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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 ] [분계선 넘으며 새 정부 흔드는 北.. ]

뚝섬 2025. 8. 25. 09:15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 ]

[분계선 넘으며 새 정부 흔드는 北, 원칙대로 대응해야]

[韓美 동맹 뒤에서 무장해제 된 대한민국]

['북=주적, 말 않는 文' '햇볕 계승 여부 얼버무린 安']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

 

적이 때로 우리가 누군지를 알려준다

정체성의 기준점, 주적
장관끼리도 ‘主敵’ 규정 엇갈려… 한국 정체성 불확실하다는 방증
정체성 부각에 유용한 존재 ‘敵’… 적이 없을 때조차 만들어내기도
‘오랑캐’ 청이 중원의 패권 잡자… 주적으로 상상, 가치 혼란 극복

 

《7월 당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적 논란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김 후보자는 “주적은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세력”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 야당 의원은 만족했을까. 그럴 리가. 김 후보자의 대답은 주적의 정의를 밝힐 뿐, 주적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질문은 반복됐다. “대한민국의 주적이 누구냐.” 결국 김 후보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견해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를 치르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이라고 대답했다. 이쯤 되면 주적이 누구냐보다 주적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 대한민국의 주적에 관해서 여야 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정부의 장관들 사이에도 견해가 엇갈린다. 이 주적 논란은 청문회에서 발생한 정쟁이었지만, 원론적으로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논점을 포함하고 있다.

주적을 설정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는 복되다. 그러나 그 복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적을 만들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적을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가치 체계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그것에 맞서는 장애물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적이 없다면 만들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는 늘 어려운 법, 적의 존재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데 유용하다.

 

한국의 주적에 대해 여야뿐 아니라 장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는 것은 현대 한국에 정체성 이슈가 있다는 방증이다. 분단 현실은 지속되고 있지만, 통일의 당위는 약화됐다. 강대국의 위세는 여전하지만, 21세기의 국제 정세는 한층 다극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대국이 아닌 한국의 정체성은 결코 다루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는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중원의 패권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간 17세기 이래의 조선이 그 좋은 예다.

줄곧 상국으로 모셔오던 명나라가 무너지고 청나라가 들어서자, 조선의 정체성은 유례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 줄곧 오랑캐로 멸시하던 상대가 이제 상국이 되었다? 이것은 단지 외교 방침을 바꾸는 전략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그동안 조선을 지탱한 가치관이 와해되는 정신적 대격변의 사태다. 기존 가치관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청나라와 마주 싸우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병자호란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인조가 삼전도에서 어떤 굴욕을 겪었는지 잘 알고 있다. 약자 조선은 강자 청나라를 받들어 모시지 않을 방법이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제 청나라가 명실상부한 상국인 것이다.

이렇게 받들어 모실 상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조선의 정체성이 바뀌었을까. 조선의 주적이 바뀌었을까. 조선시대에 그려진 ‘무관평생도’라는 그림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한다. ‘평생도(平生圖)’라는 장르화는 태어나서 결혼하고, 과거시험을 거쳐 고관이 되는 조선 엘리트의 이상적 일생을 묘사한다. 대부분의 평생도는 문관 엘리트에 대한 것이지만, 무관 엘리트의 일생을 다룬 무관 평생도도 있다.
 

 

‘적이 누구인가’는 곧 우리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서울대 소장 조선시대 ‘무관평생도’ 8폭 병풍의 전투 장면. 통상 무관평생도에는 주인공이 전쟁터에 나아가 공을 세우는 장면이 포함된다. 김영민 교수 제공

 

무관 평생도의 특이점은, 주인공이 전쟁터에 나아가 공을 세우는 장면이 포함되곤 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그 장면을 통해 우리는 조선 후기 무관이 누구를 주적으로 삼았는지, 혹은 삼아야 했는지 엿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조선 후기 무관은 명나라 후예나 일본 사무라이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청나라 군인들과 싸우는 것으로 그려진다. 즉, 무관평생도 장르에서는 청나라가 상국이 아니라 주적인 것이다.

이 점은 또 다른 장르화인 ‘호렵도(胡獵圖)’에서도 드러난다. 조선 후기 호렵도는 대개 청나라 사람들이 호랑이, 표범, 멧돼지, 사슴 등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다. 무관평생도와 마찬가지로 이 호렵도 역시 무인 집안의 장식품으로 종종 사용됐다. 사냥이 군사훈련의 의미도 띠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호렵도에서 옛사람들의 무예훈련 양상을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호렵도에서 정작 흥미로운 것은 다름 아닌 제목이다. 호렵도의 ‘호(胡)’는 바로 오랑캐라는 뜻이다. 즉, 조선 후기 호렵도는 청나라를 상국이 아니라 오랑캐로 취급한다.

 

‘적이 누구인가’는 곧 우리의 정체성을 좌우한다. ‘호렵도’ 8폭 병풍 중 일부. 청나라 사람들의 사냥하는 모습으로, ‘호(胡)’가 오랑캐를 뜻하는 점을 감안하면 청나라를 오랑캐 취급한 것이다. 문화재청 제공

 

물론 그림과 현실은 다르다. 현실 외교의 현장에서는 그 어떤 조선 관료도 대놓고 청나라를 오랑캐 취급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명나라가 완전히 멸망한 이후에는 청나라가 아니라 조선이 중화문명의 주인이라고 내심 자부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청나라의 위상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어갔지만, 그런 자부심은 면면히 이어졌다. 다만, 현실 정치를 고려해 청나라를 상대로 그러한 정체성을 표방하지 않았을 뿐. 오랜 세월이 지나 대한제국이 수립될 때 조선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오래전 멸망한 명나라의 후계자임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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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계선 넘으며 새 정부 흔드는 北, 원칙대로 대응해야 

 

2024년 6월 북한군이 DMZ 인근 전술도로를 보강하는 모습.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군 30여 명이 지난 19일 오후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가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퇴각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북쪽 지역에 지뢰를 심고 철책과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등 이른바 ‘국경 차단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 작업에 투입된 인원 일부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다. 우리 군은 경고 방송 뒤 경고 사격하는 통상 절차를 따랐지만, 북은 부총참모장 명의 담화를 내고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는 위험한 도발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했다. 자신들이 먼저 월경해 놓고 남측이 도발했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적반하장 전술이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출범 후 대북 유화 공세를 펴는 이재명 정부가 과연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떠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대북 전단, 확성기, 북 주민용 방송 등 북이 눈엣가시처럼 여긴 것들을 모두 중단시켰다. 북한인권보고서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9·19 군사 합의의 선제적 복원을 선언하며 “북측이 화답하길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김여정은 이런 조치를 ‘잔꾀’라고 부르며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지만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남 확성기 한 개를 철거하나 싶더니 두 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이번엔 군사분계선 도발까지 감행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방문을 위해 출국한 23일에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지대공미사일까지 시험 발사했다.

 

그런 점에서 북의 도발 사실을 우리 군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공개한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우리 군은 지난해 6월과 올 4월 대남 장벽 작업을 하던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는 이를 먼저 공개했지만 이번엔 침묵했다. 신형 지대공미사일 발사도 군이 탐지했지만 공개하지 않았고, 북이 김정은 참관 사실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북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겠지만 이런 태도를 본 북의 도발은 더 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새 정부 흔들기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철저히 원칙에 맞춰 대응해 나가야 한다.

 

-조선일보(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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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동맹 뒤에서 무장해제 된 대한민국

 

대한민국엔 자기 나라를 깎아내릴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하는 자학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말도 한다. "해방 후 한국과 달리 2차대전 후 프랑스는 독일 부역자를 단호히 처단했다." 사실이 아니고 사실일 수도 없다. 처단이란 미명 아래 법 밖에서 자행된 사적인 복수극으로 자기들끼리 수천 명을 죽였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그토록 철두철미한 나라였다면 개전 6주 만에 나치 독일에 무릎 꿇은 그 나약함을 설명할 길이 없다. 저명한 사상가 이안 부루마는 저서 '0년'에서 전쟁 전후(前後)의 프랑스를 '도덕적 파산 상태'라고 했다.

파리는 1940년 6월 14일 함락됐다. 그날, 파리 시내를 활보하는 독일군 중엔 카메라를 든 이도 있었다. 그들은 저항을 포기한 파리에 관광객처럼 입성했다. 전쟁은 무기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 당시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 군사 대국이었다. 전차 2400대를 보유한 독일에 맞서 연합군 전차 3000대로 영토를 지켰다. 그러고도 졌다.

이유는 분명했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국경에다 요새와 포대·벙커를 촘촘히 연결한 마지노선(線)을 쌓고는 그 뒤에서 정신적으로 무장해제됐다. 독일의 군비 증강을 보고도, 그리고 언젠가 파국이 닥칠 것을 알고도 "전쟁만은 안 된다"고 외쳤다. 참모총장 모리스 가믈랭은 "전쟁은 청년을 너무 많이 희생시킨다"는 말로 싸우기 싫어하는 국민의 환심이나 샀고, 폴 레노 총리는 반전주의자인 정부(情婦)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 대독(對獨) 항전을 독려하던 처칠 영국 총리가 "저 여자는 내가 낮 동안 해 놓은 모든 일을 밤에 무위로 돌려놓는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지난 2월 27일 서울 대치동 롯데상사 앞에서 열린 사드배치 철회 요구 집회. /조선일보 DB 

 

정치인과 군인만 썩는다고 나라가 망하는 건 아니다. 국민이 함께 썩을 때 진짜 무너진다. 처칠 회고록 '제2차세계대전'에 이런 기록이 있다. 영·프 정부가 마르세유 인근 비행장에 배치된 영국 공군기로 배후의 적인 이탈리아를 폭격하려 하자 비행장 인근 주민들이 몰려나왔다. "적의 보복으로 비행장 주변 마을이 폭격당하면 책임질 거냐"며 폭격기가 이륙하지 못하게 트랙터와 수레, 짐차로 활주로를 막아버렸다. 파리 함락 사흘 전의 일이다.

동맹국끼리는 같은 편이 위험에 빠지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6·25 당시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은 함께 참전한 외아들 밴플리트 주니어 대위가 전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주 방한했던 펜스 미 부통령도 부친이 6·25 참전 용사로 인민군에게 맞서 싸웠다고 소개했다. 이런 노력이 없으면 동맹은 깨진다. 그렇게 쌓은 한·미 동맹의 마지노선 뒤에서 우리는 지난겨울 탄핵의 촛불을 들었고 봄에는 꽃구경을 다녔다. 사드가 들어설 성주 골프장 가는 도로를 막는 바람에 치누크 헬기가 불도저와 굴착기를 공수해야 했다. 그러면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외쳤다. 잘못된 외침이다. " 북핵 가고 평화 오라" 해야 맞는다.

북핵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날, 동맹을 방패 삼아 우리가 누려온 자유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프랑스는 독일의 침공으로 무너진 게 아니다.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졌기에 독일의 침공을 받았다. 대한민국이 그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대선 후보들도 "전쟁만은 안 된다"는 나약한 말로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김태훈 여론독자부장, 조선일보(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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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선량함을 믿는 '햇볕 낙관주의', 대화할 때도 총을 드는 것이 안보..

 

한민족 통치 엘리트의 유전자엔 '낙관 DNA'가 새겨져 있는 것이 틀림없다. 위기 앞에서 대책도 없이 낙관론에 취하는 습성이 있다. 임진왜란 전 왜(倭)에  다녀온 통신사들이 정반대 보고서를 올렸다. 선조는 그중 침략 가능성이 없다는 쪽을 채택해 국난(國難)을 자초했다. 병자호란 때도, 6·25 전에도 그랬다. 늘 징후는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위험을 무시하고 망하는 길을 가곤 했다.

지금 한반도 긴장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엔 두 가지 심정이 교차한다. 하나는 불안감이고, 또 하나는 의아함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왔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사실은 90년대 초반에 확인됐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협박해댄 것도 2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정권이 네 번 바뀌고 온갖 대북 정책이 나왔다. 국방비도 물쓰듯 썼다. 그런데 왜 이런 최악의 상황이 됐느냐는 것이다.

그 의문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햇볕정책'의 낙관론이다. 2001년 평양을 다녀온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했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협상용'이라고 변호했다.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공격용도 아니라고 했다.

그 믿음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는 북한이 확인해주었다. 20여년간 북한은 단 한 순간도 핵 프로그램을 중단한 적이 없다. 틈만 나면 서울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며 인질 전략을 펴왔다. 며칠 전만 해도 오산·군산·평택 기지를 거명하며 초토화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의 선의를 믿었을 두 전직 대통령이 지금 상황을 본다면 뭐라 했을까.

햇볕정책의 순진한 낙관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 미사일 공격에 소극적 대비로 일관했다. 90년대 초 '로동1호'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 성능을 개선해왔다. 김대중 정부 때도 핵개발이 계속되고 대포동미사일이 일본 인근까지 날아갔다. 그런데도 미국 MD(미사일 방어 체제) 편입 논란을 이유로 방어망 구축을 주저했다. 입으로만 한국형 방어 체제(KMD)를 만들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패트리엇 PAC2와 함대공 SM2 미사일을 들여왔다. 그러나 하층(
下層) 방어 능력만 갖춘 것이었고, 그나마 요격 성공률도 낮았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면서 핵개발을 공식화했다. 그래도 노무현 정부는 실효성 적은 패트리엇미사일로 5년을 버텼다.

우파 정권으로 바뀐 뒤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선제공격 개념을 포함한 '킬 체인' 구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예산도 적고 정책 의지도 약해 추진 속도는 미미했다. 이 대통령은 안보에서도 어떻게 돈을 적게 쓸까에 매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군(
軍)을 우대했지만 의사소통이 부족했다. 군 수뇌부조차 대통령을 잘 만나지 못했다. 이·박 대통령 모두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철학이 미흡했다. 절박함도 약했다.

보름 전 이스라엘이 4단계 미사일 요격망을 완성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적의 미사일 공격을 4중으로 철벽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의 국방비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 우리는 두 배나 더 많은 돈을 쓰고도 이 지경이다. 이스라엘은 대비했고 우리는 대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절박했고 우리는 절박해 하지 않았다. 그 차이가 안보 위협으로 돌아와 우리 목을 죄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15일ㆍ태양절) 개최된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모습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제 누구나 동의할, 심지어 친북주의자도 부인 못 할 사실이 있다. 북한 김정은이 결코 합리적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정은 제거'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는 데 국제사회가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 땅엔 김정은의 선량함을 믿는 '햇볕 낙관주의'가 여전하다. 문재인 후보는 TV 토론에서 북한이 '주적(
主敵)'이라고 말하기를 거부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화할 때도 총을 드는 것이 안보다. 북한을 주적이라 하면 대화가 안 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북한이 깡패짓을 계속하는데 지금 정상회담을 거론할 때일까.

안철수 후보는 북한에 5억달러를 보낸 불법 송금 사건에 공과(
功過)가 있다고 했다. 어떤 공이 있다는 것일까. 5억달러가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는데 분통 터지지도 않나.

북한과 대화도 필요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하고 백주대낮에 남의 나라에서 이복형까지 살해했다. 이런 인물이 햇볕정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햇볕으로 감싸주면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단 말인가.

햇볕정책은 이론적으로 훌륭한 정책이다. 그러나 비현실적 대북관이 대책 없는 낙관론을 낳는다는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설마 하며 대비하지 못하다 이 꼴이 됐다. 북한에 속았던 안보의 '잃어버린 20년'이 원통할 따름이다. 그렇게 속고도 또 속을 텐가.

 

-박정훈 논설위원, 조선일보(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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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주적, 말 않는 文' '햇볕 계승 여부 얼버무린 安'  

 

대선 후보 TV 토론을 볼수록 문재인, 안철수 두 유력 후보에게 안보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의구심은 더 커진다. 문 후보는 19일 2007년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 시 북한에 물어본 뒤 '기권' 입장을 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국정원을 통해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본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작년 10월 송민순 당시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이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여러 번 했다. 그러더니 지난 2월 한 방송에 나가서는 "외교부가 찬성을 해도 북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까 (논란이 붙어) 국정원이 북의 입장을 확인해본 것"이라고 했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라졌던 기억이 몇 달 만에 이렇게 살아나는가. 선거용 말 바꾸기 아닌가.

문 후보 말대로라고 해도 '북에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송 전 장관 회고록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외교부는 찬성하자는데 국정원이 북 입장을 확인해보고 기권했다면 '물어보고 기권한 것'과 얼마나 다른가. 북은 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폭력 범죄집단이다. 이런 집단에 '인권을 개선하라'는 결의안에 찬성하면 화를 낼지 안 낼지 물어보았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서도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되는지 김정은에게 물어볼 것인가.

문 후보는 '북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은 국방백서에도 주적이 아닌 그냥 '적'으로 쓰고 있지만 표현이 무엇이든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 김정은 집단이 적(敵)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천안함을 폭침해 46명을 죽이고, 연평도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퍼붓고, 지뢰로 장병들 다리를 앗아가고, 핵폭탄으로 민족 절멸을 위협하는 집단이 북이다. '북 정권은 분명히 적이지만 불가피하게 협상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고 했으면 됐다. 그 말을 못 하는 문 후보를 김정은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2000년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모든 일에 공과(功過)가 있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것에도 공과가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5년 전에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햇볕정책은 지금 국제사회가 벌이고 있는 대북 제재·압박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졌느냐는 것은 자칫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문제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이리저리 피하려고만 한다. 보수 표와 호남 표 사이의 줄타기로 대통령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험난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나라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는 싫은 질문엔 몸을 돌려 외면해버렸다안 후보는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과연 이들에게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낭떠러지인 대한민국을 맡겨도 될지 유권자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관과 정책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 후보는 북에 물어본 상황과 주적 문제, 안 후보는 '햇볕 계승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조선일보(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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