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의 뉴욕 '침공']
[50년 知己 미국 친구가 전화했다, "트럼프라니..."]
화성인의 뉴욕 '침공'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
나는 1938년 10월 30일 밤 9시 뉴욕 한복판에 서 있다. 난리가 났다.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한 것이다. 한 시간 전 CBS라디오 시추에이션 드라마에서 공상과학극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영국 소설가 H. G. 웰스의 동명 원작 소설을 미국 연출가 오손 웰스가 라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각색한 건데, 이걸 지나치게(?) 창의적으로 쓰고 연출한 나머지 ‘화성인 침공’ 공황(Panic)이 삽시간에 퍼져버린 것이다.
우주선에서 내린 화성인들이 괴이한 무기로 미군을 공격했고, “국가가 절명 위기에 처했으니 국민 여러분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싸워달라”는 대국민 담화문까지 청취자들은 진짜라고 믿어버렸다. 종말론자들에게는 드디어 그날이 왔고, 도로와 버스 터미널은 동요하는 인파로 넘쳤다. 전화선은 과부하로 불통됐으며 단순 정전과 공사 소음 등도 화성인의 공격 탓으로 여겼다. 하여간 갖은 난장판이 다 벌어지고 나서야 파동은 겨우 진정됐지만 CBS와 미국 사회는 타격이 컸다. 정작 ‘괴짜 예술가’ 오손 웰스는 자신의 실력과 이름을 엄청나게 광고한 셈이 됐고, 그 덕에 젊은 나이에 영화 ‘시민 케인’의 감독 겸 주연을 맡는다.
당초 그는 폴란드인 영국 소설가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영화화하려 했으나, 이 소설은 후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영화 ‘지옥의 묵시록’으로 만든다. 오손 웰스는 ‘대부’의 비토 콜리오네, ‘지옥의 묵시록’의 커크 대령 배역 후보에 오르내렸지만, 둘 다 말런 브랜도에게 넘어갔다. 조지 루커스 감독이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역으로도 잠시 고려했다가 웰스의 목소리(Voice)가 너무 유명한 탓에 접었다. 될 일은 사고를 쳐도 그 사고 때문에 되고, 안 되는 일은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게 세상사다. 또한, ‘화성인 침공 사태’의 본질이 사실은 ‘당시’ 미국 사회의 심리적 상태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화성인은 화성에서 날아오지 않는다. 우리 안에 숨어 있다가, 인간의 마음이 흔들리면, 나타난다.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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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知己 미국 친구가 전화했다, "트럼프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 합중국 대통령이 되다니.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조차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런 이변은 세계 어느 나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miracle', 기적이다. 그리고 미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보라. 자기를 후보로 뽑은 공화당 리더 중 한 명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온갖 자극적이고 유치한 성추행 비디오가 폭로됐다. 트럼프는 히스패닉을 '마약 밀매자' '성범죄자'라고 모욕하고 푸틴을 제외한 세계 리더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인기 절정인 오바마 대통령을 '형편없는 대통령'이라고 모욕한 사람이 트럼프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게다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짓지 않았던가?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라이벌이 누군가? 다름 아닌 정치 고수 클린턴 캠프(미국에서는 'Clinton Machine'이라고 부른다)다. 30년간이나 미국 정치계의 백인 최상류층(upper crust)으로 군림해왔다. 완벽하게 조직화된 힐러리 팀을 이긴다는 것 역시 기적 그 자체다. 돈도 힐러리가 두 배 이상 쏟아부었다.
힐러리는 선거가 끝나면 허드슨강에서 불꽃놀이를 할 계획을 세울 만큼 자신만만했다. 물론 이 축제는 취소되고 말았다. 이번 미국 대선이 재미있는 것은 두 후보 모두 뉴욕 출신이어서 힐러리 선거본부는 맨해튼 허드슨강변의 제이컵 자비츠 센터였고 트럼프 선거본부는 맨해튼 힐튼호텔이었다. 겨우 2.5㎞ 떨어진 거리다. 지난 8일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벽면에 트럼프 초상화가 레이저로 비춰졌다. 트럼프 반대파조차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가? 첫째, 트럼프는 무기력해져온 백인 중산층과 중하층 목소리를 대변했다. 미국 내 백인 인구가 현재 63.7%이다. 5년 만에 7%포인트 떨어졌다. 트럼프는 이런 수학 문제를 잘 푼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를 반영한 연설을 강행했다. 그의 메시지 결론은 "미국은 여전히 백인들의 나라다"라는 것이다. 둘째, 세계 경찰 노릇 그만하자는 주장이다. 해결책도 없는 중동 전쟁,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결론도 없는 전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러나 만약 참전한다면 "We have to win."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한다는 것이다. 셋째, 푸틴과 손을 잡고 막강해지는 중국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미국에 다시 공장을 건설해 1950년대 같은 'Made in USA' 시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오바마케어(Obamacare)의 완벽한 실패다. 미국 국민들 부담이 너무 커졌다. 그리고 위키리크스가 터뜨린 클린턴 재단의 위선이다. 간단히 말해 힐러리와 빌 클린턴은 거짓말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니 미국인들은 기대 반, 공포 반의 분위기다. 나의 50년 친구인 사진가 리치가 전화해왔다. "대수, 로널드 레이건 때 기억해? 아니 어떻게 B급 배우가 대통령이 되나? 말런 브랜도도 아닌데? 하지만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존경받잖아." "그래 리치, 기대해 보자고." 불쌍한 힐러리. Her ambition devoured her(그녀의 야망이 그녀 인생을 삼켜버렸다).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조선일보(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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