SK그룹 입사 관련 교재 ‘SKCT’가 진열돼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의 역대급 실적과 높은 성과급 기대감으로 취업준비생들의 SK하이닉스 지원 열기가 커지고 있다. /뉴스1
먼저 교육 분야. 한 후배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가 “커서 SK하이닉스에 가겠다”고 말해 놀랐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아이는 “월 1억원씩 벌잖아요”라고 했다. 사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하이닉스 성과급 규모가 사회에 미친 파급력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한 의대 쏠림도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공대 선호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타난다. 최근 SK하이닉스의 고졸 생산직 채용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며 “무조건 대학 가야 한다”는 강박도 완화되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 의대 열풍이라는 한국 교육의 고질병을 바로잡는 계기가 된다면 긍정적인 신호다.
둘째, 노동 분야에서 하이닉스 사례는 다른 기업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잣대가 됐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배경이다.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든 “왜 우리는 안 주느냐”는 요구가 빗발친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LG유플러스·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달라고 한다. 같은 업종, 같은 대기업 안에서도 보상 수준 비교가 일상이 됐다.
문제는 극소수 대기업 노조만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사업장의 특별 급여 인상률은 12.8% 늘었고, 중소기업은 3% 느는 데 그쳤다는 경총 통계가 방증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시장 격차 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현실에서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모습이다. 일반 직장인은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을 1년 치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대기업 노조를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분노를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된다. 적어도 1년에 수억 원대의 성과급을 요구하려면 노동 약자를 위한 보호 권리 역시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 52시간제 포기와 고용 유연성(쉬운 해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경영 분야의 고민도 깊다. 하이닉스가 성과급 상한을 없앤 건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인재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전략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이 나오면서, 업계 전체에 성과급 논쟁을 촉발했다. 다른 기업 CEO들은 “어떻게 CEO나 이사회가 이런 협상안을 수용할 수 있었느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기업들 사이에서 하이닉스가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다. 앞으로 CEO를 평가할 때 투자 실적, 조직 관리뿐 아니라 보상 전략이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교육·노동·경영 각 분야에 태풍을 불러온 SK하이닉스 성과급의 나비효과가 모쪼록 긍정적인 변화만 이끌기를 기대한다. 양면성에 대한 현명한 대처와 타협이 절실하다. 후폭풍이 줄파업과 극렬한 갈등으로 비화되는 건 모두에게 비극이다.
-신은진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26-05-18)-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經濟-家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계 석유생산량 1위 美, 왜 호르무즈 봉쇄로 휘발유가격이 오를까?] (0) | 2026.05.21 |
|---|---|
| [구조적 도약인가 단기 버블인가… ] ['개미'가 된 '개딸'.. ] .... (0) | 2026.05.20 |
| ['며느리 회장'] (0) | 2026.05.18 |
| [자가 보유율 94% 루마니아, 왜 주거지옥일까] [양포세] (1) | 2026.05.15 |
| [‘재택근무는 권리 아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 (0) | 2026.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