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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에 선글라스 쓴 日여학생들] [에어컨 없이 보낸 사흘]

뚝섬 2026. 5. 24. 05:50

[교복에 선글라스 쓴 日여학생들]

[에어컨 없이 보낸 사흘]

 

 

 

교복에 선글라스 쓴 日여학생들

 

지난주 도쿄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선글라스를 산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선글라스를 판매한다. 패밀리마트는 지난해 출시한 선글라스가 3주 만에 전량 매진되자, 올해는 아예 출시 시기를 3월로 앞당겼다. 집 앞 편의점에선 벌써 동이 나 구할 수 없었다.

 

5월의 도쿄는 일찌감치 ‘자외선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직사광선도 문제지만, 도쿄 특유의 아스팔트와 유리 빌딩에서 반사되는 ‘데리카에시(照り返し·반사광)’가 사방에서 보행자를 괴롭힌다. 양산을 쓰거나 팔토시를 착용한 도쿄 시민들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교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일본 도쿄 죠시세이가쿠인 중·고교 여학생들 /안경 브랜드 조프(Zoff)

 

학교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도쿄 기타구에 있는 죠시세이가쿠인(女子聖学院) 중·고교 학생들은 선글라스를 쓰고 등교한다. 단정한 교복 차림에 저마다 취향을 담은 다양한 색의 선글라스를 쓴 여학생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학교는 지난해 10월 전국 중·고교 최초로 교복에 선글라스 착용을 공식 허용했다. 이바라키현 미쓰카이도(水海道) 고교 학생회도 최근 선글라스 착용 자유화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지진 등 자연재해에 민감한 일본은 폭염이나 자외선, 꽃가루처럼 계절이 몰고 온 일상의 위협도 국가적 재해로 인식하고 역량을 동원한다. 자연스레 기발하고 실용적인 정책이 쏟아진다. 도쿄도청은 지난달 강도 높은 ‘쿨비즈(Cool Biz)’를 선언했다. 공무원들이 정장 대신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아침 7시 조기 출근을 장려하는 폭염 대책이다. 수도 도쿄가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전국 확산도 예상된다.

 

민생과 직결된 대책도 과감하다. 도쿄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름철 4개월간 전 도민(都民)의 수도 요금 기본료를 전액 면제한다. 에어컨 사용을 주저하다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는 고령층을 배려한 조치다. 일본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통하는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는 버스 정류장 지붕에 냉각 미스트를 설치해 기온이 28도를 넘으면 시원한 안개비를 뿌린다. 요구르트에 포함된 단백질이 체내 수분 유지에 도움을 준다며, 관내 양로원과 보육원에 무상으로 나눠주기도 한다.

 

‘기후 재해’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매년 펄펄 끓는다. 작년에 4400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고, 지난 15일엔 서울 도심에서 벌써 첫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 올여름엔 예년을 웃도는 ‘역대급 무더위’가 닥친다고 한다.

 

일본은 수백 년간 자연재해와 싸우며 축적한 ‘방재 DNA’를 기후 위기라는 새로운 적(敵)에 발 빠르게 접목해 왔다. 노련하면서도 생활 밀착형인 이들의 대책은 한국 방재 당국과 지자체에도 참고가 되기에 충분하다. 당장 올여름 우리도 인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땡볕 아래서 땀 흘리는 학생들을 위해 교복에 선글라스를 허용하는, 작지만 파격적인 시도부터 해보자. 일상의 위험을 줄이는 첫걸음이다.

 

-도쿄=김동현 특파원, 조선일보(2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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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이 보낸 사흘

 

서울의 ‘최저’기온이 29도에 육박하던 날, 두문동재를 넘었다. 해발 1048m인 이 고개를 지나면 강원도 태백시의 시작이다. 평균 해발고도 약 902.2m.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고원 도시는 7·8월 평년(1991~2020년 평균) 최고기온 평균값이 25.9도와 26.0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피서(避暑)였다. 태백시의 별명은 3무(無) 도시. 시원한 기후와 높은 고도 덕분에 열대야가 없고, 에어컨이 없고, 모기가 없다는 것이다. 7월부터 연일 폭염경보가 계속돼 전국 지도가 ‘노란색(폭염주의보)’과 ‘빨간색(폭염경보)’으로 칠해지던 날에도, 손가락 모양의 이 도시는 제주 한라산(제주 산지)과 함께 돋보이는 하얀색이었다. 태백에 잠깐 살았다는 시인 박준은 대구에서 만난 친구에게 이렇게 자랑한다. “태백도 어제는 정말 더웠어. 한낮 기온이 26도까지 올랐거든.” (산문집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30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폭염 특보 발효 지역이 표시되고 있다. 빨간색은 폭염 경보, 노란색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역이다. /연합뉴스

 

두문동재 터널을 지나자, 놀랍게도 바람이 달라져 있었다. 기분 좋은 시원함이 손끝에 느껴졌다. 선풍기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힘겹게 산을 올라 정상에 섰을 때 마주하는 청량한 바람.

 

이날부터 태백에 머무는 3일간 에어컨을 끄고 지냈다. 올해 6월 13일 서울에서 처음 에어컨을 켰으니 46일 만이었다.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서울의 폭염과 열대야 속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얇은 카디건을 가지고 다니거나, 냉방병을 살짝 앓으면서 견뎠다.

 

에어컨 없이 나는 여름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겪던 이유 모를 두통과 재채기가 먼저 사라졌다. 7월 들어 중단한 아침 달리기도 재개했다. 오전 6시 30분, 태백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기온은 20도였다. 5km를 뛰려다 날씨가 너무 아까워서 10km를 뛰었다. 왜 이곳이 ‘원정 훈련의 성지’인지 끄덕끄덕.

 

그러나 서울의 폭염을 피해 온 외지인에게나 피서일 뿐, 태백 현지인들은 점점 더워지는 여름을 나고 있다. ‘3무’는 이미 깨졌다. 태백에도 조금씩 에어컨이 침투하고 있었다. 물론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건수는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적었다. 28가구가 사는 한 아파트 외벽의 실외기 개수를 세어 보니 4대였다. 식당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10년쯤 전만 해도 선풍기 안 트는 집도 많았는데, 3~4년 전부터 에어컨 설치하는 집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7월 29일 오전 10시를 기해 태백에도 마침내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얼마 전 어느 기후학자는 라디오 프로에서 “올해가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원년이 아닐까 싶다”며 “이 정도 수준의 더위가 지속되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했다. 너무나 당연해서 모두가 경시하는 지구온난화가 이상기후의 원인이다. 태백으로 피서 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남정미 기자, 조선일보(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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