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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TV토론 완패한 바이든] ....

뚝섬 2024. 6. 29. 07:46

[쉰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TV토론 완패한 바이든 ]

[트럼프, 미국 정계의 '21세기 히틀러' ]

[82세 바이든-78세 트럼프 메모장 하나 들고 90분 토론] 

[트럼프의 말버릇]

 

 

 

쉰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로 TV토론 완패한 바이든 


100년 동안 미국 대통령 후보들은 경제 정책과 대외 전략과 함께 개인적 인품, 인생 역정을 기준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어제 CNN 본사에서 열린 첫 TV토론을 본 시청자들은 건강과 스태미나라는 새 기준을 떠올렸을 것이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전직 대통령으로는 132년 만에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81세(바이든)와 78세(트럼프)의 초고령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TV토론을 누가 더 잘했느냐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완승했다. 67% 대 33%. 승부는 두 후보의 목소리에서 갈렸다. 청소년 시절 말 더듬는 습관을 노력으로 극복했던 바이든은 유난히 더듬었고, 발음도 번번이 샜다. 잔뜩 쉬고 힘 없는 목소리에선 미국 대통령다운 단호함과 명료함이 안 보였다. 민주당이 토론 도중에 “감기 탓”이라고 해명을 내놓을 정도였다. 트럼프는 “방금 전 그 말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바이든 본인은 알까”라고 꼬집었는데, 바이든의 민주당 지지층도 반박하기 어려웠다.

▷악수도 없이 시작한 토론답게 두 후보는 후벼 파는 말을 앞세웠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성인물 여배우와 불륜을 저지르고 회삿돈을 꺼내 입막음용으로 준 사실을 상기시켰다. “당신은 아내가 임신한 그때 포르노 배우와 잤다”며 공화당 주류의 가족 중시 정서를 건드렸다. 또 “당신이 미군 전사자를 가리켜 썼던 호구(sucker)와 패배자(loser)는 바로 트럼프”라고 몰아세웠다. 대표적 신사 정치인인 바이든답지 못한 이런 강공은 곧 빛을 잃었다. 평소와 달리 비속어나 조롱성 발언을 절제한 트럼프의 변신이 더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멕시코 불법이민 등 정책 이슈가 나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바이든에겐 뼈아팠다. 트럼프는 늘 그렇듯 과장하고 왜곡해가며 “내 재임 시절 미국 경제가 최고였다”고 자랑했다. 이런 식의 왜곡은 미 언론이 수년간 팩트체크로 반박한 것이었지만, 바이든은 현장에서 반박할 능력이 없는 듯했다. 자신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는 “만주(滿洲)의 대통령 후보”라고 부르는데도 별 대응을 못 했다. 하나하나가 바이든의 순발력과 집중력 부족을 부각시켰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1960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닉슨-케네디 중 승자는 젊은 상원의원 케네디 후보였다. “카메라 덕을 가장 크게 본 후보는 케네디”라는 말이 60년 넘게 힘을 얻고 있지만, 트럼프가 그 주인공이 될 듯하다. 바이든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삼삼오오 모여서 수군거리던 고령 문제가 공론의 장에 올려졌다. 같은 편인 민주당 지지층이 더 아우성이다. 통상적이라면 바이든이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축제의 장이 될 8월 전당대회까지 민주당과 백악관은 큰 혼돈과 마주하게 됐다. 2차 TV토론은 9월 10일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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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정계의 '21세기 히틀러'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와 히틀러 공통점은 '정치적 연기 예술가'
거짓말로 위기 모면하며 지지기반 공고히 다져
지난 임기 4년 동안 허위·왜곡·과장발언 3만회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진실·정의라는 가치 약화
大選까지 남은 4개월… 세계로 확산될까 두렵다

 

요즘 셰필드대학의 헹크 데 베르크 교수가 쓴 ‘트럼프와 히틀러’라는 제목의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비교·분석하는 책이다. 결론은 이 두 사람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베르크 교수는 이들을 ‘정치적 연기 예술가(Political Performance artist)’라고 지칭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한마디로 위기에 빠진 정치가가 ‘정치적 연기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극복해 냄으로써 도리어 전화위복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도리어 더 공고한 지지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히틀러를 보자. 그는 비록 투옥되고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는 당당함과 논리성, 신념 등으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것이 지지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주면서 히틀러는 일약 국가적 지도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트럼프도 최근 34개 범죄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고 덕분에 지지율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후원금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었다.

 

데 베르크 교수가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트럼프의 모습과 약 100년 전 히틀러의 모습이 대단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화’를 ‘복’으로 전환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두 사람에게 다 ‘정치적 연기 예술가’란 타이틀을 붙여준 것이었다.

 

사실 트럼프는 약점이 많다. 가장 큰 것은 거짓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결과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수준이다. 트윗을 포함한 트럼프의 소통 수단들을 분석해 봤더니 그가 선거 직전에 보낸 트윗들 중에는 무려 503개의 거짓이 있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보낸 것 중에는 무려 492개의 거짓, 왜곡, 또는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한 그가 대통령 재임 4년간 사용한 여러 소셜 미디어와 공개 석상에서 발언을 조사했더니 무려 3만개가 넘는 거짓과 왜곡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이 분석에서 트럼프의 하루 평균 허위 발언은 취임 첫해에는 6차례였지만, 임기 마지막 해에는 39차례에 달했다. 사실 20세기 들어 가장 거짓에 많이 의존한 국가 지도자는 히틀러였는데, 트럼프가 그 기록을 깬 것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넘치는 거짓 메시지들이 대부분 트럼프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트럼프의 거짓말 통계를 보면서 닉슨 대통령 생각이 났다. 그는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간단한 거짓말을 한 번 했다. 보고받아 놓고 받지 않았다고 했던 것이다. 그것이 거짓으로 탄로 나면서 그는 결국 탄핵 위기에 처해졌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일 때 사임했다. 사실 탄핵될 가능성이 너무 컸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닉슨과 비교하면 트럼프는 훨씬 더 많은 거짓말을 했는데도 위축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세상과 정치 풍토가 이렇게 달라져도 되는 것일까.

 

사실 트럼프는 영웅주의가 강한 사람이다. 대통령 재임 중 그가 시도했던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만약 성공했다면 역사가 기억할 만한 것이었다. 만일 그때 그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뤘다면, 미·중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트럼프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세계인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세계인의 의식을 갖지 않은 사람이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된다는 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계속 발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도적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들이 거의 전부가 소위 ‘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업적을 남긴 사람은 다 ‘세계인’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아이젠하워, 트루먼, 케네디가 그랬고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이 다 그랬다. 보수·진보를 망라하고 그랬다. 그것은 사실 인류 전체에게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트럼프는 임기 2기를 시작할 경우 그가 쭉 천명해왔듯 ‘세계인’이 아니라 ‘미국인’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건 그의 습관적인 거짓말이 심판받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를 이끄는 나라 미국에서 진실과 정의라는 숭고한 가치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어 걱정스럽다. 미국이란 강대국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 게다가 부정적인 연쇄 파장이 미국 밖으로 전파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정치 리더들도 자신의 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거친 언어로 남을 비난하거나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는 쪽으로 유혹받을 가능성이 커질까 봐 두렵다.

 

11월 초에 열리는 미국 대선까지 4개월 남짓 남았다. 중요한 변곡점을 향해 매일매일 더 가까이 가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까 하는 깊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다. 현재의 추세로 봤을 때 가능성은 정확히 반반인 것 같다. 미국의 이번 대선은 지구촌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우리같이 미국과 참으로 다양하고도 깊은 군사,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에 미국 대통령의 자질과 방향성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무게감을 지니는 이슈다.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조선일보(24-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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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바이든-78세 트럼프 메모장 하나 들고 90분 토론

 

미국 대선에서 최초의 TV 토론은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사이에 열렸다. 케네디가 젊음으로 어필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케네디 43, 닉슨 47세로 사람의 나이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40대 후보 간에 시작된 대선 TV 토론이 어느새 80세 안팎의 후보들 간 토론이 됐다.

▷올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82세,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는 78세다. 사람이 사흘 뒤인 27 TV 토론을 벌인다. CNN방송이 진행하는 토론에서는 메모장과 , 병이 주어진다. 90분간의 토론 중간에 광고 시간이 두 번 있으나 그때도 캠프 관계자와 접촉할 수 없다. 둘의 국정 이해도나 순발력을 적나라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를 빼면 미국 대선에서 최고령 후보는 1984년 재선에 도전한 당시 73세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다. 상대편 민주당 후보는 56세의 월터 먼데일이었다. 두 사람이 TV 토론에서 나이를 두고 나눈 유명한 얘기가 있다. 먼데일이 “대통령의 나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공격적으로 파고들었다. 레이건은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며 거꾸로 된 듯한 대답을 했다. 먼데일이 무슨 말이냐고 묻자 레이건은 “당신이 젊고 경험이 없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이라며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한 역공을 펼쳤다. 미국 전체의 TV 앞이 웃음바다가 됐고 먼데일은 패배했다.

▷젊음만이 매력이 아니라 노련함도 매력이라고 호소할 수 있는 것도 평균 기대수명보다 적을 때 얘기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오늘날 미국의 평균 기대수명인 77세를 넘겼다. 평균 기대수명을 넘긴 후보들이 기억력 하나만 갖고 토론을 벌이게 되는 상황이 흥미롭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한 유세 현장에서는 30초 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역대 TV 토론이 모두 달랑 메모장 하나 갖고 했지만 이번에 사실이 주목받는 것은 사람이 빚을지 모르는 실수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여전히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중의 환호를 불러일으키는 뛰어난 연설가다. 그러나 프롬프트 의존도도 높다. 할 말을 잊는 불상사는 없길 바란다. 이들에게 통계 수치의 정확성을 따지는 젊은 후보들이나 하는 유치한 것일 있다. 주로 식견을 다투는 토론이 되겠지만 80세 안팎의 후보들의 젊은 후보들 못지않은 열띤 토론을 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장면이 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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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후보에 서는돈의 전쟁 올라. 사람 나고 나는진 몰라도, 나고 대통령은 난다는 세상.

 

-팔면봉, 조선일보(2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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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말버릇

 

사람이 쓰는 말과 글의 난이도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플레시-킹케이드(Flesch-Kincaid) 테스트가 있다. 문장과 단어 길이를 조사해서 쉬운지 어려운지 판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공화당 TV 토론에 참가한 경선 후보 9명이 이 테스트의 분석 대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는 후보들 중 가장 쉬운 어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나라를 가지게 될 것이다(We will have a great, great country, better than before)." 3음절이 넘는 단어는 거의 없었다. 9~10세 수준 초등학생도 이해할 정도의 쉬운 말들이었다. 카네기멜런대 언어연구소가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를 포함한 주요 후보의 어휘, 문장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후보는 대체로 중학생 수준이었지만, 트럼프만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끔찍한(terrible), 좋은(good), 나쁜(bad), 거대한(huge), 위대한(great)…. 트럼프는 이런 단순한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시리아 민간 학살 책임이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쁜 남자(bad guy)'라는 한마디로 평가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함·반복성·즉흥성을 트럼프 연설의 키워드로 꼽는다. 특히 그가 원고 없이 옆 사람과 쉬운 말로 대화하는 듯한 연설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뒤, 단문(短文)으로 청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 듣고 있소?" 이와 함께 카메라 기자들이 나타나는 곳에선 양손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올리는 독특한 몸짓으로 사람들의 경계심을 해제했다.

▶트럼프는 그제 미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인에 대해 '아주 멋진 사람들 (fantastic people)'이란 말을 여러 차례 썼다. "100% 당신과 함께한다(I am with you)"라고도 했다. 영어를 배운 지 몇 개월 정도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듣기 좋은 말이다. 놀라운(amazing) 아름다운(beautiful) 등과 함께 그가 유세 때 수천 번은 쓴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을 듣고 안심한다면 트럼프 어법을 모르는 것이다. '남이 나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를 삶의 방식으로 삼아온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쉽고 치켜세우는 그의 말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다.

-이하원논설위원, 조선일보(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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