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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군 기지 촬영이 "취미"란 중국인들] ....

뚝섬 2025. 5. 7. 09:13

[韓美 군 기지 촬영이 "취미"란 중국인들]

[세계는 '간첩죄' 성벽 쌓는데]

 

 

 

韓美 군 기지 촬영이 "취미"란 중국인들

 

군사시설 촬영 적발된 중국인
미국은 간첩 등 혐의로 처벌
중국의 '저강도 정보 활동'에
한국은 언제까지 무방비일 건가

 

지난해 1월 6일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해안 도시 뉴포트뉴스엔 종일 비가 내렸다. 그런데 한 아시아계 청년이 주택가 나무에 걸린 드론을 내리려 애쓰고 있었다. 미심쩍게 여긴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청년은 미네소타대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대학원생인데, 방학을 이용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왜 궂은 날씨에 드론을 날렸냐”는 질문에 답을 못했고, 드론을 포기한 채 현장을 떠났다.

 

뉴포트뉴스는 미 해군 함대전력사령부가 있는 노퍽 해군기지 인근에 있다. 차세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도 있다. 미 해군 범죄수사국(NCIS)이 다음 날 드론을 확보해 분석에 나서자, 조선소와 미군 함정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2023년 8월, 미국 주방위군의 최대 훈련장인 미시간주 캠프 그레일링에서 자정 무렵 순찰을 돌던 미군 원사가 아시아계 남성 5명을 발견했다. 왜 군사 시설에 들어왔는지 묻자, 이들은 “우리는 언론사 소속”이라고 얼버무리며 현장을 떠났다. 사실은 이들 모두 미시간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 유학생들이었다. 이후 이뤄진 연방수사국(FBI)의 추적 수사에서 이들이 미군 기지·차량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평범해 보이는 유학생들이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미네소타대의 중국인 유학생은 드론 구입 다음 날 곧바로 미 해군 기지가 있는 노퍽으로 갔고, 이튿날 자정 무렵부터 군함을 만드는 조선소들을 집중 촬영했다. 그런데 미 당국이 이유를 추궁하자 그는 “밤에 사진 찍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미시간대의 중국인 교환학생들이 잠입했던 시기 캠프 그레일링에서는 대만군이 미군과 연합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학생들은 “유성우(流星雨)를 보러 갔던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시작됐다. 지난해 6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근처에서 드론으로 미 항공모함을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을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이, 지난 3월 수원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사진을 찍은 중국 고등학생 2명이 적발됐다. 국정원은 이처럼 중국인이 “취미”나 “여행 기록용”이라며 민감한 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일이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1건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군사 정찰 위성을 300기 이상 가진 중국이 왜 이러나 의아해한다. 주요 시설은 위성으로도 파악할 수 있고, 이미 공개된 항공모함이나 전투기 사진도 큰 정보는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외국 군사시설 사진을 찍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몇 년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익이 없는데 그러진 않을 것이다. 국정원은 중국이 “한미 핵심 전력 정보를 획득하는 목적의 저강도 정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중국 스스로 이런 일을 어떻게 다루는지 봐도 그렇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2023년 자국 군사 동호인들에게 민감 시설·장비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 “군사 안보에 심각한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법원은 건조 중인 자국 항공모함을 촬영한 동호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외국 정보기관이 사진을 보면 진행 상황이나 수준 등을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역으로 중국 정보기관도 그런 정보를 수집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문제의 중국인들을 간첩·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도 이처럼 관광·유학을 가장해 정보 활동을 하는 중국인들을 충분히 처벌하지 못한다고 고민한다. 우리에게는 이런 중국인들을 처벌할 법이 아예 없다. 간첩법 대상에 ‘외국’을 넣는 법 개정이 언제 될지도 모른다. 답답한 일이다.

 

-김진명 논설위원, 조선일보(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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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간첩죄' 성벽 쌓는데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조선일보 DB

 

2023년 가을 국정원장이 내곡동으로 기자들을 초청했다. 북한 동향 등 주요 사안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간부들과 식사했다. 옆에 대공수사국장이 앉았다.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는데, 수사국장은 ‘얼마 뒤면 개정안에 따라 국정원은 대공 수사를 안 하게 된다’면서 ‘남은 기간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은 무미건조한 어휘의 나열이었지만,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줄곧 핵심 부서였던 대공수사국의 마지막 국장이었던 셈이다.

 

몇 달 뒤 2024년 1월 1일부로 법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63년 만에 사라졌다. 많은 언론과 정치인은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移管)’된 것이라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경찰이 대공 수사권을 갖지 않은 상태였다가 국정원의 것을 물려받았다면 ‘이관’이 적합한 표현이다. 하지만 경찰은 오래전부터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었고 그랬기에 국정원과 같이 수사했다. 대공 수사권을 가진 조직이 2개였는데 1개로 ‘축소’됐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대공 수사를 ‘공조’하는 기관 기준으로 보면, 3개에서 1개로 줄었다. 예전엔 검찰이 법리를 따지며 ‘수사 지휘’하는 역할로서 국정원·경찰과 한 팀을 이뤘다. 그런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경찰을 수사 지휘할 수 없게 됐다. 공조팀에서 검찰이 빠져버렸다. 그간 3각 공조로 이뤄지던 업무를 경찰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2014년 보위부 간첩 사건 같은 국정원 주도 사건에서 증거 조작, 몰아가기식 심문법 등이 적발돼 논란이 됐다. 권력 기관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필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일부 직원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그들이 속한 조직의 핵심 기능까지 없애버리는 건 과하다. 전 국민적 원성을 샀던 ‘임대차 3법’ 같은 ‘악법’을 발의했다고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을 넘어 입법권까지 박탈한다면, 지금 살아남은 의원은 몇이나 될까.

 

얼마 전엔 한 대선 후보가 국군방첩사령부의 방첩 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옮기겠다고 했다. 12·3계엄에 방첩사가 동원돼서라는데, 그렇다고 스파이 활동 막는 방첩 기능은 왜 없애려는 걸까. 가뜩이나 법적 미비로 외국인이 국내 군 기밀 시설을 드론 촬영해도 제대로 처벌 못 하는 상황인데, 그나마 있던 대공 수사 조직들마저 하나둘 사라져가게 둘 것인가.

 

지난해 중국에선 한국 반도체 기술자가 간첩죄로 체포됐다. 그 무렵 미국에선 CIA 출신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가 한국 대리인 의심을 받으며 체포됐다. 기술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국제 질서가 재편되는 정세에서 각국은 성벽을 높이 쌓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들도 이러는데 분단국에 휴전국인 한국은 성벽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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