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맥주]
[맥주 맛의 '제 5원소' 맥주잔, 라거•에일... ]
[맥주는 차가워야 제맛?]
수도원 맥주
오르발(Orval) 맥주 상표. 11세기 초 청혼 반지를 샘물에 빠트리고 슬픔에 빠져있던 귀족 처녀 앞에 물속에서 반지를 물고 솟구친 송어의 전설이 이 브랜드의 로고로 디자인되어 있다./박진배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맥주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수제 맥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중 특별한 품목 중 하나는 수도사들이 만드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Ale)’일 것이다. 1089년 유럽의 수도회에서 만들기 시작해서 ‘애비(Abbey·수도원 또는 성당의 뜻) 맥주’로도 불린다. 곡물은 수도원의 담장 안에서 키워야 하며 수도사의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수 조건이다. 현재는 벨기에의 여섯 곳, 네덜란드의 두 수도원 맥주가 공식 인증돼 있다. 8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레페(Leffe), 가장 먼저 ‘트라피스트’ 이름을 사용한 시메이(Chimay)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황금의 계곡(Val d’Or)’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오르발(Orval) 수도원은 프랑스 국경에서 멀지 않은 벨기에 부이용(Bouillon) 마을에 위치한다. 11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1132년 수도원을 건립했다. 번성하던 수도원은 프랑스혁명 때 왕과 성직자의 권력 상징으로 간주돼 불태워지고 재산이 몰수되었다.
이후 전쟁으로 건물은 더욱 파괴됐고, 이를 복구하면서 1931년부터 본격적인 양조를 시작했다. 포도를 길러 와인을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벨기에 날씨여서 대안으로 곡물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었다. 하나의 생활 공동체로 농사를 짓고 빵이나 치즈 등을 만들어 자급자족했던 전통을 이어간 것이다. 현재 수도원은 폐허로 남아있는 본당과 부서진 벽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정원으로 꾸미고 신도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식물과 약초를 키우던 텃밭은 그대로 보존돼 아직도 사용하고, 박물관에는 약을 제조하던 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오르발 맥주는 알코올 6.2도의 페일 에일(Pale Ale) 단일 종류로만 생산되는데, 맥아와 호프의 조화가 절묘해서 “트라피스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닌다. 상온에서 마시지만 상쾌함이 일품이다. 짧은 와인 잔처럼 생긴 전용 맥주잔 또한 특별하다. 11세기 초 청혼 반지를 샘물에 빠트리고 슬픔에 빠져있던 귀족 처녀 앞에 물속에서 반지를 물고 솟구친 송어의 전설은 이 브랜드의 로고로 디자인되어 있다. 맥주를 통해서 수도원이 부활한 스토리텔링이 신선하다. 여름은 맥주의 계절이다.
오르발 수도원(Abbaye Notre-Dame d’Orval). ‘황금의 계곡(Val d’Or)’의 별명을 가진 이곳에 11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정착하면서 수도원을 건립했다./박진배 제공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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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맛의 '제 5원소' 맥주잔, 라거•에일...
제 잔에 마셔야 제맛-맥주는 차가워야 제맛?
전세계 수천가지 맥주잔
길쭉하고 입구 좁은 잔… 라거의 시원한 맛 극대화
둥그렇고 입구 넓은 잔… 향이 좋은 에일에 제격
15일 저녁 서울 인사동 한 맥주 전문 펍에 가보니 550ℓ짜리 대형 냉장고 5대에 수십 가지 맥주병이 절반가량 들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을 채운 건 비슷한 가짓수의 맥주잔이었다. 잔의 크기·모양이 제각각이었다. 3년 차 종업원 장명재(34)씨는 "맥주 브랜드마다 맥주 맛을 극대화하는 전용잔이 따로 있다"며 "호프집용 500㎖ 머그잔에 따라 마시면 그 맛을 반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의 4대 재료인 맥아, 홉, 효모, 물 외에 맥주잔이 맥주 맛의 '제5원소'로 꼽힐 수 있다고 맥주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적으로 수천 가지 맥주잔이 있고 그것을 비슷한 모양끼리 묶어도 10종 이상이다. 유리의 굴곡 하나가 잔 안에서 향기의 대류(對流)를 만든다.
맥주잔은 그 모양에 따라 길쭉하고 잔 입구가 좁은 종류와 둥그렇고 입구가 넓은 종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전자엔 보통 라거(저온 발효 맥주)를 따라 마시는데, 좁은 입구 때문에 맥주가 혀 윗부분으로 바로 떨어진 뒤 목으로 흘러들어 라거의 시원한 탄산감을 극대화한다. 또 몸통이 좁아 빛 투과가 잘되므로 라거 특유의 연한 색깔이 시각적으로 강조된다. 세부적으로는 직선형인 필스너(체코식 라거) 잔과 곡선형인 바이젠(밀 맥주) 잔 등으로 나뉘는데, 바이젠 잔은 입구 부분이 곡선으로 부풀어 있어 밀 맥주의 풍부한 거품을 충분히 담아낸다.
둥그런 잔엔 대부분 아로마(향)가 뛰어나고 맛이 깊은 에일(상온 발효 맥주)을 따라 마신다. 잔 입구가 넓어 마시기 위해 잔을 기울였을 때 코가 안쪽으로 들어간다. 맥주가 입에 닿기도 전에 이미 맥주향이 비강(鼻腔)을 감돈다. 맥주가 입안으로 들어올 때도 혀와의 접촉 범위가 넓어 단맛·신맛·쓴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 미국 맥주 소믈리에 자격증인 시서론(Cicerone) 보유자인 석진영(30)씨는 "점도가 높고 효모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나는 두벨(Duvel)·시메이(Chimay) 등 벨기에 에일이 둥근 전용잔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둥근 각도나 잔 입구 쪽 모양에 따라 브랜디 잔 모양의 스니프터 잔, 중세시대 성배(聖杯)모양의 고블릿 잔, 튤립 잔 등으로 나뉜다.
역사적 기원에 따라 독특한 잔 모양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벨기에 에일 파우벨 콱(Pauwel Kwak)의 전용잔은 18세기 마부들이 마차를 몰며 음주하다 잔을 걸쇠에 걸 수 있게 만든 모래시계 형태다. 주문하면 나무로 된 걸쇠에 걸려서 나온다. 맥주회사가 아닌 유리잔 제조업체가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에 어울리는 범용(汎用) 맥주잔을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독일 슈피겔라우가 만든 스페이드 모양의 인디언페일에일(IPA) 전용잔엔 수백 가지나 되는 IPA 맥주를 따라 먹을 수 있다. 이 잔은 밑둥이 파도처럼 굴곡져 손과의 접촉면이 넓으므로 체온으로 데워진 맥주가 IPA 특유의 상큼한 허브향을 뿜어낸다.
섬세한 맛 차이에 민감한 맥주 마니아들은 마시는 사람의 후각·미각·시각에 큰 영향을 주는 맥주잔을 중요시한다. 수입맥주상인 구충섭(40) 비어랩 대표는 "전용 맥주잔만 800종 이상 수집했다"며 "같은 브랜드 잔이라도 10~20년 전과 현재 형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덕질(마니아적 탐구나 수집)'하려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맥주 전문지 '비어 포스트'의 이인기 발행인은 "최근 한국에서도 중소 규모 수제 맥주 업체들이 수십곳 생겨나며 그에 따라 전용 맥주잔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권순완 기자, 조선닷컴(1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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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차가워야 제맛?
숙성 정도따라 라거·에일로 구분
라거는 5~10도, 에일은 10~15도… 종류마다 맛있는 온도 달라
차갑게 먹는 맥주는 두꺼운 잔에, 향이 풍부하면 얇은 잔이 어울려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덥고 땀날 때 벌컥벌컥 들이켜는 차가운 맥주만 한 쾌락도 없다. 마침 올해는 '맥주 순수령(純粹令)' 500주년이 되는 해. 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는 무분별한 원료 첨가로 맥주 품질이 떨어지고 독초(毒草) 중독 문제 등이 발생하자 원료를 물·맥아·홉으로 제한하는 명령을 내렸다. 독일 맥주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맥주 전문가들에게 맥주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봤다.
―맥주는 차갑게 마셔야 한다?
차가운 맥주를 제공하려고 잔을 얼려두는 맥줏집이 많다. 하지만 라거 계열 맥주는 5~10도 정도, 에일 계열은 10~15도 정도라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맥주잔을 얼리면 생기는 미세한 얼음 결정체가 거품 형성을 방해한다. 얼음이 녹은 물에 세균이 자랄 수 있어 위생상 좋지 않다.
―거품은 맥주 맛의 핵심?
봉긋하게 올라온 뽀얀 거품은 맥주와 공기(산소)의 접촉을 막아 맥주 맛을 지켜준다. 하지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맥주 한 잔을 몇 시간씩 마시는 건 아니기 때문. 에일 계열 맥주는 원래 거품이 별로 없기도 하다.
―맥주와 최고로 궁합 맞는 안주는 치킨?
맥주와 치킨은 훌륭한 궁합이나 최고의 안주라고 하기는 어렵다. 맥주가 워낙 다양해서다. 다크 에일(dark ale)처럼 단맛·캐러멜 향이 풍부한 맥주는 초콜릿과 먹으면 의외로 맛있다. 치킨은 라거와 어울린다. '3C 법칙'이란 게 있다. 국가(country)·색깔(color)·조합(combination)을 뜻한다. 맥주 생산국과 그 나라의 음식이 어울리며, 맥주의 색이 짙을수록 맛·색이 진한 음식과 맞으며, 단맛·신맛·쓴맛 등 맥주가 지닌 맛과 같은 맛을 가진 음식과 맞추거나 반대의 맛을 가진 음식과 대비시킨다는 뜻이다.
―맥주 맛은 잔에 따라 달라진다?
입구가 넓은 잔은 맥주 향이 넓게 퍼진다. 좁으면 잔 안에 응축된다. 화려한 향의 맥주는 넓은 잔, 복잡한 향의 맥주는 좁은 잔이 알맞다. 차가워야 제맛인 맥주는 두꺼운 잔이 좋고, 향이 풍부한 맥주는 온도가 쉽게 올라가도록 얇은 잔이 어울린다.
― 맥주를 제대로 맛보는 방법은?
'블러드하운드(bloodhound) 방식'은 사냥감을 찾는 사냥개처럼 킁킁대며 맥주 향을 맡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맥주 맛의 80%가 후각으로 감지하는 향이기 때문이다. 맥주를 한 모금 입에 물고 우적우적 씹는 전문가들도 있다. 맥주의 질감을 입안에서 느끼고, 맥주 향이 더 많이 코로 올라오게 하기 위해서다.
―맥주순수령 한국에서 부활?
국내에서 맥주순수령이 부활한 걸까. 최근 나온 하이트진로 '맥스'와 롯데주류 '클라우드', 오비맥주 '프리미어OB'가 모두 '올몰트(all malt)'. 그러니까 맥아·물·홉 이외에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100% 보리맥주를 내세운다. 그동안 국내에선 맥아 외에 쌀 등을 섞어 맥주를 생산했다. 맥주 업체들은 '맥아만 쓰면 쓰고 텁텁해 목넘김 좋은 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내세웠다. 반면 소비자들은 '값비싼 맥아 사용을 줄이려고 다른 재료를 섞다 보니 국내 맥주가 북한 대동강맥주만도 못하단 소리를 듣는다'며 불평해왔다.
☞라거 vs 에일
라거 맥주는 낮은 온도(섭씨 4~10도)에서 오래 숙성시킨다. 발효 효모가 맥주 밑바닥에서 활동해 ‘하면발효 맥주’라고도 한다. 우리가 주로 마시는 맥주는 라거 계열이다. 에일은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16~24도)에서 짧게 숙성시킨다. 발효 효모가 맥주 표면에서 활동해 ‘상면발효 맥주’로 불린다. 자연발효 맥주는 공기 중에 존재하는 야생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로, 가장 원시적 형태의 맥주라고 할 수 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닷컴(1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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