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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대충대충] ['新 事大'?] ['論介'정신의 장사법]

뚝섬 2024. 10. 11. 09:15

[미스터 대충대충]

['新 事大'?]

['論介'정신의 장사법]

 

 

 

미스터 대충대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굴까? 이 사람을 모르는 이 없으니, 그 성(姓)은 차(差)요 이름은 불다(不多)라….” 이렇게 시작하는 유명한 문장이 있다. 중국 근대기 최고 지성인 후스(胡適)의 ‘차불다(差不多) 선생전(傳)’이다.

 

중국의 대표적 국민성을 강하게 풍자한 글이다. 중국인들이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일상용어 ‘차불다’를 인격화해 그 언어 심리에 담긴 폐단을 지적했다. 중국인이 지금도 자주 쓰는 말 ‘차불다’는 본래 “차이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쓰임새의 맥락에서는 ‘대충대충’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다’는 뜻이다. 세세한 차이를 따져보지 않고 서둘러서 일을 마무리하는 행위도 가리킨다. 후스의 글은 각종 비효율과 문제를 부르는 이런 중국인의 습속을 비판했다.

 

비슷한 흐름에서 쓰는 말도 적지 않다. “크게 보자면”이라는 대개(大槪), “아마도…”라는 느낌의 가능(可能), “그럴 수도 있어”라는 뜻의 야허(也許) 등 애매모호한 표현이 중국인 입말에서는 거의 습관처럼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동소이(大同小異)라는 성어도 그 하나다. 크게는 같고, 작게는 다르다는 뜻이다. 같음과 다름의 동이(同異)는 중국인의 오랜 사유 대상이기도 하다. 같음을 추구하되, 웬만한 차이는 내버려 두자는 성어 구동존이(求同存異)도 그렇다.

 

늘 ‘차이’를 끌어들여 큰 통일체를 구성해야 했던 중국 역사의 맥락이 어쩌면 이런 ‘차불다’ 습성으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 많은 ‘차불다’ 사고와 행위는 현대 중국에서 여전히 말썽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화웨이(華爲)가 최근 선보인 3단 폴더블 폰의 화면이 크게 일그러지는 사고를 불렀다. 진지함의 결여, 디테일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차불다’의 오랜 정신적 면모가 폰의 화면을 뚫고 나온 것 아닌지 주목거리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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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 中 생산 보안 카메라 600여 대 해킹 위협에 전면 교체키로… 거리·자동차·업소마다 깔린 中 카메라 어찌할꼬.

 

-팔면봉, 조선일보(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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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事大'?

 

신의주 건너편 중국 무역 도시인 단둥에서 북쪽으로 30km쯤 가면 바싼(八三) 유류 저장소가 나온다. 대북 송유관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서 평안북도 정유 시설인 봉화화학 공장까지 연결된 30.3km의 송유관으로 연간 100만t가량의 원유가 흘러들어 간다. 중국이 이 송유관을 몇 달만 잠가도 북한은 큰 타격을 입는다. 북핵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3일 "북한 경유 가격이 지난달 초보다 60%, 휘발유 가격은 25%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이 마당에도 중국은 여전히 대북 송유관에는 손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간 고위급 대화'에 참석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일 시진핑 주석과 같이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관련 부품을 밀수해온 주요 통로가 중국이다. 북한이 무슨 도발을 해도 김정은의 살길을 계속 열어주는 게 중국이다. 그러면서 방어용인 한국 사드에 대해선 막가는 보복을 한다. 국의 어떤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추 대표는 3일 이 행사의 기조연설에서 "'신시대 설계사'인 시진핑 총서기께서 주창하신 '중국의 꿈'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고도 했다. '중국몽(中國夢)=중화민족의 부흥'이다. 이른바 중화 민족주의 아래 우리 민족이 어떤 피해를 당해왔는지 안다면 이런 말은 못할 것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의 중화 부흥 앞에 이웃 나라 주권은 쉽게 희생될 수 있다. 전 세계가 중국몽을 경계하는데 우리 집권당 대표는 중국몽이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지난 5월 대통령 특사로 이해찬 의원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시 주석은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 일행은 시 주석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모양새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때만 해도 방중 특사는 시 주석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다. 이해찬 특사단의 자리 배치는 시 주석이 홍콩 행정장관을 접견할 때와 같았다.

▶문 정부 들어 중국은 우리를 아래로 보는 행태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항의는커녕 주눅 든 사람들 같은 태도를 보인다. 추 대표가 중국 지도부 앞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 입장을 당당하게 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신(新)사대(事大)인가. 여당이 강조하는 '당당한 외교'에 중국은 예외인가 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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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介'정신의 장사법

 

사드 보복 사태를 지켜보면서 중국의 상층부에 공부 많이 한 고단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역(周易)에도 밝고 역사의 호흡을 길게 보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전략을 짤 만한 브레인은 없는 것 같다. 역대 중국 전략가의 특징은 속 깊은 '만만디'인데, 현대에 와서 이러한 만만디가 안 보인다. '즉석 불고기' 수준이다. 한국인의 기질은 '몰빵'을 좋아해서 중국에다 몰빵 투자를 하려는 중이었다. 그 일보 직전에 사드 보복을 하니까 중국인의 속내를 파악하고 한국이 스톱해 버렸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의 모델이기도 했던 거상(巨商) 임상옥(林尙沃·1779~1855). 임상옥이 북경에 인삼을 팔러 갔다가 북경 상인들의 술수에 걸려들었다.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매운동이었다. 귀국 날짜는 다가오는데 북경 상인들이 '헐값에 준다면 모를까 정상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작전을 폈다. 다른 인삼 장사는 여기에 굴복하고 가격을 대폭 할인하여 팔았지만, 임상옥은 오히려 '너희가 이렇게 하는 짓은 비겁하다. 그럴 바에는 내가 이 인삼 다 불 질러 버리고 가겠다. 너희도 인삼 못 사고 나도 망해 버려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시범적으로 약간의 인삼을 불에 태웠다. 당황한 북경 상인들에게 시세보다 비싸게 인삼을 팔았음은 물론이다.

일제 때 경북 영천·영덕에서 사업을 했던 친일 사업가 문명기(文明琦·1878~ 1968). 그는 한지(韓紙)가 중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경상도 일대에서 나오는 종이를 거의 매집하여 기차에다 싣고 만주로 갔다고 한다. 돈이 없었던 그가 엄청난 분량의 한지를 사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 일본인 영천경찰서장이 신용보증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상인들이 문명기의 엄청난 한지 더미를 보고 퇴짜를 놓았다. '종이를 반값에 팔아라. 안 내리면 안 사겠다.' 그러자 문명기는 일부 종이에다 불을 질렀다. '나도 망하고, 그 대신 너희도 종이 못 사서 손해 봐라!' '나 죽고 너 죽자'는 조선인의 기세에 놀란 중국 상인들이 시세보다 몇 배에 그 종이를 살 수밖에 없었다. 문명기는 이 장사로 부자가 되었다. 김용운(金龍雲) 선생은 한국인의 무의식에 '논개정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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