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1000만원과 아파트 담보 대출 5000만원으로
서울 신길동에 식당을 차린 김창호씨는 14년 전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난생처음 시위에 참가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 회원 3만여 명이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솥단지 시위'였다. 밥 파는 식당 주인들이 솥단지가 필요 없다고 내던졌다. 김씨는 "우리 식구 먹고살게 해달라"고 소리 지르다 목이
쉬었다. 그해 경기는 최악이었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1년 내내 나오던 시절이었다.
▶3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들 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가 며칠 전 "이대로는 장사 더 못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소득주도성장' 한다면서 올해 16%나 올린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턱없이 올리면 더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들은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나를 잡아가라"고 나섰다.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결코 가볍지 않다. 그걸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불복종 운동은 혁명·투쟁과 다르지만 그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힘없는 약자들이 권력의 명령과 지시를 어기고 처벌을 버텨내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간다.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 무저항의 불복종 운동으로 인도 독립을 이룩했다. 미국 독립전쟁은 영국 의회가 "모든 종이에 3페니의 인지를 붙여야 한다"는 법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세금 불복종 투쟁이 미국 독립으로 이어졌다.
▶미국 흑인운동도 1955년 버스의 흑백 차별 좌석 규정에 저항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의
불복종이 기폭제였다. 캐나다는 올 연말쯤 찍어낼 10달러
신권에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비올라 데스몬드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로자 파크스보다 10년 앞서 1946년 극장의 백인 전용 좌석제에 불복종한 여성인데
뒤늦게 조명을 받게 됐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도 되고, 그에 따른 인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공무원 불복종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최저임금은 지킬 수 없는 명령과 다른가, 같은가.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불복종에 나서면 뭐라고 할 텐가. 편의점 주인, 식당
주인이 무슨 대단한 자본가라고 이렇게 몰아세우나. 그들의 불복종 예고는 골목 어귀에 밤늦도록 불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는 자기들 심정을 알아달라고 외치는 절규로 들린다.
-이진석 논설위원, 조선일보(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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