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신문(新聞) 총리”] [주도면밀] [ .. 한마디 못한 경제부총리]

뚝섬 2022. 9. 22. 08:51

[“신문(新聞) 총리”]

[주도면밀] 

[세금 얘기 4시간 동안 한마디 못한 경제부총리] 

 

 

“신문(新聞) 총리”

 

“저는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논란이 된 878억 원 영빈관 신축 계획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식물 총리를 넘어 신문 총리, 변명 총리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이냐. 중요한 영빈관 관련 예산을 몰랐다고 말하는 거 보고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 답변이 오죽 궁색했으면 여당 의원까지 비판에 나섰을까 싶다.

▷다음 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한 총리에게 “8월 중순 대통령 헬기가 나무에 부딪혀 꼬리 날개가 손상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신문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으나 이 사실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었다.

▷통상 대통령과 총리는 매주 월요일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주례회동만 벌써 7차례나 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 전반에 걸쳐 현안이나 정책 논의가 이뤄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나는 한 총리가 대통령실의 민감한 영빈관 신축 계획이나 헬기 사고 등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더욱이 영빈관 정부 예산을 통과시킨 지난달 말 국무회의는 한 총리가 직접 주재했으니 더 챙겨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영빈관 예산은 한 총리가 정말 몰랐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대통령실 수석급 고위 인사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서 영빈관 신축 계획은 극히 소수의 참모들과 경호처 인사들이 밀실에서 논의한 뒤 정부 예산안에 전격 반영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빈관 신축 논의 과정에서 한 총리 ‘패싱’이 이뤄졌다면 한 총리가 “나는 몰랐다”며 ‘신문 총리’ 비판을 감수한 것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는 명목상 ‘정부 2인자’이지만 ‘2인자’에 걸맞은 권한이 거의 없다. 윤 정부에선 장관 추천권을 행사하는 책임총리제를 강조했지만 한 총리가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할 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나라 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하는 그림자 역할을 많이 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 대신 참석하는 ‘의전 총리’, 대통령을 대신해서 연설문이나 메시지를 읽는 ‘대독(代讀) 총리’가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껄끄러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총대를 멘 뒤 책임지고 물러나는 ‘방탄 총리’도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총리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대통령 대신 야당 공세의 뭇매를 맞는 ‘신문 총리’ 유형도 추가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2-09-22)-

______________

 

 

주도면밀

 

[이한우의 간신열전]

 

지도자가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선후본말(先後本末)에 밝다는 뜻이다. 즉 일에는 근본과 곁가지[本末] 있으니 일을 풀어갈 먼저 해야 것과 뒤에 해야 것을 가린다는 말이다.

 

이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대학’은 이런 지침을 준다.

 

“백성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방향이 정해지고, 방향이 정해진 다음이라야 흔들림 없는 마음을 갖게 되고, 마음의 흔들림이 없어진 다음이라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 다음이라야 심모원려를 할 수 있고, 심모원려를 할 수 있게 된 다음이라야 능히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게 된다.”

 

그래서 지도자 자신이 먼저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서 일에 임하는데 일이 잘못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중용’에서는 지도자의 일과 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일이란 미리 대비하면 제대로 되고 대비하지 않으면 무너지고, 말도 미리 그 방향을 정하면 넘어지지 않는다. 행동도 사전에 정하면 어그러지지 않고 길도 미리 정하면 막히지 않게 된다.”

 

연일 대통령실발(發)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뉴스들이 이어진다. 느닷없는 영빈관 신축 논란만 해도 그렇다. 당연히 나라의 품격을 보여줄 만한 영빈관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집권 초 아직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고 국내외 경제 및 민생 상황이 ‘위기’로 불리는 시점에서 던질 이슈인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 뜻을 미리 살펴[迎意] 점수를 따려 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람이 차후에라도 중용된다면 제2, 제3의 아첨꾼이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 조문 논란 또한 대통령실이나 외교부의 사전 점검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도면밀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자는 ‘주역’에서 말과 일의 중요성을 이렇게 압축했다.

 

“임금이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좋은 신하를 잃게 되고 신하가 주도면밀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런데도 신하가 목숨을 부지하면 그런 임금을 옛날에는 암군(暗君)이라고 했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9-22)-

______________

 

 

세금 얘기 4시간 동안 한마디 못한 경제부총리 


문재인 정부 출범 70여 일을 지나면서 청와대는 일방 독주하고 내각은 보이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 때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취임 직후 이낙연 총리를 지명한 후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책임총리·장관제를 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만사를 챙길 수 없을뿐더러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서 그 폐해를 모든 국민이 보았다. 그러나 새 정부 두 달 동안 드러난 실상은 약속과는 정반대다.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선 "우린 청와대 심부름꾼"이라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다른 부처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증세(
增稅)방침이 확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불과 한 달여 전 청문회 때 법인세·소득세 명목 세율 인상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민주당이 증세로 몰아가는 속에서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아예 그런 흐름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70여 일 동안 '비정규직 제로'를 시작으로 탈(
)원전, 4대강 방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사드 배치 중단 등 나라의 진로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결정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그 후유증이 도처에서 이어지고 갈등도 커져 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담당 부처는 들러리 신세다.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을 결정한 국무회의에서 불과 서너 명이 발언한 뒤 "일단 중단하자"고 대통령이 결정했다. 주무 부처인 산자부 장관은 침묵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문 대통령은 "1년 해보고 속도 조절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린 것도 대통령 한 사람이고, 속도 조절을 결정하는 것도 대통령 한 사람이다. 주무 부처나 최저임금위원회는 뒤치다꺼리나 하는 처지다.

이낙연 총리는 헌법상 부여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 내각 통할권을 이미 포기했다. 스스로 "검증권도 없고…"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더니 너무나 빨리 의전 총리, 대독 총리로 돌아갔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 때 '신중' 한마디를 했으나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기 어렵다. 역대 정권들은 처음 몇 달간 책임총리제를 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새 정부는 그조차 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정책보다는 정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정책을 책임진 각 부처와 조화를 이뤄야만 국정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균형이 깨지면 국정은 한쪽 방향으로 폭주하고 선거가 다가오면 포퓰리즘에 떠내려가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피해가 언제 나타나느냐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조선일보(17-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