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더위, 한국의 기회?]
[에어컨 없는 유럽]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에어컨 자주 껐다 켜면 오히려 '전기료 폭탄']
영국의 더위, 한국의 기회?

1999년 완공된 후 런던의 명물로 자리잡은 초대형 회전 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
영국 날씨가 우울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1년 내내 흐리고 비가 오며 여름이 없다는 영국 날씨에 대한 비난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올봄은 역대 최악 가뭄을 기록했고 여름 또한 예년보다 훨씬 더웠다. 영국인들도 이제 35도 또는 그 이상 고온이 며칠씩 지속되는 간헐적 폭염에 익숙해지고 있다.
찜통과 같은 여름 날씨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35도는 그다지 덥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북쪽에 있는 영국의 여름은 해가 무척 길다. 오전 4시 30분쯤 해가 뜨면 오후 4시쯤까지 사정없이 햇볕이 내리쬐다 오후 10시가 지나서야 해가 진다.
또 다른 문제는 영국 주택은 더위가 아니라 추위를 막으려 설계됐다는 점이다. 영국 집의 벽과 지붕은 단열재로 꽉 채워져 있고 침실에는 일반적으로 카펫이 깔려 있다. 겨울 난방비를 줄일 수 있도록 내부 열기를 가두게끔 만든 것이다. 그래서 폭염 때 카펫과 단열재로 둘러싸인 영국 집은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한국 여름이 숨 막히게 덥긴 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더위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에어컨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외벽이나 베란다에 가지런히 설치한 실외기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최근까지도 에어컨을 설치한 주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첫째, 이제껏 영국은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은 날씨였고, 둘째로는 오래된 영국 주택에 실외기를 깔끔하게 설치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 등에서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사용되는 실외기 덮개. /Amazon
올해 처음으로 나는 영국의 우리 동네 몇몇 집에서 에어컨을 설치한 것을 보았다. 멋진 정원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려 서둘러 그럴싸한 나무 덮개를 만들어 실외기를 가리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 에어컨은 대부분이 한국 제품이었다. 비 많고 추운 날씨로 유명한 영국이 에어컨을 생산하는 한국 가전 회사에게 새로운 시장으로 뜰지도 모르겠다.
Could Britain’s Increasingly Hot Summers Boost the Korean Economy?
-런던=팀 알퍼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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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는 유럽

8월 초에 런던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쾌적한 공항과 달리 지하철을 타자마자 숨이 막혔다. 에어컨 고장이냐고 옆자리 청년에게 물어보자 그가 이마의 땀을 훔친다. “에어컨은 사치품 아닌가요? 런던 지하철엔 원래 에어컨이 없어요.” 확인해 보니 지하 터널이 좁고 깊어 열 배출과 환기가 어려워 대부분 구간에서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가정집에도 에어컨이 없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금도 영국 주택의 에어컨 설치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다.
▶작년 여름 파리 올림픽의 구호 중 하나는 ‘에어컨 없는 올림픽’이었다. 환경이 명분이다. 파리 시장은 “선수들의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생존을 더 많이 고민한다”고 했다. 하지만 40도 넘는 폭염으로 선수들이 쓰러지자, 미국·호주 등 부유한 국가들은 자체 비용을 들여 선수들 숙소에 휴대용 에어컨을 들여왔다. 가난한 나라들은 ‘불평등’이라고 항의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에어컨을 ‘에너지 낭비이자 미국식 사치품’으로 여겼다. 환경을 내세우며 에어컨을 ‘기후 악당’ 취급한 것이다. 실제로는 온화하고 습기가 적은 지역이 많아 여름에도 그다지 에어컨이 필요하지 않았던 게 근본 이유다. 이탈리아처럼 전기료가 비싼 나라에선 경제적 이유도 한몫했다. 지금도 영국의 건축 규정은 에어컨을 설치하기 전에 창문 배치 개선 등 수동식 냉방 방안을 먼저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폭염이 유럽에 잦아지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만 열사병 등으로 50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그런데도 에어컨 설치를 두고 유럽은 여전히 좌우가 싸운다. 프랑스 국민연합이 최근 ‘공공기관 에어컨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자 녹색당은 도시 녹지 확대와 건물 단열 개선이 먼저라고 반대했다. 프랑스 좌파 신문은 “에어컨은 환경 괴물”이라고 했다. 한국의 한 유명 철학자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냉장고를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괴물’로 비난한 적이 있다. 냉장고만 없다면 사람들이 식품을 적당량만 살 것이고, 그러면 생태·환경·공동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신이 한여름에 그렇게 한 달만 밥 해 먹으며 살아보라”는 주부들의 말에 그는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올여름 에어컨 고장과 수리 지연으로 열흘 동안 에어컨 없이 살아봤다. 환경 괴물도 기후 악당도 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35도 넘는 폭염은 그런 말들을 다 부질없는 언어유희로 만든다. ‘환경’이나 ‘기후’도 도가 넘으면 괴물, 악당이 된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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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숨 막히는 열대야, 밤이 두렵다
23일 오후 8시 서울 을지로 일대 술집들의 야외 탁자는 한산했다. 10석 중 1석 차는 수준이다. 원래 여름철이면 퇴근한 직장인들이 파라솔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앉아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던 곳이었다.
골뱅이 무침을 파는 을지로의 한 맥줏집은 지난 17일부터 야외 영업을 중단했다. 열대야 때문에 야외 영업을 중단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 식당 종업원은 "열대야가 심해 야외 탁자에 앉는 손님이 없다"며 "더위가 한풀 꺾인 다음에 야외 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이 무더위로 펄펄 끓고 있다. 특히 밤사이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23일 오전 6시 기준 강릉(31.1도), 서울 (29.2도), 울릉도(29.2도), 수원(28.2도), 울진(29.3도) 등이 111년 관측 사상 가장 더운 아침을 맞이했다. 특히 강릉에서는 밤사이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超)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014년 8월 8일 강릉에서 발생한 관측 사상 유일한 초열대야(당시 기온 30.9도) 기온을 경신하는 기록이다.
열대야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튼 실내로 몰려들고 있다. 서울 잠실의 한 실내 골프 연습장은 오후 11시까지였던 영업시간을 4시간 더 늘려 오전 3시까지 문을 연다. 직원 김모(30)씨는 "잠을 못 잘 바에 에어컨 바람 맞으며 골프를 하는 게 좋다는 손님이 많다"며 "손님이 늘어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을 더 뽑았다"고 말했다.
노인들도 경로당 등 에어컨이 있는 무더위쉼터를 찾고 있다. 일부 경로당은 오후 6시까지였던 운영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연장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2동 경로당 김용진 부회장은 "경로당 회원 85명 중에서 20여 명은 요즘 오후 9시까지 매일 경로당에 남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위로 밤잠을 포기한 일부 사람은 "운동이라도 하자"며 한강변으로 나오고 있다. 평소 아침운동을 했지만 아침 기온이 높자 몇 도라도 온도가 낮은 밤에 나온 사람도 있다. 자전거 동호회 게시판에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한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늘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반면 아침 일찍 등교하고 출근해야 하는 일부 대학생·직장인은 열대야를 이기려 수면 유도제를 먹기도 한다. 대학원생 김수연(25)씨는 "열대야 때문에 생활 리듬이 깨져 외국 여행 때 상비약으로 사뒀던 '멜라토닌' 성분이 들어간 수면 유도제를 한 알씩 먹어야 잠이 온다"고 했다.
23일 낮 기온 역시 전날보다 올랐다. 경북 영천(38도), 경주(38도), 대구(37.9도), 의성(37.9도), 합천(37.3도) 등이 37도를 넘는 낮 최고기온을 보였다. 서울은 35.7도를 기록했다. 자동 기상 관측 장비(AWS) 기록으로는 경북 경산(하양읍)이 39.9도를 기록해 40도에 육박했다.
코레일은 이날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오송역 구간에서 시속 300㎞로 달리던 고속열차(KTX)를 시속 70㎞ 이하로 운행했다. 폭염으로 이 구간 선로 온도가 오후 3시 14분 61.4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더위 때문에 속도 제한을 한 것은 KTX 개통 이래 처음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린 폭염특보는 24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서울 36도, 대구 37도, 광주 36도, 강릉 35도 등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이날 발표한 향후 3개월 장기 예보에서 오는 8월의 기온이 평년과 같거나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더위가 빨리 시작했다고 해서 빨리 물러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9월에는 점차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으며 일시적으로 저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현재 필리핀 해상에서 11호 태풍이 발달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지금처럼 한반도가 강한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권 안에 있으면 태풍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해수면 온도 하강, 티베트 고온 저하 등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일러도 8월 중반까지 지금과 같은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윤동빈 기자/김효인 기자/이승규 인턴기자(경북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조선일보(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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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자주 껐다 켜면 오히려 '전기료 폭탄'
2010년 이후 보급된 인버터형, 온도에 따라 속도 조절로 절전… 같은 시간이면 계속 켜는게 좋아

폭염(暴炎) 속에 에어컨을 켜고 싶어도 전기요금이 무섭다. 많은 가정에서 에어컨을 잠깐 켰다가 끄고 더워지면 다시 켜는 식으로 이용하지만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4시간 정도는 오히려 그냥 계속 켜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단, 에어컨이 자동 절전 기능을 내장한 인버터 에어컨이어야 한다.
LG전자는 최근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18평형 인버터 에어컨으로 시간별 전력 소모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실내온도 33도, 희망온도는 26도로 설정했다. 그 결과, 에어컨을 켠 뒤 첫 1시간의 전력 소모는 0.8kWh(시간당 킬로와트)였다. 희망온도(26도)에 도달한 이후 에어컨의 추가 1시간 전력 소모는 절반(0.4kWh)으로 확 줄었다.
즉 처음 1시간 동안 에어컨을 가동하고 1시간 동안 껐다가 실내 기온이 올라간 뒤 1시간을 다시 가동했더니 총 2시간 가동에 전력 소모량이 1.6kWh로 나타난 것이다. 에어컨을 3시간 동안 연속으로 켜놓고 있는 것과 전력 소모량(0.8+0.4+0.4kWh)이 같은 것이다. 더워진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보다는 차가운 현재 온도를 유지하는 데 드는 전력 소모량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깐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외출할 때에는 에어컨을 켜두는 게 낫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실험처럼 1시간 단위로 켜고 끈 게 아니라 더 빈번하게 조작했다면 전력 소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삼성전자·LG전자·캐리어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출시한 인버터 에어컨의 절전 기능 덕분이다. 구형 정속(定速)형 에어컨은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압축기)가 일정한 속도로 돈다. 희망 온도가 되면 컴프레서가 가동을 멈췄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재가동된다. 운전과 정지를 반복해 전력 소모가 많다. 반면 인버터는 실내가 더울 때는 고속으로, 희망 온도가 되면 저속으로 컴프레서의 속도를 조절해 전기료를 최대 30%가량 줄인다. 에어컨이나 실외기에 '인버터'라고 표시돼 있는지 확인하거나 제조사 고객센터에 모델명으로 문의하면 인버터 탑재 여부를 알려준다.
-박순찬 기자, 조선일보(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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