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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사장 된 스튜어디스] .... [美 여객기 승객의 봉변]

뚝섬 2024. 1. 20. 05:26

[항공사 사장 된 스튜어디스]

[항공기 테러, 창과 방패의 숨바꼭질]

[美 여객기 승객의 봉변]

 

 

 

항공사 사장 된 스튜어디스

 

1930년 미국에서 25살 간호사 엘런 처치가 세계 최초로 스튜어디스가 됐다. 그녀는 항공사에 편지를 보내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조르다 계속 거절당하자, 새 제안을 내놨다. “간호사가 함께 타면 승객들이 안심할 것”이라면서 객실 승무원으로 써달라고 했다. 열정에 감동한 항공사가 한 달 시범 조건으로 채용했다. 승객들은 베레모와 망토 차림 여승무원의 등장에 열광했다. 항공사들이 앞다퉈 여승무원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여승무원 채용 조건은 ‘간호사 자격증 소지자, 25세 이하 독신, 키 162㎝ 이하, 몸무게 52㎏ 이하’였다. 비행기가 작아 몸집 큰 여성은 곤란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유니폼으로 아예 간호사 복장을 입혔다. 여승무원 명칭은 여행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뜻에서 쿠리어(Courier)라고 부르다, 에어 호스티스(Air hostess), 에어 걸(Air girl)을 거쳐 ‘스튜어디스’로 정착됐다.

 

▶해외여행을 거의 못 하던 시절, 한국에선 스튜어디스 지망생인 항공운항과 여대생들이 남학생 선호도 1위에 꼽혔다. 현역 여승무원들은 1등 신붓감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외양과 달리 여승무원은 고된 직업이다. 100㎏이 넘는 카트를 끌고 좁은 복도를 계속 왕복해야 하고, 더러운 세면대와 변기도 직접 닦아야 한다. 장거리 비행 탓에 걸핏하면 밤을 새운다. 10시간 넘게 서서 일하다 꼬리날개 부근에 있는 벙크(bunk)라 불리는 창고 방에서 1~2시간 쪽잠을 자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그래서 왕고참들은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위염, 기관지염을 달고 산다.

 

▶여승무원은 ‘항공사의 꽃’이란 상징 탓에 복장, 화장법, 헤어 스타일까지 회사 규정에 따라야 한다. 처음부터 타이트하게 재단된 유니폼 탓에 마음대로 먹지도 못한다. 유니폼이 보라색인 항공사는 와인색 계열의 화장만 허용한다. 한때 일본항공(JAL)에선 일등석 여승무원에게 기모노를 입혔다. 비좁은 화장실에서 기모노를 10분 안에 갈아입는 훈련을 수없이 받아야 했다.

 

▶이런 일본항공에서 30년간 스튜어디스로 뛴 사람이 1951년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장이 됐다. 세계 100대 항공사 중 KLM, 에어링거스 등 12곳에 여성 CEO가 있지만, 아시아권에서 스튜어디스 출신이 연 매출 13조원, 종업원 3만명의 초대형 항공사 사장이 된 것은 세계 항공사에 기록될 파격이다. 그녀는 취임 일성으로 “JAL 여직원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에선 여승무원이 임원까지 승진한 적은 있지만, 경영자로 변신한 사례는 아직 없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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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테러, 창과 방패의 숨바꼭질 

 

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은 항공 보안 규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무기가 될 수 있는 소지품의 검색이 철저해졌다. 조종실 문도 비행 중엔 반드시 잠그게 했다. 테러범에게 납치된 여객기가 조종실 문조차 잠그지 않고 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테러 방지는 비행기 설계에도 반영돼, 조종실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2015년 봄 발생한 독일 저먼 윙스 여객기 추락 사고의 테러범은 승객이 아니라 조종사였다. 기장이 화장실에 사이, 부기장이 문을 안에서 잠그고 비행기를 알프스 산맥에 추락시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강화된 조종실 안전 장치가 오히려 테러를 도운 아이러니였다. 이후 항공사들은 테러 대응 메뉴얼을 다시 뜯어고쳤다. 조종실에 사람만 남겨두지 않는 규정이 추가됐다. 항공기 테러 대응은 이처럼 어디서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창과 그에 맞서는 방패의 싸움이다.

 

▶한국도 항공기 테러 위험이 높은 편이다. 1969년 12월 대한항공기가 납북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안 검색을 강화했는데도 2년 뒤 23세 청년이 강원도 홍천에서 이륙한 여객기에 사제 폭탄을 반입했다. “북으로 가자”며 3000m 상공에서 폭탄을 터뜨려 승무원이 사망하고 비행기 동체에 20㎝ 구멍이 뚫렸다. 다만 범인이 조종실에 들어가지 못해 조종사가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킬 수 있었다. 대한항공기 납북을 계기로 비행 중 조종실 문을 잠그는 규정을 도입한 게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1987년 칼기 폭파 테러에 액체 시한폭탄이 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내 액체 반입도 엄격히 금지됐다.

 

테러 못지않게 비행기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기내 난동이다. 항공기 특성상 작은 사고로도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기내 난동을 항공기 테러 못지않게 엄하게 처벌한다. 지난해 미국에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달라”며 행패를 부린 승객이 기내에서 체포돼 8만달러 넘는 거액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비상문을 열어 탑승객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승객이 28일 구속됐다. 이번 사고로 항공사들은 비상구 옆 좌석의 운용 방침을 바꿔야 하게 됐다. 아시아나는 당분간 해당 좌석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고를 일으킨 승객은 최근 실직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니 이런 위험 요소까지 미리 파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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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객기 승객의 봉변..

 

어느 한국인이 미국 여행 때 겪은 일이다. 새벽 4시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당일 탑승을 예약한 항공사 직원이었다. 다짜고짜 "당신 비행기가 없어졌다"고 했다. 사과는커녕 미안한 기색도 없다. "아침 8시 공항으로 나오라"고 해 나가보니 "기다리라"고 했다. 두 시간, 세 시간…. 이래도 따지는 사람이 없다. 옆에 있던 미국인은 책만 본다. "화 안 나?" 하고 물으니 "너무 화난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책만 본다. 그날 자정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친절을 내세워 급성장한 아시아 항공기에 익숙하다. 젊은 스튜어디스의 상냥한 대응이 만족 기준이다. 승객 눈높이에 맞추려고 무릎까지 꿇는 장면도 가끔 본다. 이게 얼마나 과분한 친절인지 미국 비행기를 타면 실감한다. 끙끙대며 짐을 올리는데 쳐다만 보는 승무원, 주문한 빵을 승객에게 집어던지는 승무원. 난동자로 찍혀 봉변당할까 언성도 못 높인다. 갑을(甲乙) 역전이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 기장(機長) 행세를 한 사기꾼이 미녀 여대생을 스튜어디스로 뽑는다. 여대생은 벅찬 감격에 환성을 지른다. 과거엔 미국도 항공사가 선망 대상이었다. 서비스도 친절했다. 지금처럼 변한 건 1980년대 도산과 구조조정 파동, 대규모 합병 결과라고 한다. 10일 '승객 폭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유나이티드항공이 그렇게 살아남은 항공사다. 

▶승객을 짐승처럼 끌어내리는 장면이 공개됐을 때 처음에 항공사 대표는 '승객 갑질'로 몰아갔다. "승무원이 정원 초과 규정에 따랐는데 승객이 공격적이었다"고 했다. 승무원이 더 과감하게 행동할 것도 권했다. 미국 역시 인간 사는 세상이다. 비난이 쏟아졌다. 소비자의 공분(公憤)이 폭발해 항공사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거친 민심을 읽은 백악관도 "명백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뻣뻣하던 대표가 머리를 숙였다.

피를 흘리며 끌려 나간 피해 승객은 동양인 의사라고 한다. 목적지에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종차별' 논란이 시작됐다. 동양인의 봉변을 외면한 백인 승객들에게도 화살이 날아갔다. 그러자 이번 드라마의 2편이 펼쳐진다. 피해자의 과거가 번듯한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오고 있다. 백인 보수층이 특히 싫어하는 범죄에 얽힌 전과자라고 공격한다. 이게 항공사 폭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주객(主客)이 뒤바뀐 비행기, 강제로 끌려 나간 동양인, 피해자를 향한 엉뚱한 공격…. 사건의 결말이 궁금하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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