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과 무지는 동전의 양면”]
[문재인 정부의 3가지 '확증 편향']
“확신과 무지는 동전의 양면”
트럼프 행정부와 일전을 치르고 있는 하버드대의 졸업식. 연단에 오른 앨런 가버 총장은 “절대적 확신과 의도적 무지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그 동전은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헤아릴 수 없는 대가가 따른다”고 했다. 미국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절대적 확신을 갖고, 유학생과 이민자들이 미국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해왔는지 모른 척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잘못된 확신은 진정한 잠재력을 앗아간다”고도 했다.
▷맹목적 확신에 빠진 사람은 현실을 자신의 믿음에 맞게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확증 편향의 덫에 그렇게 빠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유학생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미 명문대에 유학생이 너무 많아 미국 학생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댄 것도 미중 경쟁에서 고전하는 현 상황의 핑계를 엉뚱한 데서 찾은 것이다. 가버 총장은 “세상은 ‘편안한 사고’를 하라고 우리를 유혹한다”는 말로 이 문제를 꼬집었다. “자신의 가정은 정당하고, 주장은 진실하며, 의견과 관점은 타당하다고 쉽게 믿게 만드는 사고의 습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개방성이 무너지면 ‘편안한 사고’에 잠식되기 쉽다. 하버드대를 포함한 미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에게 포용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번영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최고의 인재들이 자유롭고 차별 없는 연구 환경에서 혁신을 일궈낸 결과인데 이 성공 모델이 ‘반유대주의’를 명분 삼은 트럼프의 횡포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버드대는 트럼프의 연방 자금 지원 중단에 이은 외국인 유학생 등록 금지 결정을 막아달라며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외국인 유학생이 없는 하버드대는 하버드가 아니다’라고 썼다. 미국 역사보다 오래된 하버드대가 미국의 퇴행을 막는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절대적 확신과 의도적 무지는 실패하는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다. “나만 옳다는 생각에 몰두하다 보면 실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겸손, 공감, 관대함, 통찰을 잃고 만다”는 가버 총장의 말대로 더 좋은 리더가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라는 정치적 폭주를 감행한 것도 그런 사례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밖엔 답이 없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자신의 실정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선 애써 귀를 닫은 결과였다. 그런 지도자를 겪고 나서 치른 이번 대선 역시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얼룩졌다. 반성과 성찰 없는 확신의 정치를 멈춰 세우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몸살을 앓게 될 수 있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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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3가지 '확증 편향'
2년 차 높은 지지율 믿고 검증된 對北 경험까지 외면
경제는 포퓰리즘 정책만 남발 "나만 옳다"… 파시즘적 반응도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다. 5년 가운데 1년이니 아직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정권의 첫 1년은 나머지 4년보다도 더 중요한 법이다. 문재인 정부 1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후(厚)한 편이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는 80%를 넘어서기도 했던 지지율은 여전히 70%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41.1%)과 수치로만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1년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배경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전(前) 정권의 완전한 붕괴 위에 세워진 정부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이어진 '적폐청산(積弊淸算)' 작업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不通)에 실망한 국민에게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둘째는 내외적으로 밑바닥 민심을 흔들만한 악재(惡材)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적 경기(景氣) 호조 속에서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이 별로 돌출하지 않았고 올 들어서는 남북 화해 무드의 빛에 가려 다른 모든 문제가 시야(視野)에서 사라지는 '착시(錯視)'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행운이 문재인 정부의 '확증 편향(確證 偏向)'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걱정스럽다. '확증 편향'이란 심리학적 용어로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뜻한다.
오랫동안 TV 뉴스를 진행해 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권력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을 때와 그 정반대인 경우 모두 이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심이 완전히 떠나가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믿은 박근혜 정부 말기와 지금 정치 상황은 정반대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 생각으로는 문재인 정부 역시 '확증 편향'에 빠진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첫째가 '남북 관계에 대한 확증 편향'이다.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조바심이 지나친 나머지 과거 오랫동안 축적되고 검증된 북한에 대한 경험까지도 외면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경제에 대한 확증 편향'도 뚜렷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그리고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화가 불러온 경제 현장의 아우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최악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냉정한 진단은 외면한 채 연일 '포퓰리즘' 대책만 쏟아내는 것 역시 '우리 생각이 틀렸을 리 없다'는 '확증 편향'의 결과로 보인다.
셋째는 '정의(正義)에 대한 확증 편향'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며 따라서 이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촛불 정신에 반한다는 확신이 너무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은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한 여권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 문제는 여야(與野)를 떠나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을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단지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경수 전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까지 무차별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믿고 있는 것과 다른 그 어떤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파시즘'적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성공하려는 정치인과 정치 집단이 갖춰야 할 덕목(德目)은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열린 자세'라고 한다. 정권을 잡은 경우라면 이 덕목은 더욱 중요해진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확증 편향'에 빠져 이 중요한 기본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조선일보(1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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