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윤 총장" "우리 삼성"
노무현 정부 시절 좌파 진영은 노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삼성과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학수 선배"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노 정부가 국정 과제를
짤 때 삼성경제연구소가 브레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노 정부 5년간 삼성과 밀월은 계속됐다. 초대
정보통신부 장관에 삼성전자 사장 출신이 발탁됐다.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삼성 임원을
기용했다. 노 대통령 최측근 실세 책상엔 항상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삼성 X파일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말한다'는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 심지어 정부 부처별
목표와 과제를 정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는 사석에서 "노 정부가 삼성에 의존한 것이 실패를 불렀다"는 얘기를 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내내 20차례 가깝게 압수 수색을 하고, 수백 명을 소환 조사하며 삼성을 잡으려 총력을 기울였다. 첫 미국
방문이나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때도 대한민국 최대 기업 삼성은 초대받지 못했다. 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말들이 정권 내부에서 돌았다.
▶그러나 고용 참사와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 취임 1년여 뒤 문 대통령은 인도 방문 때 삼성전자 공장 준공식에 찾아가 집행유예로 갓 출소한 이재용 부회장을 처음
만났다. 이후 지금까지 총 9차례나 만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회동 횟수(8회)를 넘었다. 엊그제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문 대통령이 "우리
삼성"이라고 지칭하면서 "국민께 좋은 소식
전해주신 이 부회장께 감사드린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6차례나 했다.
기업 투자가 아쉬운 마당에 삼성의 거액 투자가 고맙긴 고마웠을 것이다.
▶좌파 진영에선 '우회전 시즌2'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의당 대표는 "조국사태를 돌파하려 친재벌, 반노동 행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인터넷 여론엔 냉소적 반응이 많다. "잡아넣을 땐 언제고, 경제가 급하긴 급한 모양" "웬 변덕, 이러고 또 감방 넣으려고" "문 대통령이 '우리 윤(석열) 총장' 하더니 어떻게 됐나, 조심해라"는
식의 댓글이 쏟아졌다. 하긴 "우리 윤 총장" 두 달여 만에 세상은 크게 달라졌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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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權有罪 有權無罪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였던 '군사독재'시절, 우리는 사법부가 독립성을 얻기를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는가? 그런데 불가능해 보였던 그 일이 6공 때부터 싹을 보여서 근자에
와서는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에 '지나치게' 자율성을 과시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의 삼성에 대한 판결을 보면 사법부가 다시 권력의 시녀 되기를
자청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유죄가 증명되기 전에는 어떤 피의자도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 함무라비 법전에도 명기된, 만국
공통 법리가 아닌가. 아무리 판사의 직관에 피의자가 권력자의 환심을 사서 덕을 보려고 권력자가
아끼는 사람을 후원한 것 같더라도, 피의자가 자기 희망을 암시한 바 없고 권력자가 '알아서' 혜택을 준 바도 없다면
'이심전심'에 의한 뇌물로 결론지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19세기 러시아의 사법 정의를 여지없이 비웃었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집중하게 된 카라마조프가(家)의 부친 살해 사건에 대해서
검사와 변호사, 판사가 모두 법정에서 기막힌 심리 분석, 사건의
발단과 전개에 대한 추리를 장시간 늘어놓는데, 각자의 목표는 진실 규명이나 정의 실현이 아니고 '어떻게 자기의 추리력과 통찰력을 과시해서 전국적 명성을 얻느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일인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법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와 판결에 사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우니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로봇에 판결을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AI가 이번 사건을 판결했다면 결코 '뇌물죄 성립' 판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명백한 수뢰죄로 판결했을 것이고, ㈜넥슨
대표의 진경준 검사장 주식 매입 대금 지원은 확실한 유죄로 판결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결과를 보고 청와대를 의식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재용이 뇌물 제공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박근혜의 뇌물죄를 성립시켜서 '촛불 혁명'의 정당성이
입증(?)되기를 현 정권이 바라는 것이야 오늘의 기본 상식 아닌가? 게다가 사법부 인사의 모든 불문율을 무시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지명은 사법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것이다. 사법부는 과연 지난 30년간 힘겹게 이룩한 자율성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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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5년' 순간, 이재용 머리에 떠오른 인물은?
<뉴스를 쪼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한 쪽에서는 “5가지 혐의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다”고 불만이고, 다른 쪽에서는 “증거 나온 것이 없는데 심증으로 형을 살린다”고
반박한다.
조선닷컴 ‘뉴스를 쪼다’는 이재용 재판의 논점을 짚어봤다.
“한마디로 ‘종교 재판’. 법원이
어떤 마음으로 이재용을 심판했는지, 성경을 예로 들어 볼까요. 마태복음 5장 28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 하였느니라’.”
“판사가 판결문에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유착’이라고 썼습니다. 판사의 철학보다는 구체적 증거에 의한 판결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명시적 청탁’은 없었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도와주라고 하지 않았으면 삼성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으로 판결을 내린 대목도 논쟁적입니다. ‘뇌물죄’는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데, 삼성의 돈이 간 곳은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이란 말이죠. 그래서 뇌물죄 대신 ‘공모죄’라는 프레임이 나온 것입니다.”
“‘자본주의하에서는 이해가 안되는 판결’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재화의 소유자가 누구인가가 중요하죠. 법처벌도 그것에
근거합니다. 실제 돈은 최순실에게 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관계’가 정확히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둘이 친하니 공모한 게 맞다’고 전제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가 적용됐다는 점이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도 본인은 부인했지만,
동생 전세자금에서 1억원 수표가 나와 처벌받지 않았습니까?”
“그건 뇌물죄가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이었습니다. 정치자금법은
돈이 오고가는 상황을 더 너르게 봅니다.”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삼성이 말을
사준 것은 맞지 않습니까? 문제는 얼마나 자발적인가 하는 점인데 법원에서는 이걸 ‘수동적 뇌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길에서 깡패를 만났는데 ‘돈 안주면 천원에 한대씩이다’ 이런 협박에 돈 만원을 줬다면
이게 뇌물인가요? 여태까지 재벌이 정권에 그렇게 맞선 적이 있나요? 저는
이런 점에서 삼성측이 ‘피해자’ 주장을 정확히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뒤늦게 삼성 사장들이 ‘부회장은 모르고 내가 알아서
했다’고 감싼 전략도 너무 뻔한 전략이었습니다. 앞서 재벌 총수가 재판받을 때 고정적으로 나오는 레퍼토리인데, 이제 진부하고 진실해 보이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총수급 피고인이었던 이에게 들은 말을 근거로 이렇게 유추해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유죄판결을 듣는 순간 누가 가장 원망스러웠을까요? 판사, 검사,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아니면 자기 자신? 아마도 변호사일 겁니다.”
-박은주기자, 조선닷컴(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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