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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지향의 중국] [굶주림이 늘 번졌던 땅] [中國夢이 촉발한.. ]

뚝섬 2024. 8. 23. 09:00

[축소 지향의 중국]

[굶주림이 늘 번졌던 땅] 

[中國夢이 촉발한 美·中 무역전쟁]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축소 지향의 중국 

 

‘황하의 죽음’이라고 옮길까. 이런 의미의 ‘하상(河殤)’이라는 제목을 달고 1980년대 중국을 열광케 한 작품이 있다. 오랜 농경(農耕) 문명의 중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다큐멘터리다. 당시 개혁·개방의 풍조를 잘 반영했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쌓은 채 바깥 세계에 눈을 돌리지 못했던 중국의 오랜 문명적 퇴행성을 강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특히 대지(大地)와 대하(大河)에만 탐착하는 관행을 멈추고 해양(海洋) 문명을 배워 체제 혁신을 꾀하자는 제안도 담았다.

 

2003년에는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새 정치 담론을 형성했다. ‘공화를 향하여(走向共和)’다. 서양이 문호를 두드리던 19세기 무렵 중국의 정치체제 모색을 다뤘다. 그러나 현대판 정치 개혁 메시지는 담아내지 못했다.

 

위의 둘은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 그의 뒤를 이어 문호를 더욱 열어젖힌 장쩌민(江澤民) 등 당대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충분히 담아낸 작품이다. 그 다음에 올라선 지도자들은 전임과는 사뭇 달랐다.

 

후진타오(胡錦濤)가 집정한 2007년에는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다큐가 유행했다. 역시 그 시대의 새 담론으로 부상했다. 서양 열강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올라서는 과정과 그 몰락을 다뤘다. 중국도 세계 패권으로 올라서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시진핑(習近平)이 집권한 2020년에는 다큐 ‘중국(中國)’이 풍미했다. 공자(孔子) 등 과거 인물을 중심으로 제 전통의 찬란함을 강조한, 이른바 ‘국뽕’이랄 수 있는 작품이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현대 결정판에 가깝다.

 

해양과의 대비에서 자신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했던 ‘하상’의 문명적 시선이 끝내는 과도한 자기중심주의로 회귀하고 말았다. 몸집은 문명을 이루지만, 그 소견은 늘 지역 패권의 음울한 국가주의에 묶인다. 덩치만 컸지 생각은 축소 지향적인 중국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조선일보(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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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덩샤오핑 탄생 120년 띄우기 열심. ‘돌 더듬으며 강 건넌다’던 덩샤오핑, 요즘 中 그 강 다시 건너오는 건 아닌지.

 

-팔면봉, 조선일보(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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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이 늘 번졌던 땅

 

중국을 ‘굶주림의 땅’이라고 일컫던 적이 있었다. 전쟁을 포함한 각종의 재난이 빈발했던 까닭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이 펼쳐지면서 굶주림, 그로 인한 사망자가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공식적 통계는 아니지만, 1959년부터 3년 동안 이어진 대약진운동으로 직접적인 아사(餓死)나 굶주림으로 인한 비(非)정상적 사망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하거나 그를 상회한다는 증언도 있다. 역사 속 기근(饑饉)은 더욱 참담하다.

 

굶주림이 번질 무렵에는 표현이 가볍다. 흔히 ‘서북풍 마시다(喝西北風)’라고 적는다. 왜 서북풍인가의 유래는 복잡하다. 단지 시리고 추운 시절에 고픈 배를 달래려 바람이나 실컷 마셔 둔다는 정도의 정서로 이해하면 좋다. 기근이 더욱 번지면 사람들은 느릅나무 열매나 껍질을 벗겨 먹는다. 이어 점토질의 흙을 구해 허기를 면한다. 흙으로 만든 양식 대용의 그 물건은 흔히 관음토(觀音土)라 했다. 그러나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려 죽는다.

 

그 마지막이 참담하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인상식(人相食)’의 사례가 이어진다. 이 정도면 차라리 지옥도(地獄圖)라 해도 좋을 풍경이 빚어진다. 그 무렵의 극단적인 단어 하나가 채인(菜人)이다. 사람이 시장에서 식용으로 팔리는 사례다1630년에 태어난 청나라 시인 굴대균(屈大均)의 ‘채인애(菜人哀)’란 시가 있다. 그는 서문에 “기황이 심해진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몸을 시장에 팔아 마련한 돈을 남편에게 건네며 울었다.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아내의 뒤를 밟았으나 이미…”라는 내용을 적고 있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의 저소득 계층 사이에서는 ‘서북풍 마시다’라는 말이 또 유행하는 모양이다. ‘헐벗음과 굶주림 문제[溫飽]’를 진작 해결했다고 자부한 공산당이 긴장하겠다. ‘강대국 꿈’에 빠지기 전 먼저 해결할 일이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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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夢이 촉발한 美·中 무역전쟁 

 

中 경제성장하면 민주화할 것, 낙관론 비웃듯 '1인 독재' 치달아
'독재+市場경제' 확산될 우려도… 무역 전쟁 결과에 국제 질서 달려


'중국 버블 붕괴' '고립해 자멸하는 중국' '단말마의 중국 경제'…. 일본 서점가에 깔려 있는 '중국 붕괴론' 관련 서적들이다. 기자가 도쿄 특파원으로 4년간 일본을 취재하면서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일본에 만연한 '중국 붕괴론'이었다. TV 시사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중국이 곧 망한다는 주장이 수시로 등장했다. 빈부 격차, 공산당 부패, 소수민족 문제, 부동산 거품 붕괴, 환경오염 등으로 중국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체제 불만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을 침공한다는 '중국 위협론'도 빠지지 않았다. 일본방위백서에도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보다 더 실용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중국을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을 한국에서 수시로 접했던 기자는 일본의 '중국관'이 무척 낯설었다. 중국 붕괴론이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은 아시아 맹주 자리를 내준 상처 난 자존심, 영토 갈등, 군사 동맹 미국 쇠퇴의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도쿄에서도 요즘 '중국 붕괴론의 붕괴'가 화제이다. '중국 붕괴론'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끝나가면서 국익을 위해서라도 편견 없이 중국을 보자는 반성론이 나온다. '세계를 좌우하는 중국론'도 등장했다. 일본 대표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중국화가 진행되는 세계'라는 연재 기사를 내보냈다. 14억 인구와 막강한 경제력으로 지구촌을 좌우하는 중국을 보여주는 기사들이다.

한국이 당한 사드 보복은 빙산(氷山)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관광, 무역, 경제 지원, 군사력을 지렛대로 아프리카·중남미는 물론 일본, 미국, EU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영화 제작사와 언론조차 중국의 압력에 굴복, 중국 비판적 콘텐츠를 포기하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 덕분에 '근접 국가' 한국은 수출과 관광객 증가 등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그래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중국 낙관론'과 '친중(親中)적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G2를 넘어 미·중(美中) 역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 경제적 계산기만 두들기고 있을 수는 없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단기간에 성취한 한국은 경제적 이익만을 우선하는 '이코노믹 애니멀(Economic Animal)'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을 꿈꾸는 중국몽(中國夢)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중시, 국제법 존중 등 인류가 쌓아오고 추구해온 '이상적 가치'를 허물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가 더 개방적으로 바뀌고 결국 인권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중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중국의 경제 기적은 결국 '1인 독재' 시대의 개막으로 이어졌다.

 

모바일, 인터넷, 공유경제 등 첨단 미래 산업은 자유의 공기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꽃피울 수 있다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도 허물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전 세계 유니콘(10억달러 넘는 스타트업 기업) 3분의 1이 중국 기업이다. 인터넷을 통제하고 인권을 제한하고 힘으로 국제 질서 변경을 시도하는 국가가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고 미래 산업까지 주도한다면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 모델의 효율성과 우월성을 누가 믿겠는가. 이미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국가들에 '독재+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 모델이 더욱 확산될 것이다. 최근 발발한 미·중(美中) 무역 전쟁은 중국몽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 반격이다. 무역전쟁의 결과에 따라 경제주도권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와 '이데올로기'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

-차학봉 산업1부장, 조선일보(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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