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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와 촘스키의 악취] [문재인 정부의 지식인들]

뚝섬 2026. 3. 3. 09:33

[빌 게이츠와 촘스키의 악취]

[문재인 정부의 지식인들]

 

 

 

빌 게이츠와 촘스키의 악취

 

지식인 위선, 無知보다 더 나빠
신뢰라는 사회 자본 썩게 만들어
생존 인물 위인전 이제는 그만
사람 존경하지 말고 행동만 보라
 

지난 2011년 성범죄자 엡스타인의 주요 범죄장소인 뉴욕 맨해튼 저택에서 유력인사들과 모임하던 모습. 왼쪽부터 엡스타인의 성접대를 받아 기소된 JP모건 간부, 그리고 엡스타인에게서 기부금을 받은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엡스타인, 그리고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와 게이츠 재단의 간부. /트위터

 

2015년 겨울의 일이다. 책 담당 기자이던 나는 미국 보수 지성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을 Books 톱 기사로 소개했다. 성공과 경력 같은 외적 성취보다 정직, 겸손, 용기 같은 내면의 성장이 진정 의미 있는 삶을 만든다는 통찰이었다.

 

마침 그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했다. 그는 “우리가 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어떻게 인격의 토대를 닦을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고 썼다. 자신의 엄청난 성공은 오로지 독서 덕이라며 매년 정성스러운 추천 리스트를 발표하던 그는 당시 ‘세인트(Saint·성스러운) 빌’로 불렸다. 겸손과 품격의 상징처럼 행동하며 천문학적인 자선 사업을 벌이는 그를 세상은 기꺼이 신뢰했다.

 

하지만 지금 그 성자(聖者)는 비웃음의 제물이 됐다. 최근 그의 공식 사과로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엡스타인 파일’은 우리가 알던 박애주의자의 가면을 사정없이 찢었다.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만남이 자선 사업 때문이었다는 과거의 변명은 이제 힘을 잃었다. 러시아 출신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혼외 관계, 엡스타인의 협박, 여기에 성병 감염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가 평생 외쳐온 ‘투명성’과 ‘정직’이라는 가치는 악취 나는 오물 속에 처박혔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인격을 닦으라 설교하던 이가, 정작 자신의 삶은 기만으로 도배하고 있었던 셈이다.

 

위선의 대열에 또 한 명의 ‘위인’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으로 추앙받던 노엄 촘스키다. 미국을 ‘세계 최대의 테러 국가’라 일갈하고, 강대국의 학살에 침묵하는 지식인들을 향해 ‘범죄의 공범’이라 포효하던 촘스키였다.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닦아주라던 그의 손은, 그러나 정작 막후에서는 아동 성범죄자의 금융 계좌를 빌려 사적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건강 악화를 이유로 가족이 대신 내놓은 해명은 “배경을 몰랐던 실수”라는 것이었지만, ‘엡스타인은 죗값을 치른 사람(Clean slate)’이라며 범죄자를 옹호하던 그의 육성은 촘스키를 추종하던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미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94) MIT 명예교수가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교류하며 금융 관련 조언을 받고 돈 거래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4년 5월 독일 카를스루에 강연 모습. /EPA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말의 성자들이 ‘행동의 죄인’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목도해 왔다. 입으로는 ‘개천의 가재’들을 위로하면서 뒤로는 자녀를 위해 ‘황금 사다리’를 가공했던 법대 교수, 여성 인권을 사자후처럼 외치면서 침실에선 위력으로 약자를 짓밟았던 정치인, 평화를 노래하며 술자리에서 추태를 일삼던 문단의 거인까지.

 

촘스키의 정의와 게이츠의 박애가 엡스타인의 검은 이메일 속에서 난도질당하는 모습은 현대 지성사의 비극이다. 화려한 수사(修辭)에 취해 사람을 우상화하고 생존 인물을 위인전에 올리던 시대는 끝났다. 결국 남는 것은 그가 뱉은 고결한 문장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살아낸 행동뿐이다.

 

지식인의 위선은 대중의 무지보다 위험하다. 무지는 단순히 모르는 것에 그치지만, 위선은 고결한 지식을 기만의 도구로 삼아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근본부터 썩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화부 기자로 수많은 지식·예술인을 만나오면서 깨달은 진실이 있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볼 수 있는 건 그의 행동뿐이다. 인격은 화려한 추천도서 목록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그것만이 이 악취 나는 위선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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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지식인들

 

朴정부 지식인 특징은 '비겁', 文정부 지식인 특징은 '위선'

 

누군가 박근혜 정부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을 아우르는 단어 하나를 꼽아보라면 '비겁(卑怯)'이라고 하겠다. 본인들은 억울할 수 있겠지만, 박근혜 정부 4년을 지켜본 기자 눈에는 그리 비친다. 박근혜 정부엔 교수·연구원 출신이 많았다. 장차관급 20%가 교수·연구원 출신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유민봉·안종범·홍기택·서승환·정종섭·류길재·김종덕 등. 대충 꼽아본 그들의 면면은 지식인들이 박 정부 실세였음을 보여준다. 박 정부 실패의 한 이유로 많은 이가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 그들의 비겁함을 얘기한다. 적어도 관료나 정치인 출신보다는 직언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여성 대통령의 눈치만 봤고, 아우라가 사라지자 금세 등을 돌렸다. 그들의 비겁함이 정권을 망쳤다.

문재인 정부에 몸담은 지식인들을 아우르는 단어는 '위선(僞善)' 아닐까 싶다. 이 정부엔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지식인이 유독 많다. 대표 주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된 홍종학 교수다. 홍 장관을 과거에 알았던 많은 이가 자신과는 거리가 먼 '근본주의'를 팔아먹고 살아온 대목에 분노했다.

 

왼쪽부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선일보 DB

 

시민운동가로서 공정과 정의를 외쳐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말이 앞서는 지식인이었음을 지난 청문회를 통해 보여줬다. 낡은 가방을 들고 청문회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수차례 위장 전입 등 시민운동가 겉옷에 가려 있던 속살을 드러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고 재산 93억원'도 재벌 저격수인 줄로만 알았던 그를 다시 보게 했다. 김광두 교수는 행동이 앞선 경우다. 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줄푸세'를 기획하더니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로 옮겼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뭔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너무 서두른다"고 했다. 누군가 김 교수에게 일갈했다. "그걸 몰랐나? 그것도 모르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나?" 대선 국면에서 문 후보 색깔을 희석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 교수가 이제 와서 '문 정부 경제정책이 왼쪽'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코미디다.

'몸 따로, 머리 따로'는 경제학자만의 영역도 아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한때 진보 언론학자였다. 대학 시절 '이효성 강사' 수업을 들었던 기자는 비분강개한 그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한다. 청문회서 불거진 재산 관련 의혹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정권의 언론 장악에 누구보다 분개하던 이효성 강사가 방통위원장이 돼 정권의 언론 장악에 앞장서리라고는 상상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구성원들의 비겁 때문에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가 혹 실패한다면 정권에 몸담은 지식인들의 '위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정부가 끝나면 휘황한 '지식인' 라벨을 달고 다시 강단으로 돌아가 이전처럼 '개념 지식인'연할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득해진다.
 

 

-이동훈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1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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