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건강해진다]
[내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이유를 나도 모른다]
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건강해진다
“선생님 덕분에 용기 내어 러닝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넓은 길에서 사람들과 함께 달리니 좋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열심히 치료받고 뛰면서 다음에는 병원이 아닌 대회장에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분이 보내온 편지다. 마지막 문장을 몇 번 곱씹었다. 진료실이 아니라 출발선에 서고 싶은 마음, 일상을 회복하며 건강한 삶을 즐기고자 하는 바람이 전해졌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꿈꾸는 치유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병원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경청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삶의 방식 전체가 무너졌을 때 찾아오곤 한다. 고립된 이들에게는 약물 처방을 넘어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실천적 계기가 필요하다.
달리기는 그 강력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을 지탱하는 세 기둥, 즉 몸과 마음과 관계를 모두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러닝은 뇌신경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기분과 의욕을 높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활성화한다. 숨이 적당히 가쁜 상태에서 팔다리를 교차하며 달릴 때, 마음은 움직임 속에서 평정을 되찾는 ‘동적 명상’ 상태에 들어간다. 타인과 함께 달리면 사회적 연결감도 회복된다.
공원과 거리를 메운 러너들은 길 위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가 된다.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함께 러닝 크루 ‘마인드런’을 결성했다. 운동을 권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의사들이 스스로 건강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5분도 못 뛰던 초보들이 10㎞를 완주하고 땀범벅이 되어 활짝 웃을 때, 몸과 마음의 건강이 실현된 모습을 본다.
건강의 희열을 아는 의사는 진료에서도 운동, 영양, 수면,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우울할수록 의욕이 없어 밖에 나가기 힘들지만, 의욕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10분만 나가서 걷자’는 작은 실천이 마음의 힘을 기르는 시작이다.
어느 날에는 수천 명의 의사, 환자, 시민, 가족이 출발선에 모였다. 치료자와 환자가 아닌 동료 러너로 나란히 달린 그 순간, 앞에 언급한 편지에 적힌 치유와 회복의 소망이 깨어났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은 치료자를 ‘함께 동행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늘, 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어 보자. 몸을 움직이면 마음이 건강해진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선일보(26-06-16)-
______________
내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이유를 나도 모른다
스페인 연구진 "문화·환경·나이 상관없이 왼쪽 방향 선호"
지문·눈물·하품의 존재 이유도 아직 몰라, 과학 갈 길 멀어

“오른손과 왼손이 본래 다르게 쓰이도록 타고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유모와 어머니의 어리석음’ 탓에 손에서만 차이가 나게 되었다.”
기원전 4세기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마지막 저작 ‘법률’에 이렇게 적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버릇이라고 본 것이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달랐다. ‘동물의 부분에 대하여’에 “오른손이 왼손보다 원래 우월하다”고 썼다.
그 후 3000년이 지났지만 이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세계 인구의 87~90%가 오른손잡이인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2024년 막스플랑크 연구진이 왼손잡이에서만 나타나는 희귀 단백질 변이를 찾아냈지만, 이는 전체 왼손잡이의 1%에만 영향을 미쳤다.
손잡이의 원인만큼 미스터리한 문제가 새로 등장했다. 스페인 나바라대 연구팀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사람들이 얼마나 거리를 두고 걷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동영상을 분석하던 연구팀은 기묘한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반시계 방향(왼쪽)으로 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누구도 과학적으로 궁금해하지 않던 현상이다. 연구팀이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움직이라고 하자 단 몇 초 만에 80%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고, 혼자 있는 사람도 75%가 왼쪽으로 돌았다.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출발 자체가 왼쪽 방향을 선호했다. 사람들은 걷다가 벽을 마주치는 경우에도 대부분 왼쪽으로 돌면서 피했다. 연구팀은 차량이 좌측 통행하는 일본이나 영국에서는 방향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문화적 차이, 군중 효과, 주로 사용하는 손이나 발, 어떤 것도 원인이 아니었고 심지어 한쪽 눈을 가려도 사람들은 왼쪽으로 돌았다. 연구팀이 5세 아이들의 행동을 분석했던 일본 연구팀에서 받은 동영상 속에서는 성인보다 더 심한 왼쪽 편향이 나타났다. 5년간 수많은 가설을 검증한 연구팀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이렇게 발표했다. “사람들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문화, 생활환경과 관계없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원인은 찾아낼 수 없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찾아보면 끝이 없다. 전신마취가 대표적이다. 1846년 미국 보스턴의 한 수술실에서 치과의사 윌리엄 모턴이 에테르로 환자를 처음 마취했다. 매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전신 마취의 혜택을 누리지만, 마취제가 어떻게 사람의 의식을 꺼뜨리고 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창간 125주년을 맞아 선정한 ‘우리가 모르는 미해결 질문 125개’에 ‘전신 마취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포함돼 있을 정도다.
지문·눈물·하품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물건을 더 잘 쥐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여겨진 지문은 오히려 피부와 물체의 접촉 면적을 줄인다. 촉각을 예민하게 한다거나 손가락을 보호한다는 입증되지 않은 가설만 남아 있다. 찰스 다윈은 1872년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이 ‘목적 없는 부산물’이라고 했다. 이후 수많은 학자가 감정과 눈물의 관계를 연구했지만, 다윈보다 나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흐르는 눈물이 스트레스 호르몬과 독소를 씻어낸다는 주장도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다윈이 ‘가장 독특하고 인간적인 표정’이라고 묘사한 얼굴 붉힘 현상도 진화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거짓말이 들켰을 때 스스로를 고발하는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르면 이득이 될 리 없지 않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나는 하품이 왜 필요한지, 뇌의 어떤 기전이 웃음을 유발하는지, 간지럼은 왜 남이 건드릴 때만 생기는지도 아직 모른다.
우리는 138억 년 전 우주의 첫 순간을 수식으로 계산하고 거대한 가속기로 재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30억 쌍의 염기로 이뤄진 유전체(게놈)를 한 글자씩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움직이기 시작하면 왼쪽으로 도는지, 왜 슬프면 눈물을 흘리는지 같은 기본적인 물음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우리 몸에 새겨진 명령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3000년이 지나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보면 아직 과학이 갈 길은 멀고도 멀었다.
-박건형 콘텐츠앤AI전략팀장, 조선일보(26-06-1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健康-疾患]'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고가 검사비 줄여 필수의료 지원… ]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 ] (1) | 2026.06.18 |
|---|---|
| [모기 피하는 방법? 과학자들은 '마늘 성분' 주목] .... (1) | 2026.06.17 |
| ["무너지지 않는 몸과 마음이 당신의 핵심 전략 자산… 운동하라.. "] (1) | 2026.06.14 |
| [‘건강수명 재테크’] .... [나이 들어 건강하면 보험료 할인.. ] (1) | 2026.06.10 |
| [숙종을 괴롭힌 맑은 콧물… 노화가 부른 노인성 비염] (0) | 202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