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의 死因]
[할리우드 스타 샌드라 오]
이소룡의 死因

1940년 11월 27일 나는 할리우드에 있다. 오늘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도가(武道家)이자 액션 영화 배우 이소룡(Bruce Lee)이 태어났다. 그는 내년 3월 즈음 부모의 본거주지 홍콩으로 이주해 자란다. 이소룡은 어머니가 중국인과 영국인(유럽계 유대인)의 혼혈인지라 완전한 동양인은 아니었고, 아버지는 유명한 광동 오페라 배우였다.
1959년에 혼자 미국으로 건너간 이소룡은 작은 배역들을 전전하다가, 홍콩으로 되돌아와 스타가 된 뒤, 미국에 역진출하여 20세기는 물론 시대를 초월하는 수퍼 아이콘이 된다. 2003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 Vol.1′에서 주연배우 우마 서먼은, 이소룡의 1979년 유작 ‘사망유희’에서 그가 입고 싸우는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오마주한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듯 이소룡의 본질이 중국적이거나 동양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동양과 서양은 물론 온갖 것들의 ‘퓨전(fusion)’이었다. 그 시절 서양에서 ‘대중문화로서’ 통한 이유다. 이는 ‘절권도(截拳道)’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영춘권, 홍가권, 공력권, 태권도, 가라테, 말레이시아 권법, 유도, 사바트, 펜싱과 복싱, 레슬링까지 융합해 무형식의 형식 같은 프리스타일의 마셜 아츠(Martial Arts)를 창시했다.
수퍼스타의 죽음이 자주 그러하듯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과 음모론이 여럿 된다. 무명 시절 성룡(Jackie Chan)은 이소룡의 영화에 엑스트라와 스턴트맨이었는데, 이소룡이 죽기 며칠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의 얼굴이 너무 고독해 보였다는 얘기를 어느 인터뷰에서 한 기억이 난다. 극도로 유명해진 사람, 남이 부러워하는 걸 다 가진 사람의 내면은 모래바다 같은 사막일 수 있고, 어쩌면 그게 그의 사인(死因)은 아니었을까? “허세는 바보들이 찾는 영광이다”라고 한 그는 이런 말도 남겼다. “절권도는 단지 이름에 불과하며, 강을 건너기 위한 배에 불과하니, 강을 건너고 나면 버려야지 등에 지고 다니지 마라.” 우리는 무엇을 나귀처럼 등에 지고 살아가는 것일까?
-이응준 시인·소설가, 조선일보(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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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샌드라 오
흔히 이소룡을 할리우드에 입성한 첫 동양계 스타로 꼽지만 사실 그 주인공은 한국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 필립 안이다. 그는 1905년 미국에서 태어나 나이 서른에 할리우드 배우로 데뷔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같은 명배우와 연기했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도 동양계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주로 일본인이나 중국인 악역을 맡았다.
▶작년에 85세로 숨진 오순택은 한국에서 태어나 할리우드로 건너갔다. 연세대에 다니다 이민을 갔는데, 브로드웨이에서 연극배우로 시작해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로저 무어와 공연하고 한국전쟁을 그린 드라마 '매쉬'에도 나왔다. 그는 말년에 한국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우리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 역시 액션물에서 일본인·중국인 역할을 주로 했다.

▶엊그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캐나다 배우 샌드라 오가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미 13년 전 여우조연상을 받았는데, 이날은 동양계 배우로는 처음 사회도 맡았기에 반가움이 더 컸다. 샌드라는 의사 역으로 조연상을, 첩보원 역할로 주연상을 받았다. 그녀는 객석에 앉은 부모에게 한국말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한 뒤 허리 숙여 인사했다. 76년 전통을 지닌 이 시상식에서 처음 듣는 한국말이었다. '엄마 아빠'는 1960년대 캐나다로 유학 간 뒤 연방정부에서 일하다 은퇴했다.
▶작년 할리우드 흥행작 '서치'의 주인공과 조연 배우도 모두 한국계였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인데도 그랬다. 요즘 TV조선에서 방영 중인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2016년 크게 히트해 두 번째 시즌까지 만든 인기작이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교포 가족 이야기로, 교포 작가가 극본을 썼다. "심각한 척하는 여타 이민 스토리와는 딴판인 공감 가는 코미디"란 현지 호평도 있었다.
▶1993년 할리우드 영화 '폴링 다운'에서 주인공은 공중전화 걸 동전이 필요해 한국인 편의점에 들어간다. 보통 50센트인 콜라 한 캔에 85센트 내라는 주인에게 격분한 그는 "한국에 우리가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알아?" 하며 집기를 부순다. 앞선 해 LA 폭동과 맞물리며 당시 미국 내 반한(反韓) 감정의 상징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25년 뒤, 한국계 배우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듣는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할리우드에서 주연이 될 확률은 1% 미만이란 얘기도 있다. 그 벽이 뚫리고 있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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