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주한 미군은 비싸고 美 국익 도움 안 돼" 트럼프 주장 놀랍게 일관… 지난 30년간 무려 114번
군 통수권자가 주한 미군철수 또는 감축하면 美 의회도 힘 못 쓸 수 있어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로 연장함에 따라 악화 일로의 한·일 관계가 진정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기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먹구름 뒤에 한·미 동맹에 치명적인, 훨씬 더 엄청난 폭풍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 폭풍은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 미·북 핵 협상이 올 크리스마스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별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났기 때문이다. 협상안은 '좋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북한 포기 핵 시설은 영변에 국한되고,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며, 미국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서 많은 것을
양보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둘 다 김정은과 협상하는 데 많은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줄 알면서도 협상안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평화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적대
행위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도 크다.
둘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협정 만료가 4주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50억달러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측이 현 협정을 1년
연장하자고 합의할 리도 없지만, 그런다 해도 트럼프는 이런 합의를 뒤집고 50억달러를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결국 협상은 연말에 결렬되면서
미국은 한국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한국은 미국이 "탐욕스럽다"고 말할 것이다.
셋째, 주한 미군을 보는 트럼프의 경멸적 시각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트럼프는 주한 미군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불필요하며, 동맹국이
미국의 관대함에 무임승차해 이득만 얻기 때문에 미국 국익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1990년 이후 114번이나 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다.
올겨울 한국에 닥칠 '퍼펙트 스톰'은
북핵 협상 타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그리고 그 결렬이
초래할 트럼프의 행보다. 특히 한국이 50억달러
중 일정액 이상은 낼 수 없다고 거절할 경우, 분노에 찬 트럼프는 자신의 30년 확신에 따라 주한 미군 축소나 완전 철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문가들에겐 터무니없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과 거래는 '좋은 친구'인 김정은과 맺은 '사상
최고의 거래'이고, 자신이 한반도의 전쟁을 끝냈으며, '감사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 미군을 위해 돈을 내지 않는 데다
한국에는 평화가 왔기 때문에 이제 미국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레 떠벌릴 것이다.
또 내년 대선 운동 땐 외국에 낭비되던 돈을 아꼈고 이 돈을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고 있거나 우호적인 한국 사람들은 미국 의회가 주한 미군 철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에 한국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있는 건 맞는다. 하지만
주한 미군 철수 비용에 대해 의회 승인을 얻도록 한 국방수권법(NDAA)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의원들은 내게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을 타결할 경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는 행동을 국방수권법 하나로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고, 미국의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전 한·미 관계라면 한국은 워싱턴에 있는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회의적이었던 모든 워싱턴 전문가를 한국 정부가 예외 없이 비판하면서, 한국이
기댈 만한 워싱턴의 선의는 거의 말라버렸다.
트럼프가 시리아의 쿠르드 동맹을 배신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
안보 지향적 공화당 의원들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 상원 의원 중에서 이런 든든한
후원자를 양성하는 데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랜드 폴 같은 상원 의원은 계속 트럼프 귀에 대고 "한국은 잘사는 나라이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한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나는 이런 결과를 정말 보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일차적 비난의 화살은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와, 그런 트럼프를 김정은과 협상하는 데 매달리게 한 문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엔 만신창이가 된 대미(對美) 동맹, 고장 난 한·일 관계만이 남을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계속 침범할 것이고 중국은 사드 문제로 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조선일보(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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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 낙마한 빅터 차
"트럼프·김정은 만남, 수퍼볼 시청률 누를 역대 최고 TV이벤트 될 것"
주한 美대사 낙마한 빅터 차, 10개월
만에 처음 입 열었다… 南北, 美北 회담 그리고…
-트럼프 거대 이벤트에 관심, "평화가 왔다"
승리선언 후 폼페이오 등에 일 맡길 것.. 협상은 자기 功… 그 후 잘못되면 부하 탓
-南北회담이
1차 관문, 文대통령 비핵화 주저땐 美·北회담 연기될 수도… 볼턴은 北제재완화 안해
-왜 낙마했나.. 지금도 그 이유 모르겠다… 백악관 맘이 왜 변했는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落馬)한 빅터 차(57)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를 지난 5일 워싱턴의 CSIS에서 만났다. 대사 낙마 이후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이다. 그는 "8개월 동안 어둠 속에서 지냈다"고 했다. 작년 5월 대사 내정 후 검증받는 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그에게 돌아온 건 올 1월 말 '내정 철회'였다. 그는 두 달 가까이 또 한 번 침묵의 시기를 보내고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지난 5일 워싱턴의 CSIS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과 회담은 역대 최고 방송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학자이자 전직 백악관
관료로서 북한 문제나 미·북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이야기할 땐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대사 낙마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적절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말을 멈췄다.
―오는 5~6월쯤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한다.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더 이상 외교적 방안을 쓸
수 없다. 만일 여기서 실패하면 군사행동 가능성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정상회담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이 회담이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첫 회담이 실패했다고 곧장 군사옵션으로 돌아가나. 두 번째 회담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실패를 싫어한다. 첫 시도에 실패하면 두 번째 시도를 할 리가 없다. 정상회담 실패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정상회담 성공이란 어떤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의 큰 관심을 받는 거대한 이벤트에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이
세상 어느 지도자를 만난들 김정은보다 더 큰 관심을 끌겠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만나도 그렇게는
안 된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미국에서 (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수퍼볼 경기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역대 최고 TV 이벤트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가 왔고, 새 시대가 됐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세부 사항은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지명자 등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다 잘못된다 해도 그건 트럼프 잘못이 아니다. 트럼프는 협상을
잘했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일을 잘못해서 망쳤다고 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미·북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문재인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비핵화를 논의할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문 대통령 반응이 낙관적이면 미·북 정상회담도 잘될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뭔가 주저하는
듯하면 미·북 정상회담은 연기될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기 전까지는 미·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될지 말하기 어렵다."
―초강경파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의 북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볼턴은 정상회담이나 호의적인 성명까지는 몰라도 제재 완화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해 세부 협상에 들어가면 어느 시점엔가 북한이 제재 완화를 요청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동의하겠지만 트럼프와 볼턴은 결코 제재를 중단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볼턴은 제재야말로 미국이 가진 최선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상대방에 대한 '지렛대'를 갖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김정은이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응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재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과
가까워지고 한·미를 이간질하고 미국의 관심을 군사행동 가능성으로부터 딴 데로 돌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미사일이나 핵무기)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나.
"트럼프가 평화협정에 서명을 해준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핵국가로 인정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핵국가로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평화협정으로 안전 보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아마 상호 핵 억지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유일하게 안전을 보장하는 길로 한발 더 가까이 가려 할 것이다. 미국의 역대 모든 대통령이 '노(no)'라고
할 일을, 트럼프는 '예스(yes)'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기존 대통령들과 너무 다르니까 북한은 거기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검증까지 마친 후 지명 직전에 낙마한
후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지난해 5월 백악관과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으로부터 주한 미 대사 제의를 받았다. 그 후 8개월 동안 엄청나게 세밀한 검증을 거쳤다. 보통 검증 끝나고 아그레망 받으면 금방 공식 지명이 이뤄진다. 그런데
계속 지명이 미뤄지길래 뭔가 잘 안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말 백악관에서 철회 통보를 받았다."
―미국 정부의 공직자 검증 시스템이 매우 엄격하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검증은 정말 엄청나게 세밀한 과정까지 파고들어 가는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그 사람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지난 15년 동안 했던 모든 해외여행을 서류로 증명해야 했다. 여권, 비행기표, 초청장
등을 다 찾아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낙마한 이유가 제한적인 대북 군사작전을 뜻하는 '코피 작전'이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진짜 이유가 뭔가.
"백악관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결정했다가 마음이 변한 거다. 지명을 기다리는 동안 각 부처와 포괄적인 정책 논의를 하면서 전문가로서 여러 의견을 냈다. 나는 전문가로서 발탁됐으니 질문을 받으면 견해를 밝힌다. 의회
청문회나 비공개 장소에서 했던 발언 때문에 낙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워싱턴=강인선 지국장, 조선일보(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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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반도 경시하면 항상 비싼대가 치러"
[빅터차 美하원에 서면자료]
1905년 日지배 동의… 결국 태평양 전쟁
1950년 애치슨선언… 북한의 남침 불러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는 11일(현지 시각) "미국이 역사상 한반도를 경시하거나 별다른 정보 없이 한반도 정책을 결정했을 경우 역풍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이면 그때마다 더 큰 희생을 내는 전쟁 등으로 비싼 대가를 치렀어야 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이날 미 하원에서 열린 '북한의 외교적 술수, 역사는 반복되는가'란 주제의 청문회 서면 자료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실수할 여유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1905년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에 동의했지만 이는 미국과 한국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일본 제국주의가
발호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하게 됐다. 그는
"1950년 1월 한국이 미국의 방위선 밖에 있다는 '애치슨 선언'이 나오자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아 남침을
했다"며 "1950년 가을에 우리가 38선 이북으로 진격하면서 중국과의 유혈 전쟁이란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비핵화를 위한)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그런 (성급한) 결정을 하면 수만명 미국인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논의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 등에서 최대한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것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조선일보(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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