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나눠 마시는 나라]
[메타는 10% 감원했고, TSMC는 성과급 깎는다는데]
[126조원 이익에도 감원한 메타]
[일자리 시장 진입조차 못 하는 ‘장백청’ 22년 만에 최대]
물 들어올 때 나눠 마시는 나라
AI發 반도체 '대박' 나눠먹기
노조는 서둘러 이익 챙기고
100조 적자 정부도 일단 '축포'
다 뿌리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지난 5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왼쪽부터)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올해 기준 약 31조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뉴스1
지난주 미국 자본시장에선 빅 이벤트가 잇달아 열렸다. 시가총액 1위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과 사상 최대 규모 상장을 앞둔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 보고서가 발표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피지컬AI 등 100조달러 규모의 잠재적 AI 시장을 위해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야심이 더 크다. 상장으로 조달할 약 750억달러를 ‘우주 AI 생태계’에 최우선 투입한다고 했다. 미래 AI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錢)의 전쟁’은 치열함을 넘어 살벌해 보였다.
같은 시간 한국 풍경은 달랐다. AI 반도체 수출로 올해 실적 ‘대박’이 예상되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내놓으라며 파업을 협박했고, 결국 받아냈다. 엔비디아·스페이스X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 나가려고 전력투구하는 모습이었다면 삼성전자 직원들은 그 물을 일단 나눠 마시자고 합의를 봤다. 성과급 예상 총액 약 31조원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연구·개발과 기업 인수에 쓴 돈의 1.5배 수준이다.
올해 코스피는 86% 올랐다. 상승률이 미국 S&P500 지수의 10배에 달한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우량주를 모아 놓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올해 상승률(70%)과 비교하면 격차는 확 좁혀진다. 코스피 성과는 한국 혼자 잘해서라기보다, 반도체 호황이 준 선물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는 뜻이다.
반도체 덕분에 정부도 ‘횡재’가 예고돼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낼 법인세에 힘입어 세금이 최소 25조원 더 걷힐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국가 부채 비율을 끌어내리는 데 이 돈을 투입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청와대 생각은 다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 초과 세수를 ‘구조적 국민 배당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도 거들었다.
삼성전자는 노조 압박에 못 이겨 더 벌어들인 돈의 상당분을 직원들에게 분배하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는 실제 세금이 다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꽤 큰돈을 국민에게 나눠 주었다. 지난 3월 26조원짜리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올해 걷힐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추경의 상당액은 소비 쿠폰과 유가 상한제 보조금 등으로 뿌려졌다. 국가 부채 상환에도 쓴다고 생색은 냈지만 전체 나라빚 1414조원의 0.07%인 1조원만 배정됐다.
‘초과 세수’라 하니 정부가 흑자를 내는 듯 보인다. 착시다. 초과 세수는 정부 예상치보다 세금이 더 들어온다는 얘기일 뿐이다. 정부는 애초에 올해 100조원 정도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감당하는 재정 계획을 짰기 때문에 25조가 아니라 50조를 더 걷어도 나라 살림살이는 무조건 구멍이 나게 돼 있다. 대통령은 “긴축 노래를 부르는 이상한 분들”이라고 했지만, 한국 재정은 긴축과는 거리가 멀다. ‘국민 배당’을 나눠 가질 방법을 궁리할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

관리재정수지 기준, 2026년은 지난해 추계치. /기획예산처·국가데이터처
젠슨 황은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나는 회사가 30일 후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하루하루를 시작한다. 취약하고, 불확실하고, 불안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돌변하는 기술 산업의 속성 때문에 횡재가 횡액으로 언제 어떻게 뒤집힐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용범 실장은 ‘국민 배당금’을 거론하며 AI 시대에 한국의 위상이 ‘차원이 다른 나라’로 바뀔 수 있다고 낙관했다. 3년 연속 세수 결손에 허덕이다 간만에 초과 세수를 얻게 된 나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번듯한 AI 하나 없는 나라가 이토록 자신감에 취해도 될까. 반도체 ‘원청 기업’ 사장 젠슨 황도 불안하다는데 말이다.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26-05-26)-
______________
메타는 10% 감원했고, TSMC는 성과급 깎는다는데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가 시작된 지 나흘 만에 투표율 86%를 넘어선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에 따르면 총회의 총선거인 수는 5만 7291명으로 이날 오전 8시 29분 기준 투표에 참여한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4만 9363명으로 투표율은 86.16%다. /뉴스1
미국 빅테크 메타는 지난해 832억달러(약 12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이달에만 직원의 10%를 내보냈고, 대만 TSMC는 1분기 호실적에도 성과급 15% 삭감설이 나돌고 있다. 한국과 격차를 좁히려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50억달러(약 37조9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글로벌 경쟁사 빅테크들이 인력을 줄이고 투자금을 쥐어짜며 사투를 벌이는 사이 우리는 어떤가. SK하이닉스가 노조의 파업 위협 속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양사 직원 모두 올해 1인당 평균 6억~7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그것도 향후 몇 년간 고정적으로 받을 예정이다.
한 해에 100조원 넘게 번 메타가 이달 8000명을 감원한 것은 올해 AI 인프라와 연구·개발에 최대 1450억달러(약 219조원)를 쏟아붓기 위해 비핵심 인력을 줄인 것이다. 대만 TSMC 역시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58% 급증한 26조7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사회는 전 세계 12개 공장 신설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내부 보상을 철저히 통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대만 언론들조차 “TSMC 직원들이 한국의 성과급 제도를 추종해 파업을 벌이자고 선동한다”는 우려 섞인 보도를 내보낼 지경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은 최근 2년간 직원의 20%가 넘는 2만5000명 안팎의 인력을 감원했고, 주주들에게 주던 배당금 지급마저 중단했다. 그렇게 확보한 자금을 AI 메가팹 공장 건설과 핵심 연구·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흑자로 돌아서자마자 보상 잔치 대신 AI 낸드 공장 가동에 재투자를 감행하는 일본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연합의 움직임도 매섭다.
이들이 호황에도 성과급을 줄이려 하고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투자 규모 때문이다. 올해 아마존,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4사가 쏟아붓는 설비 투자 비용만 260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하며, TSMC 역시 올해 350억달러(약 52조원)가 넘는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승자독식의 AI 시장에서 한 발만 뒤처지면 곧바로 삼켜진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국민배당금’ 논쟁까지 나왔다. 온 나라가 전리품을 어떻게 나눠 가질지 숟가락 싸움을 벌이는 꼴이다. 지속적인 성장 없는 분배는 신기루와 같다. 글로벌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조선일보(26-05-26)-
______________
126조원 이익에도 감원한 메타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주에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 메타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나 백수 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몇 분 전 회사에서 “너의 직무가 없어졌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고, 출근 준비를 멈췄다고 한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며 좋은 인사 평가를 받아 주식 보상까지 두둑이 받은 ‘에이스’였다. 하지만 팀 전체가 해체·재배치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는 “회사에 변화가 많은 상황이니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각오했던 일”이라고 했다.
올해 메타의 대규모 구조 조정은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핵심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대 파격 보상도 아끼지 않는 조직이지만, 과감하게 인력을 줄일 때도 있다. 이달에만 전체 직원의 10%인 8000명가량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메타의 영업이익은 832억달러(약 126조원)로, 돈을 못 벌어서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R&D) 등에 최대 1450억달러를 쓸 예정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1원칙은 늘 ‘지속된 성장’이다. AI 시대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안주하지 않는다. 늘어난 이익이나, 그 이상을 다시 투자해 파이를 키운다. 아마존(2000억달러)·MS(1900억달러)·구글(최대 1900억달러)·메타, 이 네 회사의 올해 투자 비용은 7000억달러(약 1060조원)가 넘는다. 회사의 이익을 직원들이 나눠 갖더라도 주로 주식 보상의 형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익과 함께 손실에 대한 책임도 나눠지게 된다. 더 나아가 메타의 사례처럼 회사가 성장을 위해 해고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선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협상이 막판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한쪽에서 성장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동안, 한국에선 이제 막 과실을 맺기 시작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로 싸우는 형국이다. 여기엔 정부도 숟가락을 얹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발생할 초과 세수를 청년 창업,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AI 전환 교육 등에 환원하자는 ‘국민배당금’을 제안했다. 이런 분배 논쟁은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계속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하길 바란다. 지속적인 성장 없이는 분배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미래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하며, ‘이익의 분배’에는 원칙과 제한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규모의 특별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손실 위험도 함께 나누는 제도 변화도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AI 과실을 더 많이 갖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이 설익은 ‘분배 논쟁’에만 매몰된다면, 다음 호황의 주인공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다은 기자, 조선일보(26-05-25)-
______________
○자산·소득 격차에 대한 분노 지수, 4060세대 중산층에서 가장 높아. 상대적 박탈감이 이렇게 무서운 법.
-팔면봉, 조선일보(26-05-25)-
______________
일자리 시장 진입조차 못 하는 ‘장백청’ 22년 만에 최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환경산업 일자리박람회를 구직자가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6.05.19. [서울=뉴시스]
회복세를 보이는 고용 지표 뒤에 가려진 ‘장기 실업’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구직 기간이 6개월을 넘긴 장기 실업자는 지난달 10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명이나 늘었다. 특히 전체 실업자에서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7%로,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체 실업자와 3개월 미만 단기 실업자는 줄어 고용 지표가 좋아졌다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지만, 한번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에 실패하면 좀처럼 실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용 시장의 질적 악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더 뼈아픈 것은 장기 실업의 늪에 갇힌 이들의 절반 이상인 56.5%가 20, 30대라는 사실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위험한 수준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정점이었던 4년 전보다 4.1%포인트나 하락한 43.7%까지 떨어졌다. 60세 이상 고용률(47.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를 얻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야 할 청년들이 사회 진출의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이른바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노동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경기 부진이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도입되면서 그동안 신입 사원들이 주로 맡아오던 단순·사무 업무가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다. 고용의 핵심 축인 제조·건설업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고, 기업들은 신입 공채 대신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위주의 수시 채용으로 돌아섰다. 일자리 생태계 자체가 갓 학교를 마친 청년들의 도전을 거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응집된 결과다. 정부는 직업 훈련 과정을 늘리고 구직 수당을 지급하는 등 ‘청년 뉴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런 단기 처방만으론 구조적 고용 절벽을 넘기엔 부족하다. AI 도입 등 달라진 고용 생태계에 걸맞은 맞춤형 교육·훈련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신산업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다.
-동아일보(26-05-25)-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經濟-家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TSMC 무노조 경영] [삼전닉스 프롤레타리아 혁명] .... (1) | 2026.05.27 |
|---|---|
| [연봉 격차가 20배를 넘으면 생기는 일] [우리가 늦은 게 아닐지도.. ] (0) | 2026.05.27 |
| ['메이드 인 코리아' 중국車] [자동차 벼랑 끝, 조선·철강 빈사 상태.. ] (0) | 2026.05.26 |
| [서울 주택난, '재건축 속도전' 넘어서야] [도시 공간을 바꾸는.. ] (0) | 2026.05.22 |
| [세계 석유생산량 1위 美, 왜 호르무즈 봉쇄로 휘발유가격이 오를까?] (0) | 202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