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밀수 잡는 베테랑' 해안경비대 투입… 北선박에 군사작전 가능
버솔프함, 특수부대원 태우는 고속정 탑재… 잠수정까지 단속
정부관계자 "美, 北이 제재해제에 집착하는
것 보고 효과 실감"
미국이 해안경비대까지 동원해 사실상의 '대북 해상 봉쇄'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북이 제재 해제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그 절박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특히 북은 안보리 결의로 인해 수입이 제한된 석유 제품 확보를 위해 해상 불법 환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는 지난 12일 공개한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교묘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고 했다. 우리 해군과 해경이 정보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북한 선박 불법 환적 의심 동향'도 2017년 60여건 수준에서
2018년 130여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안경비대 경비함까지 투입해 불법 해상 환적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하면 북이 체감하는 압박의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100% 차단을
못 하더라도 이런 강력한 감시 활동을 하면 북한의 불법행위가 위축되고, 또 행위의 비용이 급증한다"며 "리스크가 커진 만큼 북한은 정제유 확보를 위해
지금보다 2~3배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연안 경비함인 버솔프함의 투입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버솔프함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이 함정은 과거에도 미 태평양 연안의 마약 단속에 투입되는 등 해상 단속에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월엔 코카인 5t 등 마약을 싣고
있던 반잠수정을 단속했다. 웬만한 해군 구축함 규모(4500 t급)인 버솔프함은 헬기와 무인정찰기, 첨단 레이저 장비 등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수중의 잠수정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또 특수부대원이 탈 수 있는 고속정을 탑재, 필요시 불법 환적에 나선 북한 선박을 나포할 수도 있다. 대북 해상
봉쇄 수준의 작전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해군 함정보다는 미국 경비함이 선박 검문에
더 특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이
경비함까지 투입한 것은 북한이 끊임없이 우회와 무력화를 시도하는 제재의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해상 환적 감시·봉쇄 작전은 육·해·공에서 입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늘에선
글로벌 호크와 RC-135W, U-2 등 정찰기가 상시로 한반도와 동중국해 상공에 머무르며 북한 선박에서
나오는 신호·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한·미는 물론 일본과 영국·호주 해군까지
함정·초계기를 동원해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을 채증(증거 확보)·감시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경우 이지스함이 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빠른 기동으로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P-3C 등
초계기를 주로 이용한다"고 했다. 해상이 아닌 북·중
국경지대는 미국 등의 정찰위성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버솔프함의 한반도 근해 배치는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도 자료에서 버솔프함의 배치
목적에 대해 '북한의 불법 환적 단속'이라고 하면서도 순찰
지역에 대해선 '동중국해'란 용어를 썼다. 린다 페이건 해안경비대 태평양 담당 부제독은 보도 자료에서 "미국은
태평양 국가"라며 "규칙에 기반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는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면서 주로 쓰는 용어다. 미국이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 단속을 명분으로 버솔프함을 투입해 해상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양승식 기자, 조선일보(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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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끊기면 軍·산업 마비… '北정권 생명줄' 최대압박
北, 불법환적으로 들여오는 석유… 유엔이 정한 수입 상한선의
5배
"석탄 수출 막히면 장마당도 타격"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는 사실상의 대북 경제 봉쇄 조치로 해석될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북한은 해상 불법 환적과 중국 등을 통한 밀무역 등으로 이를 상당 부분 회피해 왔다. 미국이 불법 환적 단속을 대폭 강화할 경우, 북한은 경제 봉쇄로 느껴질 만큼 실질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의 달러 박스인 석탄 수출과 '정권의 생명줄'로 여기는 정제유 수입에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량은 약
450만배럴(약 60만t)에서 50만배럴로 대폭 축소됐다.
북한은 이를 불법 해상 환적으로 해결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중순까지
유조선 24척이 최소 148차례에 걸쳐 불법 환적을 통해
북한으로 석유를 수송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이 유조선들이 최대 용량을 채운 채 석유를 들여갔다면
연간 상한선인 50만배럴의 5배에 달하는 석유가 북한에 반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불법 환적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 이런 대북 석유 밀수입 경로가 끊길 수 있다. 북한으로선
최악의 경우 단둥~신의주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서 무상 공급받는 원유만 남게 된다. 북한 군과 산업 활동 전반이 마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의 석탄 밀수출도 막힐 가능성이 크다. 북은 그동안 해상에서 배를 나란히 댄 후 석유
정제품과 석탄으로 바꿔 싣는 수법을 많이 써왔다. 석탄 수출이 막히면 김정은 정권과 북 군부의 자금줄이
끊기고 장마당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대북 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히면서 북한의 탄광들이 가동을
멈추고 상당수 노동자가 실업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석탄 수출과 석유 수입 등 그동안 새고 있던 제재의 구멍을
물샐틈없이 막아 놓으면 북한 경제의 숨통을 옥죌 것"이라며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장마당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김명성 기자, 조선일보(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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