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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냥 안 죽어!” 영화 ‘아수라’를 본 뒤 이재명 지사가 두려워졌다] ....

뚝섬 2021. 9. 26. 07:24

[“나, 그냥 안 죽어!” 영화 ‘아수라’를 본 뒤 이재명 지사가 두려워졌다]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해야 했어요]

 

 

 

 

“나, 그냥 안 죽어!” 영화 ‘아수라’를 본 뒤 이재명 지사가 두려워졌다

 

[서민의 문파타파]

 

일러스트=유현호

 

“멀쩡하게 일 잘하는 시장, 왜 이렇게 쫓아내려고 하는지 참 이해가 안 간다니까.”

 

안남시장 박성배 (황정민 분)는 자신이 추진하는 뉴타운 개발을 시의원들이 반대한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시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개발위원회가 8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계획안에 찬성해 놓고, 뒤로는 경기도에 사업인가 취소를 건의한 이가 바로 박시장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역공을 펼친다. 당신들이 짠 계획안이란 게 특정 세력이 이익을 독점하도록 “와꾸 짠 것” 아니냐고. 말싸움이 거세지자 박 시장은 폭력적인 행동으로 좌중을 제압하고, 회의는 그대로 끝난다. 영화 <아수라>의 한 장면이다.

 

픽션에 불과한 영화건만, 이걸 다큐라고 믿는 극렬분자들이 참으로 많다. 안남시는 성남시의 은유고, 박 시장은 이재명 지사를 묘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지나친 갖다 붙이기다. 영화 속 박 시장은 마이크로 책상을 수 차례 내려쳐 반대파의 귀를 먹먹하게 했지만, 현실의 이 지사는 전혀 그런 분이 아니지 않은가. 경기지사 당선 뒤 JTBC가 불편한 질문을 했을 때 이어폰이 안 들려 인터뷰가 중단된 것은 이 지사 책임이 아니며, 질문 태도가 글러먹은 여성 기자에게 이 지사가 마이크를 손으로 잡아내리며 “질문이 아주 악의적으로 들리네”라고 한 것은 그녀가 더 큰 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한 것이었다. 또한 지사님의 가족 간 대화를 녹취한 파일이 마치 폭력성의 증거인 양 반대자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던데, 따지고 보면 그것 역시 형님 부부가 잘 되라는 취지에서 한 말에 불과하다. 난 차마 못 듣겠어서 중간에 껐지만, 가족끼리 쓴소리를 하다보면 말이 격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가족 중 훈육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한번 듣고 그대로 따라해 보시라. 효과 직빵이다.

 

요즘 화제가 되는 대장동 개발사건도 영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의 박 시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안남시가 진행해온 계획을 취소한 뒤 자기 식대로 밀어붙이지만, 현실의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이 개발이익을 독점하려는 음모를 미리 알아채고 민관이 같이 사업을 하고, 이익도 나누도록 판을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해당 사업은 성남시가 배당금 1800여억원을 비롯해 무려 5천500억이 넘는 이익을 챙긴 모범사례가 됐다! 민간업자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배당금만 4000억원을 가져갔고, 아파트 분양 등으로 수천억을 더 벌게 됐지만, 이걸 가지고 이 지사가 마치 특정세력에게 유리하게 일을 꾸몄다고 비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첫 번째, 이번 사업의 리스크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하겠다는 업체가 없어서 경쟁률이 183대 1에 불과할 정도였는데, 사업 실패시 곧바로 신용불량자가 될 민간업자들을 유인하려면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는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 상식만큼은 거스르지 말자.

두 번째, 화천대유 등이 생각보다 많은 수익을 챙긴 건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대성공을 거둔 덕이었다. 만일 지금이 박근혜 정권 때처럼 부동산 불황기였다면, 민간업자들은 잘해야 1000억 정도의 돈을 움켜쥔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니 민간의 높은 수익은 문 대통령의 능력을 칭송할 일이지, 이 지사를 비난할 이유는 못 된다.

 

세 번째, 화천대유에는 국민의힘 의원이자 검사 출신인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근무했다. 그것도 회사가 만들어진 해부터 7년 간이나. 이런 이를 우리는 실세라고 부른다. 화천대유 등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입사했고, 월급 250만원을 받는 직원에 불과했다지만, 중요한 건 기간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10년, 20년 근속자에게 상을 주는 것도 그만큼 근무했으면 ‘너도 실세다’ 라는 뜻. 이재명 지사가 이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넷째, 영화 속에서 반대파 시의원인 태 사장은 박 시장의 막말에 자기 동료들이 항의하자 이렇게 대응한다. “그만그만! 다들 나갑시다. 더 들을 말도 없고.” 형식적으로는 박 시장에게 대항하는 것 같지만,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그에게 동조하는 이가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태 사장은 사실 박 시장과 한통속이었으며, 오히려 그에게 정치자금을 대주던 자금줄이었다. 현실의 이 지사는 어떨까. 화천대유 사장은 협상 당시 성남시가 수익을 920억 더 가져가겠다는 이 지사에게 ‘공산당’이라고 욕을 했다. 우리 사회에서 공산당은 거의 최상위급 막말이라, 진정성이 있다. 훗날 화천대유가 큰 이익을 봤다고 해서 그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 말고도 영화 <아수라>는 현실의 성남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박 시장은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목격한 증인을 필리핀으로 보내 청부살인하지만, 이 지사에겐 고작 자신의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될 뿐이다. 또한 박 시장은 자신의 범죄혐의를 집요하게 쫓는 김 검사(곽도원 분)를 돈으로 회유하는데, 너무 작게 얘기해 제대로 듣진 못했지만 최소 50억은 약속한 것 같다.

 

현실은 어떨까.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냄으로써 그가 지사직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권순일 전 대법관은 총 직원이 다섯 명에 불과한 화천대유의 고문 자리를 얻는 데 그쳤다. 그리고 화천대유 대표는 이 지사와 전혀 모르는 사이인지라 대가성도 없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박시장의 비서로 나오는 은 실장이 현 성남시장 은수미라는 주장을 보자. 은 실장은 남자고 은수미 시장은 여성, 게다가 차에서 떠밀려 죽은 은 실장과 달리 은 시장은 건강한 몸으로 여러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있으니, 영화와 완전히 정반대다. 내가 <아수라>를 현실성 없는 픽션으로 치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하나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갑자기 이 지사가 두려워졌다! 심지어 영화 말미에 나오는 황정민의 대사, “이 박성배, 그냥 안 죽어!”도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영화와 현실은 엄연히 다른데, 대체 왜 이 지사가 무서워진 걸까? 이게 나만의 일이 아니어서, 이러다간 <아수라>에 재생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권한다. <아수라> 한 번씩 보세요. 현실과 1도 관련 없습니다.

 

-조선일보(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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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낫다는 걸 증명해야 했어요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영화 '북스마트'(2021).

 

고등학교 졸업을 하루 앞둔 에이미와 몰리. 둘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솔메이트로 학교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다. 둘 다 고교 시절 내내 한눈 한번 팔지 않고 공부한 끝에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 입학을 확정해 둔 상태다. 몰리는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그런데 졸업 전날, 하루도 놀지 않고 공부했던 게 세상 억울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영화 ‘북스마트(Booksmart∙2021)’의 한 장면이다.

 

의기양양하게 고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몰리는 우연히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언쟁이 붙는다. 당연히 놀기만 한 것처럼 보였던 친구들은 좋지 않은 대학을 가거나 대학을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들 몰리보다도 좋은 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놀 건 다 놀면서도 명문대에 진학한 친구들. 몰리는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 억울하고 한심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몰리는 에이미와 함께 그날 저녁 광란의 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걔들이 4년 논 거 우린 하루에 따라잡자!”(What took them four years, we are doing in one night!) 밤새 파티를 쫓아다니며 그동안의 억울함을 터뜨리는 에이미와 몰리. 몰리는 밤새 그동안 대화해본 적 없는 친구들과 진심을 나누면서 자기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닫는다.

 

온갖 해프닝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식에 참석한 두 사람. 몰리는 연단에 올라 졸업 연설을 시작한다. 저는 여러분이 두려워서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해야 했어요.”(I was so scared of you… I had to prove that I was better than you) 몰리는 그저 친구보다 앞서가려는 조급함에 쫓기며 보낸 고교 시절이 후회스럽지만 결국은 이렇게 웃으며 인사할 줄 알게 되었다. “파티가 끝난 건 슬프지만 그래도 참 즐거웠죠?”(This party’s over… and that’s so sad. It was great, wasn’t it?)

 

-황석희 영화번역가, 조선일보(2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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