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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했던 전어가 싸게 돌아왔다] [전어.. 작은 기다림] .... [주꾸미]

뚝섬 2025. 9. 28. 05:41

[가출했던 전어가 싸게 돌아왔다]

[전어.. 작은 기다림] 

[가을 전어가 어디로] 

[주꾸미] 

 

 

 

가출했던 전어가 싸게 돌아왔다

 

풍어로 작년보다 가격 70% 하락 

 

머리에 깨가 서 말이라는 가을 전어 구이. /조선일보 DB

 

집 나갔던 전어가 돌아왔다. 지난해 폭염과 해수온 상승으로 씨가 마르다시피 했던 전어가 올해는 풍년이다. 가격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씹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안 가득 퍼지는 가을 제철 별미 전어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전어 평균 낙찰가는 대표 산지인 충남 서천 기준 1kg당 1만2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낙찰가(3만7200원)보다 66%가량 저렴하다. 전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데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염도가 낮은 해역을 선호한다. 올해 우리 바다에 비가 많이 내려 전어가 몰렸다. 또 전어는 낮은 수온을 좋아하는데, 올해 바다 수온이 지난해처럼 크게 오르지 않아 어황이 개선됐다.

 

청어과에 속하는 등푸른생선인 전어는 1년이면 성체가 되고 최대 길이는 25cm쯤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크기는 15~20cm가 많다. 과거에는 마산만에서 잡히는 큰 전어를 ‘떡전어’라 불렀지만, 요즘은 지역 상관없이 크기가 크면 떡전어라 부른다.

 

‘매력점’이라고 해서 코나 입 주변, 눈 밑 등 얼굴에 점이 있는 미인이 많다. 가을 식도락계 최고 미인이랄 수 있는 전어도 매력점이 있다. 아가미 뚜껑에 붓에 먹물을 묻혀 찍은 듯한 반점이 선명하다. 이 반점은 선도가 떨어질수록 흐릿해진다. 밝은 선홍색 아가미와 은백색 광택 나는 배, 상처 없고 비늘이 벗겨지지 않았다면 싱싱한 전어라고 봐도 좋다. 코가 빨갛게 부어올랐다면 유통 과정에서 염도가 맞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니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른 생선도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맛이 좋다. 자연산은 어디서 무엇을 먹고 자랐느냐에 따라 지방 함량, 감칠맛, 풍미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남해에서 잡히는 전어가 가장 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경남 삼천포와 진해만 전어가 최고로 꼽힌다. 남해산 다음으로는 서해산, 동해산을 쳐준다. 남해산 전어는 경남과 전남 등 남해안 일대에서 대부분 소비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맛보기가 쉽지 않다. 남해 전어는 배가 나오고 통통한 편으로, 길고 날렵한 모양의 서해 전어와 구분된다.

 

싱싱한 가을 활전어는 뼈째 썰어 먹는 일명 ‘세꼬시(뼈회)’가 인기다. 뼈회용으로는 작은 전어가 알맞다. 다른 계절보다 지방 함량이 3배나 높아지는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극대화하는 요리법은 단연 구이다. 기름이 몰려 있어서 씹으면 특히 고소한 대가리와 쌉쌀한 내장까지 다 먹을 거면 작은 전어를 통째로 구워 먹는다. 통째로 구우면 내장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미를 더해주고, 쓸개즙은 지방 분해를 도와 흡수율을 높여준다. 점잖게 살만 발라 먹겠다면 구이건 회건 큰 게 낫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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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작은 기다림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눈을 번쩍 뜨고 귀는 활짝 열고 입도 부지런히 놀리며 살아왔지만 이런 저 자신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가을 전어입니다. 전어를 처음 먹어본 때가 기억납니다. 군 복무 중이었고 주말을 맞아 선임병과 함께 외출을 나갔습니다. 가을에는 전어를 먹어야 한다는 말에 이끌려 들어간 횟집. 당시 제게 전어회는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먹어본 회와는 사뭇 달랐던 것입니다.

 

오독오독 씹어야 하는 뼈, 초장을 아무리 듬뿍 찍어도 사라지지 않는 특유의 향.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젓가락 내려놓고 ‘나는 안 먹겠다, 네가 다 먹어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적당히 몇 번 씹다가 눈을 질끈 감고 꿀떡 삼켰습니다. 제게 남은 첫 전어의 기억입니다.

 

이후에도 저는 전어에게 숱한 기회를 줬습니다. 회는 물론 무침·구이·조림으로도 접해봤습니다. 듬성듬성 썰어 잔뼈를 남기는 회든, 뼈를 최대한 제거하고 국수처럼 길고 가늘게 뜨는 회든. 여전히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간장·초장·막장·된장 등 특별히 잘 어울리는 장도 찾지 못했습니다. 전기 그릴과 연탄과 숯, 열원도 달리해봤지만 전어 구이는 매번 노력 대비 얻는 결실이 크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어 맛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나름 미식가라고 자부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탓에 해마다 가을, 전어 먹자고 말해오는 사람을 막지도 못했습니다.

 

얼마 전 한 지역에서 문학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예약된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가을에는 전어를 주력으로 하는 횟집이었습니다. 수북이 쌓인 전어회를 보면서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한 중년 남성분과 합석하게 됐습니다. 오늘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을 짧게 소개했습니다. 각자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됐을 때 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어회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 앞의 그분 역시 다른 찬으로만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혹시 전어회를 못 드시느냐,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그분의 대답에는 큰 반전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전어로 유명한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한 음식이 전어회라고 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다고, 전어 맛이 가장 좋게 느껴지는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짧은 기간에만 전어를 즐긴다고 했습니다. 9월 전어보다 10월 전어가 더 기름지고 고소하다고, 뼈가 단단해지긴 하지만 어차피 잘 바르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그분은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녁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오후 간식에 입을 대지 않는 것. 운동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위해 물을 마시지 않는 것. 즐거운 기다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즐거움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이 명확할 때 누릴 수 있는 것이고요. 언젠가 제 입에도 전어 맛이 달게 느껴질 날이 올까요. 저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박준 시인, 조선일보(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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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어가 어디로 

 

한 남자가 한강대교 위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고 있다. 복권 당첨금을 갖고 가출한 아내를 찾아오란다. 다른 남자가 그 아래로 가더니 불을 피우고 전어를 굽는다. 전어 대가리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에 닿으며 연기가 피어오르자 말없이 전어 안주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켠다. 자살 소동남은 마침 전어의 고장인 경남 사천 출신. 그는 냄새를 참지 못하고 내려와 소주잔을 받는다. 허영만 만화 '식객'에 나오는 장면이다. 집 나간 며느리가 아니라 죽기로 맘먹은 사람도 돌아오게 하는 맛이다.

▶조선시대 서유구는 실용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귀천이 모두 좋아하고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전어(錢魚)라고 했다. 반면 정약전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그 모양이 화살촉처럼 생겼다고 화살 전(箭) 자를 썼다. 따뜻한 서해·남해에서 주로 잡히는 가을 전어는 2000년대 이후 전국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전남 광양, 경남 창원·사천의 전어 축제가 유명하다. 

 

예전 남도에서는 전어가 잡히면 버렸다고 한다. 상품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구 마을에서는 김치·깍두기 담글 때 넣거나 젓갈로 담가 먹었다. 겨울 과메기처럼 제철 별미이긴 하나 고급 생선은 아니란 뜻이다. 2000년대 중반 양식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자연산이 인기여서 가을이면 남해안 군 통제수역에서 전어잡이 어선들이 단속에 나선 해군과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한다.

가을 전어는 지방 함량이 100g당 10g이나 돼 봄 전어보다 세 배 넘게 많다. 그만큼 상하기도 쉬워 옛날엔 내륙지방에서 먹기 어려웠다. 가을 전어는 회나 무침으로도 먹지만 연탄불에 구워 대가리부터 먹는 게 별미다. 젓가락질할 만큼 살이 차지 않는 데다가 잔가시가 많아 통째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다. 일본에서는 봄 전어를 더 쳐준다. '싱코(新子)'라고 부르는 손가락만 한 생선이다. 우리말로는 '전어사리'라고 하는데 이것을 초밥에 얹어 먹으면 살살 녹는다고 한다.

▶올해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 전어가 줄고 잇단 태풍 때문에 조업 일수도 적어 전어 값이 치솟고 있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쯤 판촉 행사가 열리던 대형 마트에서도 전어가 사라졌다. 어떤 수산물 축제에선 양식 전어를 사서 갖다놓아야 할 형편이란다. 시인 정일근은 '가을 전어'에서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다”고 읊었다. 올가을 도도해지려면 돈이 좀 더 들 모양이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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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꾸미는 봄을 대표하는 제철 음식입니다. 흔히 주꾸미 머리라고 부르는 둥그런 부분이 실은 몸통입니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봄이면 주꾸미 몸통에 알이 가득 차오르는데 이게 별미입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영락없이 찹쌀 같지요. 봄 주꾸미는 대체하기 어려운 알 먹는 재미를 알려줍니다.

 

본래 주꾸미는 그다지 즐겨 먹는 해산물이 아니었습니다. 낙지 인기에 밀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찾아보기도 어려웠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춘궁기 서해안 어촌 사람들이나 가끔 먹었습니다. 주꾸미가 봄 대표 먹을거리로 바뀐 건 1990년대 중반쯤부터입니다. 산업화와 부동산 개발 등으로 서해 연안 갯벌이 심각하게 오염되면서 깨끗한 갯벌에서 사는 낙지가 크게 줄었어요. 낙지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고요.

낙지를 먹기에는 주머니가 가벼웠던 서민들이 저렴한 주꾸미로 젓가락을 돌렸습니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낙지 대신 주꾸미'랄까요. 낙지 대신이라지만 영양분은 풍부하죠. 방 함량이 1%도 되지 않지만 몸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한 식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리법도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엔 주꾸미를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데쳐 초고추장이나 찍어 먹었어요. 이제는 샤부샤부·볶음·전골·무침으로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회나 샤부샤부로 먹어야 주꾸미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들 합니다. 회는 주꾸미를 잘게 썰어서 다진 마늘, 풋고추, 당근 등과 함께 버무려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먹고, 샤부샤부는 뜨거운 물에 주꾸미를 넣고 여덟 다리가 꽃이 피듯 활짝 퍼지고 황갈색이던 몸 빛깔이 선홍빛으로 바뀌면 건져서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요.

낙지 대신 주꾸미였지만, 이젠 주꾸미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거든요. 지난 2007 6828t이던 주꾸미 어획량은 2016 2058t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 올봄에는 주꾸미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정부가 주꾸미를 '회복 대상종'에 포함하며 5~8월 금어기(禁漁期)를 설정해 주꾸미를 못 잡게 했던 것이 효과를 봤답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조선일보(1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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