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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리는 왜 트럼프 앞에서 무릎을 꿇었나] ....

뚝섬 2025. 8. 25. 09:45

[英 총리는 왜 트럼프 앞에서 무릎을 꿇었나]

[실용 외교에도 '급'이 있다면 ]

 

 

 

英 총리는 왜 트럼프 앞에서 무릎을 꿇었나

 

트럼프 비위 잘 맞춘 스타머
우수한 '관세 성적표' 받아내
美 갑질 견뎌야 할 향후 3년
당당·유연 사이 절충점 찾아야
 

 

<YONHAP PHOTO-2788> Britain's Prime Minister Keir Starmer picks up the U.K.-U.S. trade agreement papers dropped by U.S. President Donald Trump before speaking to the media at the G7 summit in Kananaskis, Alberta, Monday June 16, 2025. (Stefan Rousseau/Pool Photo via AP) POOL PHOTO/2025-06-17 11:46:13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영국 네티즌들이 난리를 친 적이 있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무릎을 꿇은 듯한 장면이 있었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인 관세 전쟁에서 영국은 지난 6월 가장 먼저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스타머와 함께 기자들 앞에 선 트럼프는 합의문을 담은 폴더를 들고 나왔는데, 폴더를 펼치자 문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러자 스타머가 즉시 허리를 숙이고 땅에 떨어진 종이들을 주워 올렸고, 이를 내려다보는 트럼프와 대조가 됐던 것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되자 스타머도 멋쩍은 듯 “매우 중요한 문건”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허허 웃으며 이 모습을 지켜봤다. 모양새는 좀 빠졌지만, 그동안 트럼프 비위를 가장 잘 맞춰왔다는 평을 들었던 스타머는 ‘상호 관세 10%’라는 매우 우수한 성적표를 국민에게 내밀 수 있었다.

 

유럽연합(EU)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관세 협상을 위해 성격을 죽여야 했다. 그는 7월에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으로 트럼프의 호출을 받았다. 비행기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정해진 시각에 도착했지만, 트럼프는 필드에 있었다. 이런 경우 골프를 중간에 끊고 손님을 맞으려 달려오는 건 외교 의전이 아니더라도 그냥 상식적인 예의다. 하지만 트럼프는 남은 홀을 다 돌고 여유 있게 샤워까지 한 뒤 나타났다. EU도 그날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트럼프를 기다리는 동안 폰데어라이엔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오갔을지 궁금하다.

 

트럼프 이전에도 국제사회에는 엄연히 갑과 을이 존재했다. 다만 그때는 갑질이 일정한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고, 방식도 점잖고 세련됐었다. 지난 반세기 이상 ‘수퍼 갑’이 이익과 함께 정의(正義)까지 추구하는 인류사에 없던 시절을 을들은 누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갑은 웃통 벗고 문신 드러낸 채 각목을 휘두르고 있고, 을은 속으로 부글거리면서도 순응하고 있다. 각국 협상팀은 트럼프나 미국 장관들이 있는 곳으로 불려다니거나 찾아가야 했다. 그래서 만나면 다행이지만, 스위스 대통령처럼 워싱턴까지 날아갔는데 트럼프 얼굴도 못 보고 온 경우도 있다.

 

갑질에 휘둘리지 않고 힘 대 힘으로 붙은 건 중국 같은 또 다른 수퍼갑뿐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받았고, 포드·GM 등 미 자동차 회사 공장들을 가동 중단 위기로 몰아넣었다. 중국 협상단은 한 번도 미국을 찾아가지 않았다. 세 차례 미·중 관세 협상은 제네바·런던·스톡홀름에서 열렸다. 트럼프·시진핑 담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트럼프가 이를 위해 베이징을 찾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게 또 트럼프다.

 

‘당당한 외교’란 말은 항상 듣기 좋다. 진영 결집을 위해 특정 국가에만 선택적으로 당당함을 보인 경우가 문제였지, 원칙적으로 부당한 압박에 참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기존의 문법이 다 무용지물이 된 지금의 특수한 환경에서, 당당함과 ‘비위 맞추기’ 사이 절충점을 찾는 것이 전 세계 외교의 공통 숙제가 된 듯하다. 우리에게는 조선·반도체 같은 ‘한칼’이 있지만, 냉철하게 보면 경제는 물론 안보의 대미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우리의 위치는 중국보다 영국·EU 쪽에 훨씬 가깝다.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질적 국익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쏟아지는 이유다. 말이 쉽지 자칫하면 안보·경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고, 여차하면 ‘굴욕’ 딱지가 붙는 난제다. 좋든 싫든 앞으로 3년은 트럼프와 함께다.

 

-임민혁 국제부장, 조선일보(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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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외교에도 '급'이 있다면

 

[특파원 리포트] 

 

지난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마크 뤼터 NATO 사무총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알렉산더 스텁 핀란드 대통령,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회동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연합뉴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현실주의’였다. 국제정치를 보는 시각은 크게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로 나뉜다. 국내 학계의 주류는 현실주의다. 국가 간 관계는 철저히 힘의 우열에 의해 정해진다는 분석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이웃의 큰 나라가 쳐들어와 영토를 빼앗고, ‘대국을 대하는 태도가 불량하다’며 문화 교류와 자원 수출을 끊으며, 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수십 %의 관세를 매겨도 약한 나라는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

 

유엔에서 190여 국이 아무리 옳고 그름을 논해봐야, 미국·중국·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반대하면 국제법은 무력해진다. 한국은 중국·일본·러시아 등 강국들 사이에서 이 냉혹한 사실을 체험해 왔다. 현실주의가 한국이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지배적 관점이 된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이를 실천에 적용할 때다. 강국과 역학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서인지, 한국 외교는 미·중·러가 짜놓은 ‘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안보는 미국과 동맹에, 경제는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더 강조되는 것이 ‘실용 외교’인 듯하다. 주어진 현실의 이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자는 접근, 현실주의의 전략적 응용이다. 하지만 기존 한국식 실용 외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이 많다. 외교는 본질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게임, 상대의 수를 읽고 허점을 노리는 게임이다. 미·중·러가 친 울타리 안에서만 노는 나라의 전략은 어느 정도 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잘 알수록, 실천에선 이상주의의 ‘가면’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명분과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실익을 챙기는 데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상주의가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6·25 전쟁이 대표적이다. ‘국제법 수호’ ‘공산주의 확장 저지’라는 명분이 세계 16국 195만명의 파병과 물자·의료 지원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을 살렸다. 당시 미국이 쓴 전비는 300억달러, 지금 가치로 4000억달러에 육박한다. 서방의 지난 3년 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액(약 2000억달러)의 두 배다. 트럼프가 당시 미 대통령이었다면 과연 한국을 지키려 했을까.

 

현재 세계 30국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위한 ‘의지의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엔 덴마크·스웨덴·네덜란드 등 작은 나라, 일본과 호주 등 비유럽국도 있다. 러시아 눈치를 보지 않아서도, 국제정치의 현실을 몰라서도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주권을 함께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장기적 국익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무기 수출, 전후 재건 참여, 에너지·안보 협력 등이 거론된다. 만약 실용 외교에도 ‘급’이 있다면, 이 정도는 돼야 ‘A급’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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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푸틴·젤렌스키 만남 준비 전혀 안 돼.” 종전과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꿈, 동시에 멀어져 가나.

 

-팔면봉, 조선일보(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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