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까지 부른 국회의 습관적 구태]
[김어준씨 쫄지 마세요 2]
손흥민까지 부른 국회의 습관적 구태
축협 청문회에 손흥민 참고인
"우스워질 것" 반발에 철회
관심끌기용 유명인 무차별 소환
'국회의 부름' 권위 무너트려

국회 청문회 참고인 명단에 올랐던 손흥민. /뉴스1
언제나 도를 넘는 국회다.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졸전 원인 규명 청문회를 열겠다더니, 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를 참고인에 넣었다. 그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한쪽 이야기만 듣는 반쪽짜리 청문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댔다.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이 청문회에 나온다면 그의 발언 여부와 상관없이 홍명보 감독에게 공개 항명하는 듯한 장면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축구 전문가는 “청문회가 손흥민 이슈로 덮여 우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일하는 국회가 아닌 쇼하는 국회를 만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청문회는 축구협회의 밀실 행정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향후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손흥민 참고인 소환은 청문회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선수 개인적으로도 좋을 것이 없었다.
논란이 일자 임 의원은 손흥민 참고인 신청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개별 의원이 벌인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지난 9일 회의에서 참고인 명단을 의결할 때 손흥민 참고인 채택에 이의를 제기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국회는 축구협회 청문회를 22일 열기로 했는데, 바로 다음 날 미국에서 손흥민 소속팀 경기가 예정돼 있다. 청문회에 참석하려면 한국과 미국을 몇 시간 만에 오가야 하는데 이런 점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손흥민을 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는 구태의 습관적인 답습이다. 국회는 늘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유명인을 일방적으로 불러왔다. 2020년 국감 때는 ‘내부 고용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EBS 인기 캐릭터 ‘펭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펭수를 부른 의원은 “관심받고 싶어 그러는 건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참고인 신청을 철회하지 않았다. 2024년엔 행안위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당시 FC 서울 소속이던 제시 린가드를 부르려 했다. 린가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출신 유명 선수로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았다. 펭수와 린가드는 모두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무리하게 불러놓고 막상 출석하면 성의 없는 질문만 던지는 것도 문제다. 2018년 국회는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 과정 의혹을 검증한다며 대표팀 감독이던 선동열을 국정감사에 불렀다. 그러고는 “아시안게임 우승이 어렵냐”는 식의 황당 질문을 쏟아냈다. 전문성보단 호통이 앞섰다. 수준 낮은 질의로 지켜보는 국민만 부끄러웠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 스스로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반복한다는 점이다. 국회는 과거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하며 일부 자정 노력도 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회의원은 유명인, 기업인을 불렀다. 기업 총수도 ‘군기 잡기용 증인 신청’이 다반사였다. 비난받더라도 부르는 게 이득이란 계산이 선 탓일 것이다. 실제로 영향력 과시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고 사석에서 털어놓는 의원도 적지 않다.
국회가 부르면 대상자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변호인과 출석을 상의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막상 국회는 이런 고충에 무감각하다는 인상을 준다. 국회는 2024년 ‘사내 따돌림 문제’를 규명하겠다며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하니를 불렀다. 마치 행사라도 열린 것마냥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몰려가 인증샷을 찍었다. ‘국회의 부름’이라는 권위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행동이었다.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 부메랑을 맞는 건 국회다. 권력 남용이 반복되면 권위를 잃게 된다. 최근 만난 한 정치권 인사는 “이러다가 사람들이 국회 출석 요구를 아예 무시하면 어떡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농담조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우려다.
-양승식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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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씨 쫄지 마세요 2

방송인 김어준(58)씨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한식당 ‘방드르디 구르망(Vendredi Gourmand·금요 미식회)’ 개업식에서 손님들과 대화하고 있다. /원선우 특파원
지난달 ‘오메가 열돔’ 폭염으로 유럽 전역에서 약 2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에도 유럽은 에어컨 보급률이 20%에 불과해 전 세계의 조롱을 받았다. 프랑스 파리의 좌파 부시장은 “온실가스 배출 2위 국가인 미국도 지구 온난화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더위도 남 탓이냐”는 비난이 거셌지만, 기후 위기를 에어컨이나 비웃음으로 해결할 수 없음도 명확했다. 2024년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순위(비율)는 한국이 9위(1.48%), 프랑스는 25위(0.69%)였다.
유럽이 폭염에 시달릴 때, 파리에서 한식당 개업을 준비하던 김어준(58)씨는 “파리에선 에어컨 하나 다는 게 너무 어렵지만 우린 달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잖아, 에어컨이 빵빵하고 아주 시원하다.” 연 매출 450억원이 넘는 딴지그룹 총수 김씨가 기후 위기까지 고민하는 진지한 진보·좌파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진보의 재탄생’(2010)에서 노회찬 의원에게 ‘진보는 꾀죄죄하고 루저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유럽의 ‘꾀죄죄한 더위’는 역시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한국 넘버원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씨 식당 홈페이지의 불어 소개 문구다. 평생 기득권에 맞서는 반대자를 자처하며 부와 명성을 쌓은 ‘진보 교주’(프레시안)의 정체성은 정작 주류의 승인을 갈망하고 있었다. 개업 현장에서 “욕하는 기사 쓸 거잖아”라며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영업권 인수금이 4억7000만원이라는 기사에 “내 사업 건들면 100만 배로 금융 치료하겠다”고 발끈하는 모습. 지킬 재산이 너무 많아 소심해진 갱년기 남성 같았다.
‘합리적 의심, 냄새가 난다’ 10자(字) 주문으로 온갖 음모론을 퍼뜨리던 그가 단순 사실 보도에 이리 예민한 이유는 뭘까. 공격의 화살이, 자신을 ‘탈탈 털었던’ 이명박·박근혜·윤석열의 후임자에게서 날아올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일지 모른다. 실제 ‘뉴이재명’ 진영은 “김어준씨, 파리에서 식당이나 하세요”라는 반응이다. “자기는 실컷 음모론 펼치고, ‘파리 식당 궁금증’엔 발끈한다.”(‘나꼼수’ 옛 동지 김용민) “‘음모론의 아버지’라는 분이 왜 그러나. 연 매출이 포르쉐 100대를 사고도 남는데.”(‘촉법 평론가’ 정민철)
14일은 김씨의 이동재 전 기자 명예훼손 사건 1심 선고일이다. 2년 전 재판에 나와 최강욱씨 탓을 하는 그를 향해 ‘김어준씨 쫄지 마세요’라는 칼럼이 본지에 실렸다. 선고 결과(구형 징역 1년)가 어찌 되든, 위축되지 마시라. ’70억 딴지 사옥’은 고층 주상복합 재개발이 예정됐고, 통일교의 영감상법(靈感商法)이 떠오르는 ‘털보 굿즈’는 계속 잘 팔리며, 파리 한식당엔 한국 신도들의 ‘별점 조공’이 꾸준하다. 로망은 건재하지 않은가. 법원 포토라인에서 “쫄지 마 시✕”이라고 외치는, 왕년의 김어준다운 패기를 다시 보고 싶다.
-파리=원선우 특파원, 조선일보(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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