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파키스탄-아프간 전쟁의 이유]
[드론과 AI 앞세우는 비접촉 공중전에 대비하라]
천고마비(天高馬肥)
맑은 가을날씨 뜻하는 말?
과거엔 전쟁 공포 표현하는 말이었죠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주, 그야말로 ‘천고마비’의 계절입니다.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맑은 날씨에 하늘이 높게 보이는 가을철을 이르는 말이지요. 근데 가을 하늘이 높다는 말은 이해가 되지만, 말이 살찐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천고마비라는 말은 당(唐)나라 시인 두심언(杜審言)의 시 구절에서 유래했습니다. 그의 친구 소미도가 돌궐을 정벌하기 위해 북벌 전쟁에 참전할 때 써 준 시였죠. 시에는 춥고 낯선 북방 땅에서 꼭 승리하고 돌아오라는 격려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 ‘가을 하늘은 높고 변방의 말은 살이 찐다[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이 있는데요. 이것이 ‘추고마비(秋高馬肥)’였다가 다시 ‘천고마비’로 바뀌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중국 국경 너머 북쪽에는 시대에 따라 흉노, 돌궐, 선비, 여진 등 강성한 여러 유목 민족이 살았습니다. 이들은 가을이면 무성하게 자라난 풀을 말들에게 풍족히 먹였습니다.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양껏 먹여 살을 찌웠던 것이죠.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면 유목 민족은 영양분을 잔뜩 비축한 말을 타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과 전쟁을 벌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푸른 하늘 아래서 말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것을 짐작했다고 합니다.

기병을 앞세운 유목 민족은 보병 위주의 중국보다 전투력에서 월등하게 앞섰습니다. 중국은 패배를 거듭했고, 조공을 바치거나 화친조약 맺기를 반복했습니다. 침공을 막고자 만리장성도 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답은 군대를 키우는 데 있었습니다. 군사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부터였습니다. 무제는 품종이 뛰어난 말을 들여오고, 화살촉과 무기를 새로 만들었지요. 이때부터 중국과 유목 민족의 전투력이 조금씩 비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천고마비는 원래 가을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말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막강한 유목 민족과 치른 전쟁에서 겪은 공포가 스며 있는 표현인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뜻은 사라지고, 청명한 가을을 대표하는 말이 됐지요.
가을을 나타내는 다른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등화가친(燈火可親)’과 ‘만산홍엽(滿山紅葉)’입니다. 등화가친은 등불[燈火]을 가까이 할 만하다[可親]는 뜻으로, 서늘한 가을밤에 따뜻한 등불을 가까이 놓고 책 읽기 좋다는 말입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과 딱 들어맞는 표현이지요. 만산홍엽은 온 산[滿山]에 붉게 물든 나뭇잎[紅葉]이란 뜻으로,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말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붉게 물드는 단풍을 보며 책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 조선일보(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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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아프간 전쟁의 이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전쟁이 국경 충돌 수준에서 진짜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모든 전쟁의 원인에는 외부적 요인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내적 요인이 다 있다.
파키스탄은 5월 인도와 무력충돌로 치달았던 ‘화약고’ 카슈미르에서의 분쟁에서 선전했다. 하지만 인도의 체급에 체면을 구겼다. 다시 힘을 과시해 내부 단합을 추구하려는 속셈이 있을 수 있다.
파슈툰족 문제도 있다. 인구 6000만을 넘는 파슈툰족은 아프간의 최대 부족이다. 그러나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나뉘어 거주하면서 나라 없는 민족의 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이 미국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파키스탄에 은신했을 만큼 탈레반의 주요 공급처로, 파키스탄 정부와 오랫동안 분쟁 상태다. 현재 아프간 탈레반 정권 최고지도자인 히바툴라 아훈자다도 파슈툰족이며 파키스탄에서 성장했다. 파키스탄으로서는 국내의 파슈툰과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연계가 지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탈레반도 여러 분파가 있고, 아프간의 지역 및 부족 간 분쟁은 음으로 양으로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안정돼 보이다가도 언제 찢어질지 모르는 지역이 아프간이다. 아훈자다는 미국과 러시아, 주변국이 아프간에 신경 쓸 여력이 전혀 없는 이때가 탈레반 정권을 확실히 세우는 데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확고한 정책적 지향성을 가지고 아프간을 통솔하려면 권력 기반 확대가 필수적이다. 고향과 동족에 대한 배려심도 더해 국내 파슈툰의 통합과 파키스탄 파슈툰의 연계를 확대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파키스탄 파슈툰에도 그와 대립하는 세력이 있을 수 있고, 이것도 양측의 전쟁을 도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세상에는 수만 가지 갈등이 있다. 전쟁은 늘 정의로운 명분으로 포장되지만 그 배후에는 복잡한 욕망과 과정이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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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앞세우는 비접촉 공중전에 대비하라

술레이마니 암살에 동원된 MQ-9 "리퍼" 공격 드론이 발사하는 헬파이어 미사일/미 육군
지난 6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일명 ‘12일 전쟁’이 벌어졌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대량 동원한 ‘섞어 쏘기(mixed attack)’로 이스라엘 방공망에 과부하를 주려는 공격을 했다. 이스라엘은 통합된 다층 방공 지휘 체계로 이란의 공중 위협을 대부분 무력화했지만, 일부는 요격에 실패해 40여 곳의 주거지와 산업단지에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21세기에 접어들어 전쟁 양상은 전통적인 대규모 병력 충돌에서 벗어나 드론과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비접촉 전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다. 원거리에서 표적을 탐지·식별해 타격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줄이고 높은 정밀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쟁이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사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변화한 전장 환경과 관련해 대한민국 방공 체계가 직면한 과제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드론과 AI가 주도하는 현재의 비접촉 전쟁이 한반도의 방공전 양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으로 배운 ‘섞어 쏘기’를 활용해 비대칭 위협인 자폭 드론과 장사정포, 탄도·순항미사일을 배합해 대한민국의 방공 능력을 뛰어넘는 공중 공격력으로 우리의 방공 체계를 교란·마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급변한 비대칭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개념적, 제도적 혁신과 새로운 교리 정립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방공망은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드론작전사령부, 군단급 제대의 방공단과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창설 등에 따라 육군·공군으로 방공 자산이 분산됐다. 또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공군)와 LAMD(장사정포 요격 체계·육군)로 이원화돼 정보 융합과 능력의 통합, 상호 운용성 확보 등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군집 드론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형 위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AI 기반 통합 지휘 체계를 구축하고 ‘킬 체인(Kill Chain)’에서 ‘킬 웹(Kill Web)’으로 전환해 다중 센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공중 위협 우선순위를 자동 평가해 적정 무기를 실시간 배당해 적기에 요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드론 위협은 레이저나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확보해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방 분야에도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민간의 ICT 인프라 및 AI 기술을 적용해 전력화를 추진해야 한다.
미사일과 무인기 전쟁 시대로 바뀐 현대전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실한 국가 방공망으로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 우리의 방공 체계는 탄도미사일 방어에만 머무르지 말고, 체계적 진단을 통해 AI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지능적이고 통합된 다층 방어 체계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AI를 통해 탐지 및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센서와 요격 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분산된 지휘 통제 체계를 단일화하고 효율적으로 연동하는 것을 포함한다. 유사시 ‘일발필중(一發必中·One Shot One Kill)’ 할 수 있는 방공 포병 전사들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급변하는 현대전에서 방공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국가 문제다. 이제라도 단순한 무기 배치나 부대 창설이 아닌 군 구조 차원의 지휘 체계·기술·윤리 전반 혁신이 절실하다.
-권명국 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비역 공군 소장, 조선일보(2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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