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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비결] 초등생 일기에서도 언급된 '토정비결'... 88올림픽 벤 존슨 금메달은 '절반의 적중'

뚝섬 2019. 1. 20. 07:21

1963 10 23일 여주 남한강에서 나룻배 전복 사고가 일어나 소풍 다녀오던 초등생 등 49명이 숨졌다. 안타까운 참사 현장에서 한 어린이의 일기장이 강물 위로 떠올랐다. 생존자 것인지 사망자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전날 쓴 내용이 눈길을 붙들어 신문에 보도됐다. "내일 소풍을 간다. 참 재미있을 거야. … 정초에 내 토정비결을 본 아버지가 물가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강을 건너게 돼서 좀 불안한 생각이 든다."(경향신문 1963 10 24일 자) 그렇게 한 시절 '토정비결'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76 1월 초 서울 어느 거리에서 토정비결 보는 할아버지가 여대생 고객에게 한해 신수(身數)가 담긴 괘를 읽어주고 있다(동아일보 1976 1 9일자).

 

새해가 밝으면 큰길가엔 할아버지들이 토정비결 봐주는 좌판이 즐비하게 등장했다. 이런 풍경은 1990년대 초까지도 볼 수 있었다. 요즘 말로 노인들의 '반짝 알바'였다. 1954년 초에 어떤 사람이 토정비결 노점으로 30만환( 2300만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자, 이듬해부터 이 일에 뛰어든 사람이 급증했다. 근대화를 외치던 1960~1970년대엔 토정비결은 추방해야 할 미신이란 비판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1969년 정부의 표본 조사 결과 국민의 93.5% "토정비결이나 작명, 사주, 궁합, 관상 등을 보러 다닌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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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토정비결이 웬말인가"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서울이 가장 국제적으로 도약했던 1988년 올림픽의 해에 오히려 토정비결 이벤트가 요란했다. 그해 신정 연휴엔 한국전기통신공사가 내·외국인 391명에게 영어로 토정비결을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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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 개막 석 달 전인 1988 6월엔 AFP통신이 세계 스포츠 스타 6명의 토정비결 내용을 서울발로 세계에 타전했다. 육상 100m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칼 루이스의 9월 운세는 의외로 나빠 "힘들게 노력하나 마음만 이리저리 떠다닌다"였다. 반면 라이벌 벤 존슨의 괘는 "9월 중 큰 행운이 찾아와 돌본다"여서 금메달 예언으로 해석됐다(경향신문 1988 6 27일 자). '세기의 대결'을 벌여보니 정말로 칼 루이스는 2위로 밀리고 벤 존슨이 9.79초의 세계신기록을 올리며 우승, 올림픽 영웅이 됐다. 그러나 토정비결의 신통력은 꼭 거기까지였다. 벤 존슨은 환호한 지 사흘 뒤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조선일보 특종으로 폭로돼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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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11 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땐 노 전 대통령의 그해 토정비결이 어땠는지를 보도한 신문도 있었다. "강가에 왔는데도 배가 없으니 이를 어찌할꼬" 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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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토정비결을 거리에선 보기 어렵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2019년 새해 이벤트로 금융기관 등의 토정비결 온라인 서비스가 한창이다. 토정비결의 7056가지 괘를 컴퓨터로 분석해 보니 아주 좋은 운()이나 나쁘지 않은 운이 72%이고 몹시 나쁜 운은 28%라고 한다. 저자 이지함이 난세를 힘겹게 살아가던 민초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길운(吉運)을 많게 했다는 해석이 있다. 오늘날에도 토정비결이 살아있는 건 세상살이가 불안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증표일까. 그러고 보니 어느 전자 결제 업체의 올해 토정비결 서비스의 초점은 재물 운도 성공 운도 아니고 '2019년을 무사히 보낼 비법'이다.

 

-김명환 前 조선일보사 사료연구실장, 조선일보(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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