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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가 원래 1988년?] 틀렸습니다

뚝섬 2018. 7. 22. 05:05

1955년은 '단기 4288'

 

"어디서 쌍팔년도 적 얘기를 하고 있어?"라고 누군가 지적한다면 필시 '구닥다리 옛날 스타일'이란 핀잔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엔 없지만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 중 하나가 '쌍팔년도'. 사람들은 대부분 '쌍팔년도' '서기 1988'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1970
년대 잠시 신흥 재벌로 떠올랐던 기업인 중 제세산업이창우씨가 있다. 그가 1981년에 내 베스트셀러가 됐던 회고록 '옛날 옛날 한옛날'(두레)을 보면 '쌍팔년도 국민학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게 무슨 얘긴가? 책을 낸 1981년엔 '미래'였을 1988년이 과거를 회상하는 대목에 등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와 비슷한 사례들 때문에 '쌍팔년도란 1988년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짐작한 일부에서는 '8×864이니 쌍팔년도는 1964'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946년생인 이씨가 1964년에 국민학생이었을 리 없다. 


 1955년 발행된 광복 10주년 기념우표의 소형 시트. ‘단기 4288년’이라고 쓰여 있다.

 

신상웅 단편소설 '음모'(1977)에도 '쌍팔년도'의 단서가 나온다. 소설 속 한 인물이 '쌍팔년도엔 한가락 했다'고 하자, 다른 사람이 '자유당한테 내리 낙선만 하셨겠군'이라고 받는다. 여기서 '쌍팔년도'란 자유당이 여당이던 제1공화국 시절, 1950년대의 어느 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마리는 연호(年號)에 있었다. 우리는 지금 서기(西紀)를 쓰지만 그건 5·16 다음해인 1962년부터였고, 그 이전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연호는 '단군기원'의 준말인 단기(檀紀)였다. 조선 초 서거정의 '동국통감'에서 고조선 건국 연도로 계산한 기원전 2333년이 단기 1년이니 서기 1955년은 단기 4288이 된다. 이것이 바로 '쌍팔년도'의 정체였던 것이다. 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5달러였던 최빈국 시절이다
.

세월이 흐르면서 '쌍팔년도'는 한동안 잊혔다가 1988년을 지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1990년대 중반쯤부터 그 격한 발음과 함께 다시 부활한다. 이번엔 '서기 1988'이란 뜻으로다. 아직 해외여행이 금지돼 있었고 휴대전화는 물론 컴퓨터를 가진 사람도 거의 없던 아날로그 시절의 향수가 그 위에 겹쳤다. 분명한 건 애초 이 단어가 품은 뜻이 88올림픽과는 무관했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1988년 서울올림픽 30주년이자 단기 4351년이다.

 

-유석재 기자, 조선일보(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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