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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에 뭐 드셨습니까?"로 본 우리들의 밥상] [마지막 보신탕] ....

뚝섬 2026. 7. 16. 08:08

["초복에 뭐 드셨습니까?"로 본 우리들의 밥상]

[마지막 보신탕]

[北과는 화해, 南우파는 배제한 메뉴]

[정상회담 홍보보다 중요한 것]

 

 

 

"초복에 뭐 드셨습니까?"로 본 우리들의 밥상

 

먹방과 배달이 넘쳐나는 시대, "식사하셨어요"란 인사는 사라져
그러나 보양은 초복 넘어 평생의 과제… '생명의 즙'이 음식이다
 

 

초복인 15일 서울 종로구 한 삼계탕 전문점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뉴시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7월 15일, 초복이다. 그래서 하는 말. “어제 뭐 드셨습니까?” 나는 사람들이 복날에 먹을 법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삼계탕집은 갈 수 없을 게 분명한데, 그 집에서가 아니라면 먹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며칠 지나 ‘초복 피크’가 좀 꺾이면 가려고 한다. 삼계탕이란 음식을 굳이 찾아 먹지 않던 나는 이 집의 삼계탕을 먹고 삼계탕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서 발표하는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사회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 조사인 갤럽 리포트에서 흥미로운 항목을 발견했다. 스마트폰으로 접근하는 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한 순위로, 유튜브가 95%, 모바일 메신저가 94%, 모바일 뱅킹이 79%, 유료 영상이 67%, 음식 배달 앱이 64%였다. 생각보다 더 막강한 유튜브의 장악력에 놀랐고, 음식 배달 앱이 5위라는 데도 놀랐다. 음식에 대한 관념과 산업이 재편되었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초복이었던 7월 15일, 음식 배달 앱의 주문 1순위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여전히 삼계탕인지, 장어인지, 아니면 마라탕인지.

 

대략 10년 전인 2015년, 한국갤럽에서는 ‘1994/2015년 식생활 변화와 ’쿡방‘, 보양식·개고기에 대한 조사’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먹방’이라는 말 대신 ‘쿡방’이라고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먹는 방송보다 음식을 만드는 방송이 많았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21년 전인 1994년과 비교하며, 최근 1주일 내 식사 준비 경험을 묻는 조사였다. 1994년에는 59%였던 것이 2015년 79%가 되었다. 1994년만 해도 식사 준비에 소극적이었던 남성들이 식사 준비를 하게 되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냐는 문항도 있다. 삼계탕이 43%로 압도적인 1위. 장어가 2위, 개고기가 3위다. 10년 전에 한국인이 선호하는 보양식 3위였던 개고기를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또 지금 1주일 내 식사 준비 경험을 묻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배달이 보편이 된 시대라 집밥을 먹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우리들의 밥상’전에서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식사하셨어요?’라는 글자였다. 10년 전만 해도 안부 인사처럼 하던 ‘식사하셨어요?’라는 이 말을 언제부턴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도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던 건 아니었다. 좀 다정하게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은데, 너무 옛날 말인 것 같아 점차 안 쓰게 되었다. 밥을 잘 먹지 못하던 시절부터 전승되어 온 이 말이 시대와 어울리지 못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 아닌가. 먹방을 보면서 밥을 먹는 시대에 ‘식사하셨어요?’라는 말은 시대착오처럼도 느껴진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기에 초복에 보양식을 챙겨 먹는 건 과도한 잉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초복이란 글자를 보라. ‘엎드릴 복(伏)’ 이라는 초복의 복자를 보면 사람과 개가 있다. 개가 엎드린 것인지 사람이 엎드린 것인지 모르지만 개와 사람 모두 지치는 때가 초복 즈음이다. 지친 나를 위해 어떤 것으로 보양할지라는 문제는 비단 초복의 일이 아니라 평생의 과제이기도 하다. 나는 ‘삼계탕’이라는 음식이자 상징이 그런 질문을 던진다고 느낀다. 그리고 농경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너무 더우니 잠시 농사를 쉬어가라는 충고가 담긴 글자가 초복이라고 말이다. 생일에는 미역국, 동지에는 팥죽,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묵나물, 장례식에는 육개장을 먹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그러하다. 음식은 단지 먹는 게 아니라 관습이기도 하고 공동체의 언어이기도 하고 집단 무의식이기도 하다.

 

음식에 관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라 음식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시시한 것도 같다. 음식 방송이 넘쳐나고, 셰프가 예능인이고, 뭐가 많아도 너무 많은 시대니 말이다. 그래서 음식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데 복날을 보내면서 음식에 대해 생각하니 음식이란 얼마나 광대한 세계인가 싶었다. 이문재 시 ‘지구의 가을’에 나오는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와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나는 두려워 헤아리지 못합니다” 사이를 오가며 말이다. 세계로부터 내게로 온 생명의 즙이 바로 음식. 그래서 도저히 진부해질 수 없는 세계다. 이런 건 변할 수 없다.

 

-한은형 소설가, 조선일보(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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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신탕

 

개고기를 처음 먹어본 건 고3 때였다. 어머니께서 “몸에 좋다”며 정체불명의 음식을 가져오셨다. 그 음식이 개고기임을 알게 된 건 너댓번 먹고 난 뒤였다.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몸에 힘이 나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렇게 고3 수험 생활을 버텼다. 한동안 뜸했던 개고기를 다시 접한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다. 선배 중 한 명이 조심스레 “혹시 개를 하냐(먹냐)”고 물었다. 은밀한 개고기 점조직 모임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개고기를 먹었다. 고려 후기의 문인 이규보는 개 식용 관련 얘기를 담은 수필 슬견설(蝨犬說)을 썼다. 중종실록엔 조선 시대 한 권세가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바쳐 요직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선교사 클로드 샤를 달레는 ‘조선 교회사’에서 개고기를 “조선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의 하나”라고 기록했다. 뚝배기에 담긴 개고기 요리를 과거 ‘개장국’이라 불렀다. 우리가 즐겨 먹는 육개장이 개장국에 개 대신 소고기를 넣어 만든 요리다.

 

▶개는 원래 보편적인 음식 재료였다. 그중에서도 아시아권에서 개 식용 문화가 융성했다. 개고기 소비 1위 국가는 중국이다. 개고기를 ‘단고기’라 부르는 북한은 요즘도 대동강변 등 경치 좋은 곳에 고급 단고기 요리 식당이 새로 문을 연다. 단고기 요리를 코스로 내놓는 곳도 있다. 이른바 ‘개마카세(개+오마카세)’ 집이다. 개 식용을 혐오로 규정한 건 서구권이었다. 산업 혁명 이후 중산층이 형성되면서 집 안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보편화됐다. 가족이 된 개를 먹는 건 ‘식인’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내 애완견 숫자는 550만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이제는 인생 동반자라는 의미로 애완견을 넘어 반려견이라고 부른다. 이런 추세에 맞춰 2024년 ‘개 식용 금지법’이 제정됐다. 당시 적극적으로 나선 게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아이처럼 기르는 개만 6마리였다. 3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개 식용이 전면 금지되게 됐다.

 

15일은 초복이었다. 보신탕을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초복이 됐다. 조용히 보신탕집을 찾은 주변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런데 1만원대였던 보신탕 가격이 2만원대로 올랐다고 한다. 개 사육 농장이 사라지면서 개고기 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질 좋은 고기도 적어져 맛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좋든 싫든 개를 먹는 시대는 갔다. 개들이 생사의 불안에서 해방될 날이 머지않았다.

 

-양승식 논설위원, 조선일보(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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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는 화해, 南우파는 배제한 메뉴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 예전 서울·경기도에선 민어를 복달임의 으뜸으로 쳤다. '세종실록지리지'는 한자로 '民魚(민어)'라고 썼다. '백성의 물고기'라는 뜻이다. 19세기 초 흑산도에 유배 간 실학자 정약전은 '맛은 담박하면서도 달다'면서 전남 신안 부근에서 민어가 많이 잡힌다고 했다. 내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김대중 대통령 고향인 신안 가거도산(産) 민어를 재료로 한 '민어해삼편수'가 오른다.

▶역시 만찬 메뉴 중 하나인 부산 달고기는 약간 낯설다. 몸 옆쪽 보름달 같은 흑갈색 반점 때문에 달고기라고 부른다. 경남 사투리로 허너구라고도 한다. 서양에선 '성 베드로 고기'로도 알려져 있다. 어부 출신 사도인 베드로가 엄지손가락으로 이 생선을 잡은 흔적이 반점으로 남았다는 전설에서 따왔다. '달고기 구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년 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적 고향 음식이라 선택됐다. 
 

 

▶'문어 냉채'는 작곡가 윤이상 고향 통영의 문어를 쓴 음식이라고 했다. 만찬에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 농법 쌀로 지은 밥, 이 지역 쑥으로 만든 된장국도 나온다고 한다. 

 

▶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통해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뉴를 소개하면서 '스위스의 추억' '운명적인 만남' '남과 북의 봄' 같은 제목을 붙인 건 남북한 7500만명 생사가 달린 '비핵화(非核化)' 회담을 '맞선 이벤트'처럼 포장하는 느낌이다. 쇼 이벤트에 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청와대는 그제 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소개하면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고향 식재료만 골랐다. 현충원 참배할 때 전직 대통령 중 자기네 편 묘소만 찾아가는 것과 똑같은 발상이다. 6·25 이후 최초로 남북이 통일 원칙을 합의한 1972년 남북 공동성명의 박정희 대통령,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주역 노태우 대통령의 고향 음식은 왜 자격이 안 되나. 그러곤 김일성을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로 치켜세운 윤이상을 포함시켰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이제는 핵폭탄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과는 '평화와 화합'의 만찬을 하면서 같은 한국 내 반대편은 철저히 배제하는 메뉴를 짜고 선전하니 이런 역설이 있나.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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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홍보보다 중요한 것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역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북(訪北)한 일본 총리다. 그가 2002년 9월 17일 평양에서 두 시간 반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기간만 약 1년이었다. 그 사이 물밑에서 북·일 당국자 간 비공식 접촉이 100여 차례 진행됐다. 총리 비서관은 총리의 단호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김정일과 악수할 때 팔을 내밀 각도까지 연구했다.

정상회담 결과로 김정일은 미사일 실험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과거사를 사과하고 경제협력 방식의 배상을 약속했다. 양국은 수교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교는 무산됐다.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자 일본 내 여론이 악화됐고, 북핵 위기가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납치자 대신 북한산 송이버섯만 선물로 들고 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2004년 5월 다시 김정일을 만났지만 그해 11월 돌려받은 요코타 메구미의 유골이 가짜로 판명돼 또 역풍을 맞았다.

정상회담은 치밀하게 준비해도 늘 많은 변수가 생긴다.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북한이라면 더욱 그렇다. 올 초부터 급히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은 아직도 비핵화 의제 등 변수가 많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예고했던 정상 간 '핫라인'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홍보'다. 25일에는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회담장 인테리어만 12분 동안 소개했다. "2018년의 상징으로 정상회담 테이블을 2018㎜로 했다"고 했고, 푸른 카펫을 깔면서 "한반도 산천의 아름다운 푸른 기상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 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전통 창호를 소개하면서 "견고한 남북 신뢰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희망하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브리핑 제목만 떼면 '전시회 홍보 책자'로 착각할 정도다. 청와대는 전날도 정상회담 만찬 재료를 일일이 나열하며 메뉴에 '스위스의 추억' '운명적인 만남' 같은 제목을 붙였다.

정부가 정상회담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회담의 겉모습만 크게 소개하면서 '장밋빛 기대'만 키우면 정작 회담의 본질과 목표가 흐려진다. 한국·미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가 제대로 다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남북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면 미·북 회담도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방한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서울에선 워싱턴과는 다른 설렘과 흥분이 느껴지지만 전략이 부족한 회담은 위험할 뿐"이라고 했다. 기대만 키우고 성과를 못 내면 실패가 더욱 뼈아픈 법이다.
 

 

-안준용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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