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張家界 天門山]

뚝섬 2015. 2. 2. 11:31

매설가(賣說家) 직업을 유지하려면 '이야기를 채취하는' 채담가(採談家)도 병행해야 한다. 채담가에게는 명산만큼 좋은 콘텐츠원()이 없다. 중국 호남성 장가계의 천문산(天門山)을 들렀다.

천문산은 1500m급 바위산인데 이곳 소수민족인 토가족(
土家族)의 성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 정상 부근 바위 절벽 중간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모습이 아주 신기하다. 경비행기가 통과할 정도로 큰 구멍인데 장가계 공항에서 바라보면 그 모양이 아주 기관(奇觀)이다.

천문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었다. 길이가 무려 7.5㎞나 된다. 세계 최장이라고 한다. 그것도 시내 복판에서 케이블카를 타게 돼 있다. 자동차가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케이블카가 출발한다는 점이 아주 이색적이었다. 케이블카 밑으로 장가계 역사(
驛舍)와 창고, 철로선, 동네 주택들의 지붕과 건물의 옥상들이 보인다. 공산당 정권이니까 이처럼 파격적으로 시내 복판에다 케이블카 노선 설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까 1400m 지점. 산 정상 부근은 사방으로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 주변에 아슬아슬하게 잔도(
棧道)를 만들어 놓았다. 잔도 밑을 바라보니까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움이 생긴다.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맞은편 절벽을 보니까 귀곡자(鬼谷子)가 공부했다는 동굴이 있다. 석회암 절벽의 높이만 해도 수직으로 800m. 압도감을 주는 절벽이다. 그 절벽의 3분의 2 지점에 자리 잡은 동굴인데, 줄사다리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험난한 지점이었다.

어떻게 저런 지점에서 살 수가 있었을까?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귀곡자는 전국시대 종횡가(
縱橫家)인 소진과 장의의 사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난세에 종으로 횡으로 연대해야만 살 수 있다는 전략의 창시자였지만, 정작 자신은 절대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는 깎아지른 절벽 동굴에서 고립된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합종연횡을 생각해 냈을까? 귀곡자처럼 일파(一派)를 창시하는 장문인이나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절대 고독의 장소가 필요한 것일까? 천문산 절벽에서 떠오른 생각이다.

 

                                                                          -조용헌/조선일보(15-02-02)-

 

 

기원전 210, 진시황이 죽었다. 그의 나이 마흔아홉, 불로초를 먹고도 오십을 넘기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로 모였던 중국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각처에서 영웅호걸들이 들고일어났으나, 최후 승리의 영광은 항우(項羽)를 물리친 한고조 유방(劉邦)에게 돌아갔다.

유방 휘하 개국 공신 중에서도 책사 장량(
張良)의 공이 으뜸이었다. 그는 유방의 오른팔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여의도 정가에서 일급 보좌관을 지칭할 때 쓰는 '장자방'이란 말이 이 사람 장량으로부터 비롯되었던 것이다. 자방(子房)이 바로 장량의 이름(副名)이었던 것. 제갈량과 더불어 중국 역사를 바꾼 2대 책사라 불리는 장량, 그는 세상 이치를 꿰뚫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개국 공신인 한신(韓信) '토사구팽(死狗烹)'이란 고사성어를 남기며 유방에게 죽임을 당할 무렵, 권력의 속성을 간파한 장량은 은근슬쩍 물러나 후난성 깊숙한 산속 토가족(土家族)의 근거지로 숨어든다. 후일 장량을 죽이고자 쫓아온 유방의 군대가 험준한 지형을 이용한 토가족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유방마저 이곳은 장량의 땅이라고 인정하며 물러갔다 하여 장가계(張家界)가 되었다.

멀고도 가까운 무릉도원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후난성 창사(長沙) 공항에 도착해 다시 차량으로 4시간 30분을 달려 장가계에 도착한다. 산 아래 지어진 토가족 집들이 모두 획일적이다. 한때 이곳은 새도 날아가면서 똥을 싸지 않는다는 말로 회자될 정도의 빈곤 지역에 속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관광객들이 토가족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가계의 주요 명소는 천자산과 천문산 주변에 포진해 있다. 천자산에 가기 위해서는 장가계 내에서도 무릉원(武陵源) 지역으로 가야 한다. 복숭아가 없다 하여 도()자를 뺀 것이라는데, 무릉원에 닿기 위해서는 좁은 계곡을 지나가야 한다. 이곳이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朱元璋)과 토가족이 백 번이나 전투를 벌였다는 백장협(百丈峽)이다. 협곡 절벽의 높이가 백 장(330m)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계곡인데, 가히 토가족의 대문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위세다. 백 번의 전투는 토가족에겐 자긍심을 주고 주원장에겐 실리를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아흔아홉 번은 토가족이 이기고 마지막 백 번째 전투에서 주원장이 이겼던 것. 어디 그뿐인가? 후난성 출신의 모택동(毛澤東)마저도 혁명 시 가장 늦게 장악한 곳이 바로 백장협이다. 역사적 사실만 두고 볼 때도 토가족은 결코 호락호락한 민족은 아니다. 백장협을 지나야 진정한 무릉도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아바타속 판도라 행성을 아시나요?

 

무릉원에 들어가려면 전자 칩이 담긴 카드식 표를 들고 지문을 입력해야 한다. 셔틀버스 300여대가 천자산과 양가계, 원가계, 십리화랑, 금편계곡, 황석재 등을 연결해 주고 있다. 케이블카, 모노레일, 승강기 등의 요금은 별도이다.

 

천자산 아래 금편계곡에선 가마꾼들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그들이 사람을 태울 때마다 받는 돈은 260위안, 그러나 가마꾼이 손에 쥐는 건 달랑 60위안 정도다. 위안()이 위안(慰安)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나마 가마를 타겠다는 손님도 별로 없다.

 

천자산은 석봉 2000여 개가 서로 경쟁하듯 기이함을 드러내고 있는데, 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원가계(袁家界)에는 영화아바타촬영지가 있다. 영화 속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이 침략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 등장하는 석주(石柱)를 중국인들은건곤주(乾坤柱)’라고 부른다.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이라는 의미인데, 오래전 바다의 융기로 생겨난 지반이 침식과 풍화를 거치면서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현재의 아찔한 모양을 만들어 냈다. 원가계는 원시인처럼 헐벗고 날고기를 즐겨 먹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무릉원엔 이 밖에도 계단 2000여 개를 걸어 내려간 후 계곡을 따라 절벽과 폭포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대협곡과 산 하나가 거대한 석회암 동굴로 이루어진 황룡동굴이 있다. 조금은 여유롭게 비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곳이 대협곡인 반면, 조금 소란스럽지만 그 나름대로 웅장미를 갖춘 동굴이 황룡동굴이다. 토가족의 주요 은신처였을 황룡동굴의 종유석은 100년에 1㎝씩 천천히 자라고 있다. 석순(石筍)들이 20만년 동안이나 꼼지락거리고 있느니, 인간의 시간이란 부질없진 않으나 얼마나 꿈같은 것인가.

 

인생 백년, 나도 한번 가보자 장가계

 

장가계의 하이라이트는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천문동(天門洞)을 품은 천문산 관광이다. 장가계 시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30여 분 동안 눈 아래 펼쳐진 비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꼭대기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에서 절벽에 놓인 아찔한 길인 귀곡잔도를 걸어가며아바타에 등장하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간에 케이블카에서 내려 소형 버스를 타고 아흔아홉 굽이를 돌고 돌아 힘겹게 올라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1300m)에 있는 천연 종유굴인 천문동이 있다. 이태백(李太白)은 촉나라를 향하며촉에 이르는 어려움이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어렵구나(蜀道之難 難於 上靑天)’라며 시를 읊었다지만, 계단 999칸을 오르다 보면 천문동 구멍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갑자기 노랗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백세가 된들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장가계를 소개하는 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말이다. 그러나 장가계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풍경만은 아니다. 일생에 한 번이 아니라, 1년에도 몇 번씩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로 3시간 반이면 장가계까지 갈 수 있고, 또한 한국 돈 1000원짜리마저 쓸 수 있는 곳이니, 떠날 마음만 먹는다면 그 누구든 장량보다 은밀하고 편안하게 무릉도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박후기(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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