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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난, '재건축 속도전' 넘어서야] [도시 공간을 바꾸는.. ]

뚝섬 2026. 5. 22. 10:50

[서울 주택난, '재건축 속도전' 넘어서야]

[도시 공간을 바꾸는 '주차 규칙'의 비밀]

 

 

 

서울 주택난, '재건축 속도전' 넘어서야

 

"재건축 빨리"론 문제 해결 못해
지상과 지하 공간 더 활용하는
입체적 도시 재설계·상상력 필요
도심 밀도는 뉴욕·도쿄보다 낮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일대가 재개발로 아파트촌이 된 장위3동(왼쪽)과 재개발이 안된 장위1동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운호 기자

 

서울의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실수요자들은 집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저출생 위기 속에 모처럼 신혼부부가 늘었지만 정작 살 집이 부족하다. 영끌에 부모 힘까지 빌어 감당 못할 빚을 지거나 인천·경기에서 매일 왕복 3시간 넘게 출퇴근하는 고단한 삶을 감내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들 공약을 보면 답답하다. 폭행 전과,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논란으로 충돌하지만 정작 시민 삶과 직결된 주택 문제에 대한 미래 비전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공급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당선되면 정부와 협의해 오 시장보다 더 빨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당기는 것 외에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라면 관점을 더 확장해야 한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재건축 속도전’을 넘어 서울을 ‘입체 도시’ ‘3차원 도시’로 재설계하는 전략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밀 도시지만 정작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공간이 많다. 미국 뉴욕, 일본 도쿄보다 평균 밀도가 높다고 하는데 이는 서울에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10일 서울 남산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전기병 기자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 핵심 업무지구의 개발 밀도는 뉴욕이나 도쿄보다 상당히 낮다. 서울 도심의 재개발 사업 용적률은 1100% 안팎인데 뉴욕 맨해튼은 1800% 이상, 철도 차량기지를 개발한 허드슨야드는 3300%에 육박한다. 도쿄는 시부야, 마루노우치 등 도심 재생특구의 경우 최고 1800% 수준이다. 이는 서울 도심의 개발 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낡은 도심을 초고층으로 복합 개발해 시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넣고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을 공급할 수 있다. 도시 경쟁력을 높일 글로벌 기업 유치도 가능하다.

 

나아가 서울 아래에 ‘지하 도시’를 만들어 빌딩을 네트워킹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쿄 마루노우치나 시부야에 가면 빌딩 지하를 연결해 지상 교통량을 분산하고 새로운 상권을 만들었다. 빌딩끼리 지하 주차장도 공유한다. 

 

서울 영동대로 라이트워크 조감도. /도미니크 페로

 

서울에도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에 비슷한 콘셉트의 복합 환승 센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도로와 철도, 물류 시설을 지하에 넣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는 혁신적 시도다. 햇빛이 지하 7층까지 내리쬐도록 만든다. 설계를 맡은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자연의 빛을 끌어들여 지하 7층에서도 지하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했다”며 “지상과 지하 공간이 융합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파리도 지하로 눈을 돌려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페로는 “복합 환승 센터가 완공되면 지하 공간을 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영동대로 라이트워크 조감도. /도미니크 페로

 

꼭 지하에 살자는 게 아니다.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하면 그만큼 지상에 더 많은 주택과 공원, 사람을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동대로 외에 경부고속도로, 창동 차량기지, 수서 차량기지도 지상과 지하를 입체 개발하면 주택과 업무 시설을 대량 공급하면서도 쾌적한 도시가 될 수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서울시장이 용도 지역 등 규제와 도시계획 제도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 이는 1차적으로 시장의 권한이다. 도쿄, 뉴욕, 런던 등 서울과 경쟁하는 글로벌 도시들은 이미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의 안목으로는 공급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을 재배치·재정의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략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지금 서울에 필요한 건 재건축 속도전이 아니라 도시를 다시 설계할 안목과 상상력이다. 서울시장 후보라면 그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최종석 기자, 조선일보(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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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을 바꾸는 '주차 규칙'의 비밀

 

한국은 건물 안에서 주차를 책임지느라
필로티 구조 등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1층 사라지고 길 끊기고 매력도 반감돼

도쿄는 1층을 사람 중심 공간으로 활용
결국 주차장 규정이 도시의 철학을 좌우
자율주행 시대엔 주차장법부터 바꾸자

 

도시는 건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는 규칙으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매일 걷는 거리의 폭, 건물 1층의 용도, 골목의 표정까지도 보이지 않는 설계도에서 출발한다. 그 설계도는 건축가가 그리는 평면도가 아니라, 법과 제도라는 형태로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지만 잘 인식되지 않는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주차’다. 사람들은 건축을 이야기할 때 형태와 디자인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로 도시를 바꾸는 것은 “차를 어디에 두느냐”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이 도시의 밀도, 보행성, 경제성, 그리고 심지어 삶의 방식까지 결정한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는 비교적 명확한 원리를 따른다. 건물을 지으면 그 건물 안에서 자동차의 주차를 책임져야 한다. 일정 면적 이상의 건물을 지을 경우, 반드시 일정 대수 이상의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 규칙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각 건물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니 전체 도시가 안정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논리는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첫째, 사람을 위한 1층이 사라진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공간은 길과 만나는 1층이다. 이곳에서 상업이 이루어지고, 사람이 머물고, 도시의 표정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건물은 이 자리를 자동차에 내준다. 필로티 구조 아래에 주차장이 들어서고, 그 결과 길은 단절된다. 둘째, 땅의 효율이 떨어진다. 주차장은 수익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못하는 작은 필지는 지상 1층의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 전체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셋째, 건축의 다양성이 줄어든다. 작은 필지는 개발이 어렵다. 일정 대수의 주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시는 큰 필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큰 자본을 가진 사업체만 개발할 수 있고, 획일적인 건물들이 반복된다.

 

반면 도쿄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건물이 자동차를 책임져야 하는가?” 일본은 기본적으로 다른 방향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하려면 주차할 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차고지 증명제’라고 한다. 이 제도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차를 갖고 싶다면, 그 차를 둘 장소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 규칙은 도시 전체를 바꾼다. 건물은 더 이상 주차를 위해 설계되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위해 설계된다. 작은 땅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고, 1층은 상업 공간으로 채워진다. 거리에는 가게가 늘어나고, 보행자가 머무를 이유가 생긴다. 주차는 도시 전체로 분산된다. 곳곳에 작은 유료 주차장이 존재하고, 필요한 사람만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한다. 자동차는 공짜가 아니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사람들은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교통 체증은 줄어든다.

 

도시의 매력은 높은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걷는 높이, 즉 1층에서 만들어진다. 사람은 건물을 위에서 보지 않고, 옆에서 본다. 따라서 도시의 질은 ‘얼마나 많은 1층이 사람을 향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의 많은 거리에서 우리는 비어 있는 1층을 마주한다. 자동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경사로, 셔터가 내려진 주차장 입구, 혹은 단순한 공백. 이 공간들은 도시의 연속성을 끊는다. 반면 도쿄의 골목은 끊기지 않는다. 작은 가게, 카페, 식당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는 문화의 차이가 아니라 제도의 결과다.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1층을 사람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밀도가 높아져서 사람 간의 교류가 늘어나면 창의성과 경제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주차장을 건물 안에 넣어야 하는 도시에서는 사람을 위한 밀도가 낮아진다. 동일한 땅에 더 적은 프로그램만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차를 도시 인프라로 분리하면, 건물은 순수하게 사용 공간으로 채워진다. 이는 사람이 걷는 필요한 곳에 더 높은 밀도로 이어진다. 도쿄의 촘촘한 도시 조직은 단순히 인구가 많아서 생긴 것이 아니다. “주차를 건물에서 분리한다”는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다. 

 

1층에 주차 공간을 만들기 위한 필로티 구조. /조선일보DB

 

만약 서울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건물이 아니라 자동차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면?” 아마도 1층 풍경이 바뀔 것이다. 필로티 주차장은 상점으로 바뀌고, 골목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작은 필지에서도 다양한 건축이 가능해지고, 도시는 더 유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동차를 소유하는 비용은 올라갈 것이다. 주차 공간은 더 이상 숨겨진 비용이 아니라, 명확한 개인의 부담이 된다. 이는 결국 도시의 이동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된다. 물론 우리가 이런 정책을 폈다면 지금처럼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가 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모른다. 우리는 국제적인 ‘현대·기아 자동차’는 소유했지만 이는 도시 공간을 희생한 결과다. 안타까운 것은 일본은 도요타라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를 보유하면서도 보행 중심 도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자동차 산업 때문에 인간 중심 도시를 희생했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훌륭한 건축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건축가가 어떤 규칙 안에서 설계하느냐다. 주차장 규정은 단순한 기술적 조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시의 철학을 드러낸다. 이 도시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는가, 아니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는가. 도시는 그 선택의 결과다. 그리고 그 선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거리의 모습도, 오래전에 내려진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일 뿐이다.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을 보편화시켜 새로운 주차장법을 만들어서 도시를 바꿔보자.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조선일보(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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