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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다시 개구쟁이가 된 아버지] [세포 재프로그래밍] [바자회]

뚝섬 2026. 7. 14. 09:44

[노년에 다시 개구쟁이가 된 아버지]

[세포 재프로그래밍]

[변색 없이 300년 된 초상화]

[우편·금융은 기본, 사회적 역할 확대하는 우체국]

[바자회]

 

 

 

노년에 다시 개구쟁이가 된 아버지

 

개구쟁이를 씻기는 일은 쉽지 않다. 씻자고 하면 못 들은 척한다. 겨우 욕실에 데려가면 옷을 벗지 않겠다고 버틴다. 이 한여름에 물이 차갑다고 난리다. 머리를 감길 땐 또 가만히 있는다. 이번엔 욕실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거참. 달래다 혼내고, 혼내다 달랜다. 진이 다 빠진다.

 

“냄새 좋다.” 개구쟁이에게서 바디워시 향이 난다. 내가 골랐다. 진열대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상쾌한 향, 숲의 향, 가본 적은 없지만 북유럽 호텔 욕실에 있을 듯한 향…. 잔향이 오래간다는 제품을 골랐다. 기왕 그게 낫지 싶었다.

 

나처럼 소비자들은 향을 따진다. 69.7%가 생활용품 살 땐 향을 고려한다(일본 마이나비, 2025). 특히 바디워시는 향이 구매 기준 1순위였다(한국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23).

 

처음 그 바디워시를 쓴 날, 난 “향 좋지?” 하고 물었다. 개구쟁이는 답했다. “냄새 좋아.” 다음 목욕 때도 똑같이 말했다. “냄새 좋아.” 매번 처음 맡는 냄새처럼 말했다.

 

그런데 어쩌나. 난 그 냄새가 힘들다. 잔향이 오래가니 내가 화내던 장면도 자주 떠오른다. 나에게 혼나는 개구쟁이가 가엽다. 성인 10명 중 7명은 특정 냄새가 사진보다 기억을 더 생생하게 되살린다고 답했다(미국 배스앤드바디웍스, 2025).

 

나는 이제 다른 냄새들이 그립다. 면도 뒤 독한 스킨 냄새, 지각한 나를 태우고 달리던 승용차 안의 담배 냄새, 면회 와서 철원 와수리에 함께 묵었던 여관의 곰팡내.

 

나이가 많은 그룹이 적은 그룹보다 냄새로 떠올린 기억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일본 야마모토·스기야마, 2023). 나쁜 냄새까지 그리워진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 거겠지. 뭐, 그것도 기억이란 게 있을 때 이야기지만.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 실태 조사 결과, 재가(在家)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돌봄 부담을 느꼈다. 나도 갑자기 그 45.8%에 속하게 됐다. 오늘은 새로 산 바디워시를 썼다. 이번엔 무향이다. 노년에 다시 개구쟁이가 된 아버지가 웃었다. “냄새 좋다.” 그러더니 방바닥에 침을 퉤 뱉는다. “아빠! 쫌! 제발!”

 

-김형호 인티즌콘텐츠 연구소장,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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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재프로그래밍

 

늙은 세포를 젊게 만드는 마법? 시력 되찾는 '회춘' 연구

 

만약 늙지 않는 약이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은 오래전부터 늙지 않고 오래 사는 ‘불로장생’을 꿈꿔 왔습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으려고 사람들을 먼바다로 보냈고,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들은 영원한 젊음을 가져다줄 약을 만들려고 애썼어요. 물론 전부 실패했지만요.

 

시대가 달라져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려는 사람들의 바람은 여전합니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젊게 사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 중이랍니다. 과학자들은 우리 몸속 세포에 주목해요. 세포가 왜 늙는지 이해하고 그 과정을 되돌릴 수 있다면 노화를 막고 여러 질병을 치료할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세포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해요. 시력은 점점 나빠져서 글씨가 잘 안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죠. 그렇다면 사람은 왜 늙는 걸까요? 궁금증을 풀려면 우선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 대해 알아야 해요.

 

우리 몸에는 약 30조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세포는 몸속 작은 일꾼과 같아요. 에너지를 만들고, 손상된 곳을 고치며, 사람이 건강하게 활동하도록 쉼 없이 일하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세포에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또 세포 안에 노폐물이 쌓여 일꾼은 점점 힘을 잃습니다.

 

또 세포가 DNA의 유전 정보를 읽는 방식도 달라지는데요. DNA는 우리 몸의 모든 설계가 담긴 거대한 설계도와 같습니다. 눈의 세포는 눈에 필요한 유전자를, 심장의 세포는 심장에 필요한 유전자를 읽어요.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세포는 젊었을 때 자주 사용하던 설계를 점차 꺼내 쓰지 않게 되고, 필요하지 않은 설계를 사용하게 되는 일도 늘어나지요. 젊을 때 했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거예요.

 

세포가 다시 젊게 일하도록 만드는 기술

 

그렇다면 젊었을 때 사용했던 설계를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면, 세포가 마치 젊어진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선 곳이 바로 미국의 바이오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눈의 기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주사 형태 치료제인 ‘ER-100’을 통해서 말이죠. 최근엔 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건 눈이 외부의 빛을 전기 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망막 신경절 세포’입니다. 여기가 손상되면 뇌가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시력이 점점 떨어질 수 있습니다.

 

ER-100’의 목표는 나이 들고 망가진 망막 신경절 세포를 치료하는 거예요. 망막 신경절 세포에 ‘OSK’라는 세 가지 특별한 유전자를 전달해요. OSK는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이름에서 딴 ‘야마나카 인자’의 일부입니다. 눈에 들어간 OSK는 세포가 젊은 세포처럼 일하도록 도와요. 젊은 세포들이 활용하는 설계도를 찾아 활성화하고, 노화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켜졌던 일부 유전자는 억제하죠. 쉽게 말해 집 안에 켜 놔야 하는 스위치는 켜고, 필요 없는 스위치는 끄는 셈이랍니다. 나이 든 세포가 다시 젊을 때처럼 건강하게 일하도록 만들어 시력 회복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기술을 ‘세포 재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른답니다.

 

특이한 점은 ER-100이 바이러스를 활용한다는 거예요. 흔히 바이러스라고 하면 몸에 나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 유전자를 전달하는 데 아주 능숙하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에서 병을 일으키는 성질은 없애고 유전자를 전달하는 운반체로 변형시켰어요. 마치 택배 기사가 물건을 정확한 주소로 배달하듯, 바이러스가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를 망막 신경절 세포 안까지 안전하게 옮겨준답니다.

 

불로장생의 꿈, 이룰 수 있을까?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시스 외에도 많은 기업이 노화를 되돌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미국 기업인 ‘알토스 랩스’​는 세포가 늙는 원리를 밝히는 데 노력하고 있지요. 그 원리를 더 명확하게 알고 몸속 여러 세포를 다시 건강하게 만든다면, 단순히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보다 여러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또 다른 미국 기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시스’는 나이 든 세포가 자가포식(오토파지)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연구합니다.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스스로 몸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일종의 자정 능력을 말해요. 이 기술이 제대로 개발된다면 인간의 건강 수명을 10년 더 늘릴 것으로 기대된답니다.

 

‘줄기세포’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지 않았나요? 이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어요. 줄기세포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자랄 수 있는 특별한 세포예요.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에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넣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지요. 마치 낡은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아요.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습니다. 세포를 너무 젊은 상태로 되돌리면 원래 맡고 있던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암(癌)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혀요. 예상치 못한 염증이나 통증이 생길 수도 있지요.

 

이처럼 어려움들이 많지만, 과학자들은 꿈을 갖고 계속 연구 중이랍니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겠다는 꿈이죠.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는다면 시력 저하뿐 아니라 치매와 심장병, 근육 감소처럼 나이가 들며 생기는 다양한 질병과 현상을 치료하거나 억제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인류는 오랜 꿈이었던 불로장생을 달성해낼 수 있을까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기획·구성=김민기 기자,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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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색 없이 300년 된 초상화 

 

찰스 보잇, 앤 처칠의 초상화, 1710년경, 9.2x7.2x1.45cm, 구리판 위에 에나멜,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소장.

 

소중한 이의 모습은 언제든 볼 수 있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된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에 저장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지갑에 사진을 한 장씩 꽂아뒀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상류층에서는 미니어처 초상화를 펜던트나 시계 케이스에 넣는 게 유행이었다. 1630년대에는 에나멜 기법이 나타났다. 에나멜은 금이나 구리 같은 금속판 위에 유리가루를 섞은 안료로 그림을 그린 뒤, 가마에 구워 녹여 붙이는 기법이다. 색마다 녹는 온도가 달라, 고온에 녹는 색부터 차례로 한 층씩 올려 여러 번 구워야 하는 까다로운 공정이지만, 보석처럼 반짝이는 표면과 영롱한 색채가 변색 없이 오래가서 큰 인기를 누렸다.

 

스웨덴 출신으로 유럽 전역에서 널리 활동했던 찰스 보잇(Charles Boit·1662~1727)은 세밀화와 세공 기술에서 모두 탁월했던 에나멜 미니어처 초상화 전문가였다. 그는 초상화 한 점에 일반 장인의 수십 년 치 소득에 맞먹는 막대한 값을 선금으로 받으면서 영국 여왕과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고객으로 둘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보잇의 초상화 속, 진주 같은 피부에 매혹적인 눈매를 가진 앤 처칠은 말버러 공작 존 처칠의 딸로서, 선덜랜드 백작 찰스 스펜서의 부인이자, 이후 말버러 공작과 스펜서 백작으로 갈라지는 두 가문의 어머니로, 어릴 때부터 소문난 미녀였다. 그녀의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과 비운의 왕세자빈 다이애나 스펜서가 모두 그녀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앤은 이 초상을 남기고 몇 년 뒤 서른셋의 나이에 열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앤의 고운 얼굴은 다이애나가 나고 자란 스펜서가(家) 저택에서 수백 년 동안 변치 않고 빛나고 있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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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금융은 기본, 사회적 역할 확대하는 우체국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국민 모두가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모두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행정·복지 서비스를 제공받고 지역 간 격차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단 한 명의 국민도 차가운 그늘 속에 홀로 두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지방 소멸을 들 수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악순환 속에서 농어촌의 산업 기반은 약해지고 은행과 병원, 마트가 문을 닫고 있다. 신규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종 프랑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이 거주지로부터 20분 이내의 거리에서 다양한 행정 업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주민센터뿐 아니라 우체국도 이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프랑스 우정공사인 라포스트(La Poste)는 우편·금융기관을 넘어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 법률에는 우편, 금융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 기여’도 라포스트의 임무로 명시돼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농어촌 지역 주민이 여러 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우체국에서 다양한 행정, 복지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정부의 최일선 접점 기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정 서비스도 최근 들어 ‘공공 서비스 전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활이 갑자기 어려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정을 찾아 안부를 살피는 ‘복지 우편’ 서비스와 취약 계층에 지방정부가 준비한 생활 필수품을 전달하는 ‘안부 살핌 우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빈집 여부를 확인해 관계 기관에 안내하는 ‘빈집 확인 등기’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우체국은 농어촌과 중소도시는 물론, 대도시의 낙후된 지역까지 찾으며 행정조사·복지 전달을 겸한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5월에는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우편·예금·보험 서비스에 더해 ‘공공 서비스’를 우정사업의 주요 업무로 명확히 규정했다. 우정 서비스의 변신은 전국 3300여 개 우체국과 4만3000여 명의 직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집배원들은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는 ‘국민 행복지킴이’로서 그 역할을 성실히 수행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의 초대 총판이었던 홍영식 선생은 1883년 미국을 다녀온 뒤 고종에게 당시의 최신 서비스인 우편 행정의 도입 필요성을 보고했다. 고종은 이듬해 우정총국 설립을 명령한다.

 

“관상(官商)이 주고받는 통신이 많아지게 됐다. 진실로 그 통신을 적절하게 체전(遞傳)하지 않으면 소식과 기맥을 잇대어서 멀고 가까움이 일체로 될 수가 없다 (…중략…) 각 항구에서 왕래하는 서신을 관장하고, 내지의 우편 또한 마땅히 점차 확장해 공사(公私)의 이익을 거두도록 하라.”

 

여기서 ‘공사의 이익’이란 정부와 민간, 국민 모두의 이익을 뜻한다. 우편·금융 서비스를 넘어 주민의 일상을 보듬는 공공서비스 전달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 그리하여 국민이 누리는 행복의 가치를 높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142년 전 고종과 홍영식 선생이 꿈꿨던 우체국의 가치이자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박인환 우정사업본부장,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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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

 

'바자르'라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 한국에선 외환 위기 이후 널리 퍼졌죠

 

결혼사진을 찍을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신부가 든 아름다운 꽃, ‘부케’입니다. 그런데 20만원을 웃돌고, 많게는 50만원에 달하는 부케 비용이 워낙 부담스럽다 보니 부케를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하는 일이 잇따릅니다. 촬영에 사용한 부케를 팔아서 실속을 챙기고, 누군가는 저렴한 가격에 부케를 사는 거죠.

 

지금은 이처럼 편하게 온라인으로 중고 거래를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던 옛날에는 주로 ‘바자회’를 통해 중고 거래를 했답니다. 바자회의 사전적 의미는 ‘기금을 모으기 위해 벌이는 시장’인데, 부모 세대에겐 중고 물건이나 수공예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흔히 여겨졌습니다. 지금도 동네 곳곳에서 바자회가 열리고 있지요. 

 

위키피디아 19세기 이스탄불의 전통 시장 ‘그랜드 바자르’의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얼핏 보면 한국어 같기도 하지만, 사실 바자회의 어원은 바자르(Bazaar)라는 페르시아어랍니다. 바자르는 서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전통 시장으로, 좌판을 깔아 놓고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을 의미합니다. 서아시아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달했던 약 5000년 전쯤에도 이런 시장이 존재했다고 해요. 기원전 6세기쯤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 시기에도 수도인 페르세폴리스 근처 시장에서 공예품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주변 국가들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죠. 특히 ‘그랜드 바자르’라는 대형 전통 시장이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바자회는 단순히 상인과 소비자가 만나는 시장이라는 의미만을 품고 있진 않아요. 기금, 구체적으로 공공 또는 사회 사업의 자금을 모으는 곳이란 의미가 있어요. ‘기금’ 측면에서 바자르라는 이름을 사용한 곳은 19세기 영국이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병원, 고아원, 학원, 종교 단체 같은 곳에서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했는데요. 주로 ‘Charity Bazaar’, 즉 ‘자선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영어에는 시장을 뜻하는 ‘Market’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기존의 시장과 달리 자선 시장에서는 기증받은 물건이나 손수 만든 공예품을 주로 판매했죠. 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연극, 공연, 점술과 같은 다양한 즐길거리도 있었습니다.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의 시장과 달리 사람들을 모으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해야 했기에 이색적인 바자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진 뒤 바자회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었던 운동이 ‘아나바다 운동’인데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의미죠. 수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한국 돈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 외국 물건을 사 오는데도 어려움이 컸기에, 가정에서라도 낭비를 줄이고 중고품을 나눠 쓰자는 운동이었답니다. 기금 마련의 취지도 있었죠. 바자회 수익은 실직자나 어려운 대학생을 돕는 데도 쓰였어요.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바자회가 열려 중고 물건이 거래됐고, 심지어 초·중·고 학생들도 쓰지 않는 학용품, 장난감, 옷 등을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나눴답니다.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조선일보(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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