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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가이(Wife Guy)] [젊은 기부]

뚝섬 2025. 8. 15. 06:45

[와이프 가이(Wife Guy)]

[젊은 기부]

 

 

 

와이프 가이(Wife Guy)

 

피에르 퀴리는 ‘존경받는 남편상’으로 꼽힌다. 그의 아내는 여성으로 처음 노벨상을 받은 마리 퀴리(1867~1934). 원소 라듐 발견으로 부부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금속 라듐을 분리해 낸 공로로 마리 혼자 노벨화학상을 또 받았다. 당초 피에르는 여성을 하대하던 당시 분위기에서 단독 수상할 뻔했다고 한다. 피에르가 아내의 실력과 업적을 강조하는 편지를 노벨위원회에 보내 공동 수상을 관철한 일은 유명하다.

 

▶반대 사례도 있다. 아내를 존중하거나 지원하기보다 장식품처럼 여기는 태도다. 흔히 ‘트로피 와이프’로 부른다. 성공한 중년 남성이 새로 얻은 어리고 아름다운 아내를 경멸하듯 일컫는 표현이다. 마치 부상으로 트로피를 거머쥐듯 보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20년 전 현 영부인 멜라니아와 결혼할 때 그의 나이 60세, 그녀는 35세였다. 세 번째인 지금 부인도 모델 출신이지만, 첫째·둘째 부인도 모델과 배우였다.

 

▶최근에는 메타의 저커버그 CEO가 아내에게 보인 과잉 애정이 화제가 됐다. 그의 아내는 하버드대 동창인 중국계 소아과 의사 프리실라 챈. 캘리포니아의 팰로앨토로 이사한 뒤 돈을 시세의 두세 배 주고 주변 집 11채를 사들여 아내를 위한 왕국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자택 정원에 설치한 2m 높이 아내 동상도 입방아에 올랐다. 저커버그는 소셜미디어에 “아내의 조각상을 만드는 로마 시대 전통을 따랐다”고 자랑했지만 “섬뜩하고 기괴” “영화 ‘아바타’ 캐릭터냐” 등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외신은 저커버그에게 ‘와이프 가이’라는 표현을 썼다. 단순히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 아니라,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과하게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남성을 일컫는 영미권 신조어다. 우리말에도 애처가·공처가가 있지만,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두려워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단지 로맨틱한 감정 표현에 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은 남자들의 과시 트렌드라는 것이다.

 

▶초기에는 와이프 가이도 여성을 자신 성공의 원천이자 동료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자기 마케팅에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세다. 특히 온라인에서 그렇게 아내 자랑을 일삼던 몇몇 유명 남성이 동시에 불륜을 저지렀다는 사실이 밝혀져 조롱 대상이 됐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결혼 생활의 열쇠는 진심과 꾸준한 상호 존중에 있을 것이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천이 늘 어렵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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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부

 

한 해 기부금 총액이 460조원 넘는 미국은 기부 천국이다. 중·장년 기업인이 오랫동안 미국의 기부 문화를 이끌어 왔으나, 실리콘밸리의 젊은 거부(巨富)들이 등장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40대에 시작해 20년간 36조원을 기부한 빌 게이츠는 변치 않는 기부왕이다. 작년에만 2조원 넘게 기부한 서른네 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위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와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아널드 역시 30대 때부터 기부자 상위 10위권을 지켜왔다.

▶연간 기부액이 12조원대에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는 사람들의 기부 참여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기부참여지수는 세계 139개국 중 62위로, 2013년보다 17계단이나 낮아졌다. 경제는 발전하는데 기부는 후퇴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도 작년부터 증가 추세가 약해지고 있다. 
 

 

▶'기부 빈국'의 오명을 젊은 기부자들이 벗게 해줄 모양이다. 엊그제 신문에 아너 소사이어티에 새로 가입한 스물여섯 살의 회사 대표가 소개됐다. 1인 회사를 세워 연 매출 2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웠다. 이 청년은 "사실 기부는 내가 하고픈 일 순위 중 하위권에 있었다"며 "자꾸 미루다간 죽기 직전에야 할 것 같아 일찍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2010년만 해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20~30대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이듬해 한 명씩 생겨났고 작년 25명, 올해 22명이 1억원을 기부해 신규 가입자의 11%에 달했다. 이 가운데는 경북 안동소방서에서 일하는 서른 살짜리 쌍둥이 소방관 형제도 있었다. 작년 첫 월급 160만원 전액을 내놓고 앞으로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사람들이 기부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가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데, 그 말이 무색해진다.

▶젊은 기부자들의 특징은 이른바 '금수저'가 아니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기부를 한다는 데 있다. 기부를 자랑하지도 않지만 애써 숨기지도 않는다. 20대 때 '평생 1조원 기부' 서약을 한 윌리엄 맥어스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올해 서른한 살이다. 그는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느니 투자회사에 취직해 수입의 10%를 기부하라"고 주장한다. 기부라고 하면 '얼굴 없는 천사'나 평생 모은 쌈짓돈을 "못 배운 게 한이 돼서" 대학에 내놓는 노인을 떠올리는 세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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